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남 박사(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얼마 전 있었던 부처님 오신날 조계사 봉축법요식 행사장 앞에서 일부 기독교인들이 "오직 예수" "불교는 가짜다" "주 예수를 믿으라"는 등 소리치며 소란을 피운 사건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오 박사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BTN불교 TV에서 인터뷰 요청이 있어서 6분 정도 녹음해 보냈지만 정작 뉴스에서는 몇 초 정도만 인용이 되었다면서 녹취록 전문을 공유했다.
오 박사는 먼저 불교 행사에서 소란을 피운 사태에 대해 "이런 현상은 기독교 중에서도 이른바 '근본주의에 속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라고 규정했다.
근본주의 기독교 부류에 대해서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역사적이고 사실적이라 믿으려고 하는 사람들이다"라며 "성경에 세상이 6일만에 만들어졌다고 했으면 정말로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런 근본주의 문자주의 기독교는 유럽에서는 일찌감치 자취를 감추었고 기독교인들이 그래도 많다고 하는 미국에서도 점점 소수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근본주의가 대세를 이루는 한국 기독교는 사실 '별종 기독교'라 할 수 있다. 진리가 어느 한 종교의 독점물일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모르는 데서 생긴 일이다"라고 했다.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산상수훈의 예수의 말씀을 인용한 오 박사는 "예수님이 이런 과격하고 불미스러운 일을 좋아하실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라며 "기독교인들은 우선 예의를 지켜야 한다. 이런 무리하고 거친 행동은 결코 기독교에 이롭지 않다. 스스로는 선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런 것은 결코 선교에 이롭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원전 3세기 인도에 아쇼카 왕이 당시 여러 종교들이 서로 다투는 현상을 보며 했던 말도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자신의 종교를 선전하느라 남의 종교를 비하하는 것은, 그것이 맹목적 충성에서 나왔든, 자신의 종교를 더욱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에서 나왔든, 자신의 종교에 오히려 더욱 큰 해악을 가져다 줄 뿐이다. 조화가 최선이라 모두 다른 사람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고 존경하도록 할지어다."
오 박사는 이어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이지만 마트마 간디도 예수님을 사랑하고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마음에 새기며 살았다. 사람들이 당신도 크리스챤이 아니냐 할 때 자기를 보고 그리스도와 같다(Christ-like)고 하는 것은 영광이지만 그리스도인(Christian)이라 하는 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간디가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자기가 인도에서 학교 다닐 때 교문 앞에서 인도 종교를 폄훼하고 기독교가 유일한 진리 종교라고 큰 소리로 선전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근본주의 기독교인들도 이런 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한국에서도 자기 종교가 진리의 전매특허를 받은 것처럼 선전하는데 에너지를 쏟는 배타주의적 태도 대신, 이웃 종교를 진리를 향해 함께 가는 길벗으로, 그리고 이 사회와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협력자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