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장애인 신학생이 목회실습을 위한 사역지를 구하지 못해 자퇴한 일이 벌어졌다. 신학대학원 측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이 신학생은 자퇴의사를 번복하지 않았다.
중증뇌병변장애인인 유진우 씨는 목회자를 꿈꾸며 한일장신대를 거쳐 한신대 신대원에 진학했다. 그러나 유 씨는 목사수련을 위해 2019년 1월부터 10월까지 일선교회 열 두 곳에 지원서를 냈다. 하지만 그 어느 교회도 유 씨를 받아주지 않았다.
이에 유 씨는 3학기 종강을 앞둔 지난 해 12월 자퇴를 결심했다. 유 씨는 자퇴서에 "대학원에 들어와서 느낀 건 '장애인'으로서 사역자가 될 수 없다. (중략) 대학원 교수님들에게 사역지를 구해달라고 요청을 해도 '기다리라'는 답변만 돌아오고 변한 건 없었다. 또한 제가 알던 목사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목사들이 있어서 회의감이 들었다"고 적었다.
이후 유 씨는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인 군산으로 내려왔다. 현재 유 씨는 홀로 지내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유 씨의 사연은 장애인 이슈를 주로 다루는 <비 마이너>에 처음 알려졌고, 이후 <국민일보>, 뉴스1 에서도 유 씨가 겪은 일을 상세히 보도했다.
유 씨는 기자에게 "대학원 1학년 내내 학교 시설, 기숙사, 현장목회실습, 목회실습 등에서 내내 차별을 겪었다"고 털어 놓았다.
유 씨는 특히 기숙사 생활에서 배제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기숙사의 시설은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기숙사는 동료 원우님과 소통하고 삶을 나누고, 때론 미래의 목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간인데 여기서 배제당했다"는 게 유 씨의 주장이다.
또 일선교회가 자신을 받아주지 않은 데 대해선 "장애인이라는 게 탈락사유였다. 이것이 장애인 차별이 아니면 뭐가 장애인 차별일까?"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학교 측, 그리고 학교가 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교단은 유 씨의 일에 대해 한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학교 측은 무엇보다 유 씨가 제기한 시설문제에 대해서 "리모델링을 고려 중"이라며 책임을 간접 인정했다.
유 씨는 지난 17일 경 신학대학원 김주한 원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유 씨에 따르면 김 원장은 장학금과 사역할 교회를 마련했으니 돌아오라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 씨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유 씨는 "학교 측 제안은 시혜적인 관점에서 나왔다. 즉, 장애인 신학생을 위해 이러이러한 복지 인센티브를 마련했으니 돌아와 공부를 마치라는 것"이라면서 "일회성 성격의 제안이 계속 반복되면 나와 유사한 사례 역시 반복될 것이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유 씨는 교단과 학교를 향해 장애인 신학생을 위한 제도정비를 강조했다. 유 씨의 말이다.
"총회나 교단, 혹은 학교에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장애인 학생이 기숙사 입소, 현장목회 실습 등에서 어려움이 없이 목회자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 말이다. 이렇게 하려면 교단 헌법도 바꾸어야 하고, 제도를 뒷받침하는 여러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교단이나 학교 입장에서 쉽지 않고, 하기 싫은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리스도교라는 종교가 왜 생겼는지 따지면 장애인 신학생을 위한 제도 정비는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