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서광선 전 회장(이화여대 명예교수)이 영면에 들어갔다. 향년 92세. 이 전 회장은 26일 밤 10시 30분경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호흡곤란을 호소하다가 입원차 앰뷸런스를 타고 가던 중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고인은 1931년 평안북도 강계에서 태어났으며 대한민국 해군에서 복무했다. 미국에서 철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뉴욕 유니온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M.Div)를 수료했으며 밴더빌트 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Ph.D)를 받았다.
귀국 후 이화여자대학교 교수(1964~1996)로 재직하며 동 대학교 문리대학장, 교목실장,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민주화 운동을 이유로 해직당했다가(1980~1984) 그 기간 중에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수학해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에서 목사로 안수를 받고 압구정동 현대교회를 담임했다.
세계YMCA회장(1994~1998)을 역임했고 미국 뉴욕 유니온 신학대학원, 미국 드류 대학교 신학대학원 및 홍콩 중문대학교의 초빙교수로 활동했으며 홍콩 주재 아시아 기독교고등교육 연합재단(United Board for Christian Higher Education in Asia)의 이사 및 부회장을 역임했다.
이 밖에 한국YMCA 전국연맹 이사, 세계교회협의회(WCC) 신학교육위원회 실행위원, 미국 유니언신학대학교 대학원·드류대학교 신학대학원 초빙교수, 홍콩중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YMCA 전국연맹 100주년기념사업회 공동대표 등을 지냈으며 본지 회장과 논설주간을 맡기도 했다. 혜암신학연구소가 발행하는 「신학과교회」 초대 편집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종교와 인간」 「기독교 신앙과 신학의 반성」 「한국기독교의 새 인식」 「한국기독교 정치신학의 전개」 「거기 너 있었는가, 그때에」 「기차길 나그네길 평화의 길」 등이 있다.
고인의 삶은 정치신학의 여정으로 풀이된다. 믿음의 실천성을 강조해온 서 전 회장은 <거기 너 있었는가, 그때에>(한울 아카데미)에서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예수의 뒤를 따라 사는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치신학자 서 전 회장은 책에서 "(믿음은)교회 안에서 예배당이나 성당 안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며 "이 세상에서 예수가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하나님의 정치를 하신 것처럼 행동하고 사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온 세계를 품는 하나님 나라의 정치적 사명을 분명히 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누가복음 4장 18~19절의 말씀을 인용했다.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너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고인이 생전 정치신학의 당위성과 그 현실성을 강조하기 위해 즐겨 인용했던 표현은 20세기 신학의 거장 칼 바르트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권면했던 "한손에는 성경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신문을 들어라"였다. 서 전 회장은 칼 바르트의 이 같은 권면과 관련해 지난 2017년 6월 1일 본지 회장 취임사에서 아래와 같이 밝힌 바 있다.
"성경과 신문을 두 손으로 들고 있지만 말고, 번갈아 읽으라는 뜻일 겁니다. 성경을 보는 눈으로 신문을 읽으라는 뜻입니다. 성경 말씀에 비추어서 신문에 보도되는 세상사들을 해석하라는 것이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성경에 기초한 신앙의 눈으로 이해하고 해석하고 신앙의 지표로 삼으라는 것입니다."
정치가 신문을 신학이 성경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볼 때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로 환원되거나 치환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긴장 속에 적절한 균형을 맞추어 나가는 믿음의 삶. 그것이 그가 말한 정치신학이었다.
한편 코로나19 사인으로 인해 서 전 회장의 빈소는 따로 마련되지 않으며 장례예배는 생전 출석했던 봉원교회에서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러질 예정이다. 장지는 봉원교회 묘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