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가 27일 정기노회를 열고 새임원진을 꾸렸다. 그런데 임원진의 면면은 명성교회 세습에 찬성하는 인사 일색이다.
신임 손왕재 노회장(갈릴리교회)은 언론 기고를 통해 명성교회 세습의 근거가 된 수습안을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손 노회장은 지난 5월 예장통합 계열 인터넷 매체에 "총회수습안과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합의안은 우리 노회가 더 이상 과거의 상처와 아픔에 발목 잡지 말고 성장과 성숙의 길을 가라는 의미"라고 적었다.
명성교회 관련 인사도 임원이 됐다. 명성교회 이강오 장로는 장로 부노회장 자리를 꿰찼다. 노회 회계가 장로 부회장에 오르는 관례상 이 장로의 장로 부노회장 ‘영전'은 이례적이다. 여기에 C 임원은 명성교회 부목사 출신이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2018년 동남노회 재판국은 직전 김수원 노회장을 면직·출교 했었다. 당시 재판국장이었던 남삼욱 목사는 이번에 동남노회 부회록서기에 임명됐다. 당시 재판국 주심이었던 P 장로도 임원진에 이름을 올렸다.
P 장로는 명성교회 세습에 우호적인 모 매체 기고문에서 "특별히 잔잔한 호수 즉 한국교회에 돌을 던져 풍파를 일으킨 김동호 목사와 김수원 목사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깨달으시기를 바라고, 또 소신도 없이 지연,학연,혈연,인간관계, 그리고 일을 만들어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려고 김동호씨와 김수원씨에게 심정적으로 부화뇌동한 자들도 깨닫고 멈추고 회복하시기를 바란다"고 적기까지 했다.
이렇게 볼 때 동남노회는 '명성노회'라 해도 이상할 게 없다. 노회가 목회자 임명권을 행사한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이번 동남노회 임원진 인선은 명성교회 세습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수순일 가능성도 높다.
개교회에 장악당한 노회, 그야말로 '사상 초유'
동남노회 임원진 구성은 두 가지 면에서 심각하다. 먼저 '이해충돌'이다. 특정 교회의 이해관계에 우호적인 인사가 노회 요직을 차지한 건 상식과 어긋난다.
두 번째 '공교회성 부정'이다. 노회는 엄연히 장로교단의 공조직이다. 공조직이 지교회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창구가 되는 건 안될 말이다. 이 같은 행태는 공교회성을 부정하는 심각한 행위다.
그럼에도 동남노회는 벌써부터 명성교회 세습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P 장로는 노회 현장에서 세습 반대 근거가 된 예장통합 교단 헌법 28조 6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현재 명성교회 임시당회장을 맡고 있는 유아무개 목사는 김하나 목사가 2021년 1월 1일 복귀한다고 못박았다.(유 목사의 자격은 논란거리다)
현장을 지켜본 활동가 A 씨는 "명성 측은 세상의 부끄러움이나 수치를 아예 모르는 것 같다. 이제는 정말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남아 있지 않다"고 개탄해 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총회의 책임이 없지 않다. 아니, 총회가 문제의 씨앗을 뿌렸다는 게 사실에 부합한다. 여기서 말하는 문제의 씨앗은 명성교회 수습안이다. '법을 잠재하고' 수습안을 마련한 것 자체가 문제의 출발점이었다.
그런데 심각한 건 총회가 문제를 바로잡을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쯤되면 명성교회 세습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총회가 노회가 개교회에 휘둘리는 상황을 불러왔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