학술

영끌 시대, 호모 이코노미쿠스 앞에 교회가 설 자리는?

포항제일교회 박영호 목사, 25일 2차 수표교포럼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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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수표교포럼 유튜브 영상 화면 갈무리)
▲포항제일교회 박영호 목사가 25일 2차 수표교포럼의 발제자로 나서 '코로나 이후의 삶과 기독교 신앙'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날 포럼에서 박 목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회가 처한 냉혹한 현실을 진단해 주목을 받았다.

포항제일교회 박영호 목사가 25일 2차 수표교포럼의 발제자로 나서 '코로나 이후의 삶과 기독교 신앙'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날 포럼에서 박 목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회가 처한 냉혹한 현실을 진단해 주목을 받았다.

박 목사는 먼저 코로나 이후 한국인들의 삶에서 방역이라는 키워드에 유일하게 필적할만한 가치를 지닌 개념으로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꼽으며 "모든 아이디어가 돈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는 한국사회의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현실 진단을 뒷받침 해주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을 언급한 그는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탐욕이라기 보다는 30,40대가 부동산에서 낙오자가 될 것 같은 불안을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또 "최근에 영끌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내용적으로는 한국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영끌해 왔다"며 "20-30대들은 취업하기 위해서 영끌했고, '스카이 캐슬'(드라마)로 상징되는 학부모들의 입시지옥 문제도 그렇고 '인문학 열풍도' 사실 인문학 자체에 대한 관심 보다 경쟁을 위한 도구로 영끌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사회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영끌이라고 분석한 그는 "교회는 이런 경제적인 가치, 성장신화에 편승해 성장했지만 그 결과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목사는 "모든 것을 다 끌어서 경제적인 목표에 투자를 하는 상황이라면 다른 곳에 눈길을 줄 자원이 전혀 없다. 시간이든 돈이든 에너지든 모든 것에 경제적인 가치로 일원화 되는 사회가 되어버린다면 신앙이 설 자리는 거의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신학자 윌터스토프의 샬롬에 대한 정의를 언급하며 박 목사는 "월터스토프는 구약의 샬롬을 '번영(flourishing)'이라고 번역한다. 번영신학(Prosperity theology)은 안좋은 이미지가 많은데 번영(flourishing)은 남보다 잘나가겠다는 게 아니라 인간에게 주어진 가능성이 최대한 꽃피고 열매 맺는 삶이 샬롬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구약시대의 샬롬이 사실 물질적 가치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 그것까지를 포함한 신앙적 가치가 확립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견제하는 호모 엠파티쿠스와 교회의 역할

같은 맥락에서 박 목사는 경제적 가치가 지배하는 시대 가운데 종교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 미로슬라브 볼프의 '떡으로만 살면 누군가는 늘 배가 고프며...떡을 먹을 수록 쓴 맛은 강해진다'는 주장을 인용하며 "일상적 실재, 즉 떡으로만에 매몰되지 않는 무엇이 있어야 하는데 종교가 아니고서는 이것을 해낼 수가 없다. 경제적인 가치로만 달려가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과열 경쟁을 한쪽에서 균형 잡을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축이 종교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러미 리프킨의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icus) 개념을 들어 "호모 이코노미쿠스 인간형의 가치관의 독소를 견제하고 완화할 수 있는 공감하는 인간을 뜻한다"면서 이러한 개념을 성경의 코이노니아 개념에 잇대어 설명했다.

그는 "사도행전 15장의 에클레시아와 숙의 민주주의를 코이노니아로 볼 수 있다. 사도행전은 그리스가 전통적으로 아주 중요한 가치를 두어오던 정치적 인간으로서의 공동체의 공감과 조율의 능력, 요즘 말로 가버넌스를 가장 잘 해내는 새로운 공동체로서 교회를 제시하고 있다. 숙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의 중요한 모범이 될 수 있다. 한국사회 전체에서 이런 실험들이 이뤄져야 하고 교회가 사실은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박 목사는 개신교의 교회론이 "너무 추상적"이라며 "플라톤적이며 추상적이다. 보이지 않는 교회를 이야기하면서 교회는 이래야 한다는 말은 잘하는데 그 교회의 현실은 없다. 이번에 코로나 사태에서 흩어지는 교회론이 많이 설파되었는데 물리적으로 모이지 못하는 교회와 선교적으로 흩어지는 교회와 사실은 큰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만인제사장론도 그렇고 한국교회 교회론은 개혁담론은 과잉인데 현실사례가 부족하다"면서 "개혁신학적 담론 자체의 빈곤이 드러나고 있다. 옛날에 하던 말을 그대로 하고 있다. 한국 개신교의 교회론은 비판하기는 좋은데 실제로 그것을 갖고 목회를 하다보면 현실 적응력이 없는, 굉장히 힘든 신학적 한계가 있다. 앞으로 교회론의 우물을 깊게 파는 계기로 우리의 도전을 삼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민애 theworld@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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