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보수 기독교인들의 민낯: 미국 대선 결과를 보고

오강남·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

trump_02
(Photo : ⓒ백악관 제공)
▲법안에 서명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백인 보수주의 기독교인 81%가 트럼프에게 몰표를 주었다고 한다. 이번 2020년 대선에서도 미국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의 절대 다수가 트럼프를 찍었다고 한다. 비록 낙선하긴 했지만 4년간 어떤 종류의 대통령인가를 경험하고서도 아직 그를 그처럼 많이 지지하고 했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현실이다.

미국의 종교사회학자 필 주커먼(Phil Zuckerman)이 최근에 낸 『윤리적이 된다고 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What It Means to Be Moral)(2019)에서 그는 미국 복음주의 근본주의자들의 행태를 다음과 같이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 복음주의자들과 이명박을 지지하던 한국 복음주의자들이 얼마나 예수님이 제시한 윤리적 가치와 상관없이, 아니 정반대로 사고하고 행동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좀 길지만 인용한다.

국가주의, 복음주의 트럼프 지지자들은 다른 미국인들보다 더 자주 교회에 출석하고, 성경은 하느님의 무오한 말씀이라 주장하고, 예수님에게 가장 성심껏 헌신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역설적 모순은 이들은 말과 행동 모두에서 예수님이 외친 거의 모든 윤리적 교훈을 어긴 대통령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예수님은 하느님과 맘몬(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고, 겸손하고 가난한 사람이 복이 있다고,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고, 우리 중에 있는 멸시당하는 소수와 이민자들에게 우리의 마음과 문을 열어야 한다고,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고, 평화의 왕으로서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하느니라"고 분명히 가르쳤는데, 종교적으로 열성인 미국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의 압도적 다수는 이 말씀들을 다 외우고 있을 정도일 터인데도, 이들은 재물의 화신이요 겸손한 사람들을 조롱하고, 이기적이고 악의적이고, 부패하고 군사주의적이고, 가난한 사람들을 얼간이(moron)이라 비하하고, 인종주의적인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고, 민족주의와 부족주의를 진작시키고, 불쌍한 난민들에게 문을 닫고, 이민자들의 아이들을 그 부모로부터 갈라놓고, 권위주의를 부추기고, 진리를 비웃고 사실을 경멸하고 총기 로비하는 자들을 사랑하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주위에 집결했다.

17년 형을 받은 장로 대통령을 그렇게 감싸고 지지하던 한국 보수 기독교인들은 이와 다를까?

※ 이 글은 오강남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믿음을 파편적으로 이해한 한국 개신교...은총의 빈곤 초래"

칼빈주의 장로교 전통이 강한 한국 개신교가 '믿음'을 파편적으로 이해한 탓에 '은총'에 대한 신학적 빈곤을 초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13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줄이는 것도 에너지 필요"

기후위기 시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배현주 박사(전 WCC 중앙위원, 전 부산장신대 교수)가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바르트의 인간론, 자연과학적 인간 이해와 대립하지 않아"

바르트의 인간론을 기초로 인간 본성에 대한 자연의 신학적 이해를 시도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이용주 박사(숭실대, 부교수)는 최근에 발행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여성 혐오의 뿌리는 철학과 기독교 사상의 이원론"

여성 혐오와 여성 신학에 관한 논의를 통해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세우며 성서적인 교회론 확립을 모색한 연구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조안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세속화와 신성화라는 이중의 덫에 걸린 한국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최영 목사가 기장 회보 최신호에 실은 글에서 기장이 발표한 제7문서의 내용 중 교회론, 이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치를 외면하고 지상의 순례길 통과할 수 없어"

3월 NCCK '사건과 신학'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4월의 꽃, 총선'이란 주제를 다뤘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선거 참여와 정치 참여'란 제목의 글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하나님 형상은 인간우월주의로 전환될 수 없어"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가 '기후위기 시대의 신학적 인간 이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최근 발표했습니다. 박 교수의 창조신학을 엿볼 수 있는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기독교가 물질 배제하고 내세만 추구해선 안돼"

장신대 김은혜 교수(실천신학)가 「신학과 실천」 최신호(2024년 2월)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지구 신학의 형성을 위해 물질에 대한 신학적 반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