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가 30일 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기독교 장례 예전에서 '용서와 화해의 기도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계기로 전두환 씨를 비롯한 집단 살해의 주범들이 회개하고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앞서 이홍정 총무는 "우리가 고인을 추념하며 이 땅의 민중들이 펼친 주권재민의 역사, 특별히 10.26 사태와 12.12 군사반란 이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항쟁 등 지속되는 신 군부세력의 폭정에 맞선 민중의 투쟁 속에 담긴 고난을 기억하게 해달라"고 했다.
이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규명하고 양심과 진리가 이끄는 역사의 부활을 꿈꾸며, 용서와 화해의 자리로 나가기 위한 선한 노력들이 거듭해서 좌절되고 있는 오늘, 사죄의 마음을 남긴 고인의 죽음을 계기로 전두환 씨를 비롯한 집단 살해의 주범들이 회개하고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면서 이홍정 총무는 "오늘,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고인의 업적을 기억하며, 한반도에서 분단과 냉전, 전쟁과 국가폭력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하며, 평화공존의 한반도를 재창조하기 위해 한마음이 되게 해달라"고 전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집례한 이날 이날 장례 예전에는 박주옥 교수(백석대)가 '인애하신 구세주여' 1절을 부르고, 이철신 영락교회 원로목사의 기도, 소강석 목사의 설교, NCCK 총무 이홍정 목사의 '용서와 화해의 기도', 기침 총회장 고명진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의 축도 순으로 진행됐다.
소강석 목사는 설교에서 "예수님은 의인을 부르러 오신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오셨다.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기 위해서"라며 "그 일을 위해 예수님은 십자가에 죽으셨다. 이 세상에는 의인이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성경은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롬 3:10)고 말씀한다"고 전했다.
소 목사는 "그러나 오늘 이 시대는 의인이 너무 많아서, 자신의 의로움으로 오히려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며 "고 노태우 대통령님께서도 자신이 하나님 앞에 의인이 아니라, 죄인이심을 아셨기 때문에 예수님이 필요하셨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소영 관장님께서 노 대통령님께 예수님을 소개시켜 드렸고, 대통령님께서는 길과 진리와 생명 되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지나온 모든 삶을 회개하셨다"며 "성경 누가복음 15장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을 떠났다가 돌아온 탕자를 무조건 품에 안아주신 '탕부의 하나님'이셨다"고 소개했다.
소강석 목사는 "예수님을 영접하고 회개하신, 또한 역사와 민족 앞에 참회의 마음을 표현하신 노 대통령님께서는 이제 하나님의 품으로 가셨다"며 "하나님의 따뜻하신 품에서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누리실 것"이라고 밝혔다.
소 목사는 "기독교는 영생의 종교일뿐 아니라, 사랑과 용서, 평화의 종교이다. 동시에 정의의 종교"라며 "모쪼록 고인의 장례 예전을 기점으로, 성경 시편 85편 10절 말씀대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과 정의가 입 맞추고 춤을 추는 화해와 통합의 새 역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아니, 사랑과 정의의 새 역사가 강물처럼 흘러넘치기를 소망한다. 유족들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하나님의 평화와 신령한 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한다"고 했다.
소 목사는 같은 날 SNS를 통해 뒷 비하인드 스토리를 남겼다. 그는 "이홍정 NCC 총무님이 안 오신 줄 알고 이철신 목사님께 기도하시게 하고 축도로 마치려 했는데, 가장자리에 이홍정 총무님이 서 계셔서 깜짝 놀랐다"며 "그러잖아도 어려운 자리인데 큰 실수를 할 뻔 했다. 다행히 다시 이홍정 총무님께 기도를 하시게 하고 축도로 마쳤다"고 전했다.
소 목사는 "이홍정 총무님은 용서와 화해의 기도문을 차분하게 읽어 가셨다"며 "원래 큐시트대로 성경을 봉독한 후 총무님께서 기도하셨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총무님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저는 좌우의 진영 논리에 매이지 않고, 순수하게 기독교적이고 복음적인 내용의 설교를 하였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