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처님 오신 날 조계사 앞에서 소란을 피운 일부 개신교 사건을 돌아보면서 오강남 박사(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 명예교수)가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학회에 제출한 논문 '종교 다원주의를 위한 몇 가지 유비적 모델'이란 제목의 과거 논문을 공유하며 타종교에 대한 인식 전환을 꾀했다.
해당 논문을 지난 1983년 캐나다 종교학회에 제출했던 오 박사는 이 논문에서 오늘날의 문화적 특성 중 하나를 "종교 다원주의"로 꼽았다. 그는 "이제 종교 개혁 시대에 통용된 "cujus regio, ejus religio"(누구가 지배하느냐에 따라 그의 종교가 결정된다)고 하는 것이 통용되지 않는다"며 "우리 주위에는 여러 종류의 신앙을 가진 여러 종류의 사람들로 가득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같은 다종교 현상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 사람들의 반응은 일반적으로 배타주의로 표출되기 일쑤다"라며 이러한 배타적 태도에 대해 저명한 종교학자 윌프레드 캔트웰 스미스 교수의 아래와 같은 평을 인용해 비판했다.
"대부분의 종교 제도는 외부인들에게는 어리석거나 심지어 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면 적어도 기이하게 여겨지기 마련이다....그러나 이제 이런 무지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오 박사는 "이제 많은 사상가들이나 종교학자들은 이런 배타적 태도, 혹은 존 힉이 말하듯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믿었던 천동설의 "프톨레마이오스 식 시각(Ptolemaic perspective)"처럼 모든 종교가 내 종교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식의 믿음은 오늘처럼 다문화적이고 다종교적인 세상에서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지탱할 수도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라며 "예를 들어 영국의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는 "오늘날 살아있는 사람 중에 어느 한 종교가 다른 모든 종교보다 더 위대하다고 확언할 수 있을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There is no one alive today who knows enough to say with confidence whether one religion is greater than all others.)고 했다. "내 종교가 유일한 진리 종교라고 믿는 배타적 마음은 죄된 마음 상태로 그 죄란 바로 교만의 죄다."고 했다.(1957)"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자기 종교가 진리의 전매권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은 아직까지 실질적으로(de facto) 널리 퍼져 있지만, 그것은 법적으로(de jure) 무지하고, 나이브하고, 미숙하고, 자기 중심적이고, 오만하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한 것이다"라며 "올더스 헉슬리는 "다른 모든 형태의 제국주의와 마찬가지로 신학적 제국주의도 영구적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된다."(Like any other forms of imperialism, theological imperialism is a menace to permanent world peace.)고 했다.(1944)"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오 박사는 "현세의 다원주의적 성격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이런 상황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시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메르치아 엘리아데가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밝히고 있다"고도 했다. "실로 우리는 이미 전지구적(planetary) 문화에 접근하고 있고, 머지않아 아무리 국지주의적인(provincial) 역사가나 철학자나 신학자라 하더라도 다른 대륙 출신의 동료들이나 다른 종교 신도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생각하고 자신의 신념을 형성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