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성향의 신학자 28인이 30일 성명을 내고 "대선이 주술에 휘둘리고 있다"고 우려하며 선거철 예측불가능성으로 인한 불안을 해소하려는 정치가들과 권력 지향적인 점술가들의 공생관계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에서 "오늘날 세계의 어느 문명국가에서 정치가들이 주술에 의지하여 국사를 논하고 있는가. 무릇 정치란 합리적 이성과 역사의식 그리고 투명한 의사소통과 합의의 문화에 의거해야 한다. 우리 정치가 문제였다면 이러한 기본적 태도를 상당 부분 결여했기 때문이고, 그 피해는 언제나 국민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의 정치판이 주술에 휘둘리고 있음은 통탄할 일이다. 주술은 오랜 세월 우리 평민의 아픔과 한을 위로하며 그 일상을 종교적 깊이에서 뜻깊게 동행해 왔던 무교(巫敎)를 말함이 아니고, 사사로운 관심에서 미래를 엿보도록 한다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바깥의 힘'에 기대어 소원의 성취를 돕는 사이비 종교 술(術)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정치 구조는 왕정(王政)도 신정(神政)도 아니고 민주주의이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공론의 장이고, 스스로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며 판단하는 맑은 정신의 힘, 이성이다. 그럼에도 주술에 예속된 채로 대선에 나가서 국정을 논하고 이끌겠다고 하는 이가 있으니 그대로 묵과할 수 없다. 국정이 그 점술에 의해 농단 당할 때 올 수 있는 끔찍한 혼란과 위험한 사태를 심히 우려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예측불가의 선거 국면에서 나타나는 정치가들과 점술가들의 공생관계에 대해서도 질타하며 이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세간에 떠돌던 정치가들과 점치는 집이 은밀한 거래를 맺고 선거철마다 성황을 이룬다는 소문은 결코 허문(虛聞)이 아니었다. 정치가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철학의 빈곤 때문이요, 점술가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들의 권력 친화적 태도 때문일 것이다. 이 공생관계는 마땅히 타파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교회와 종교 지도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선거판 주술이 횡행하고 있는 세태에 대해 침묵을 넘어 지지와 연대 대열에 합류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그들의 신앙은 얼빠진 것이고, 그들의 신은 사실상 우상임에 틀림없다. 그들은 성경을 헛 읽었고, 기독교신앙을 크게 오해했으며, 기독교신앙을 정치적인 이데올로기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정치권력을 지향하고 있으며, 실상은 반기독교적인 세력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해당 성명에 이름을 올린 28인 신학자들이다. 강원돈(한신대), 권진관(성공회대), 김상기(한신대), 김영철(갈릴리신학원), 김정숙(감신대), 김준우(한국기독교연구소), 김흥수(목원대), 류장현(한신대), 박찬희(서울신대), 박창현(감신대), 박충구(감신대), 송순재(감신대), 위형윤(안양대), 유태엽(감신대), 윤정현(성공회대), 이승열(한국기독교사회봉사연구소), 이신건(서울신대), 이정배(감신대), 임희국(장신대), 정종훈(연세대), 조경철(감신대), 채수일(한신대), 최성수(미디에이터연구소장), 최인식(서울신대), 최형묵(한신대), 한인철(연세대), 홍인식(멕시코장신대), 홍주민(한신대) 이상 신학자 28인 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