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데스크시선] 자가당착 불사한 개신교의 진영 갈등

개신교 진영 간 골 깊어진 20대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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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20대 대선을 지나면서 지역·세대·계층·성별간 갈등이 심화되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번 대선에서는 특히 개신교 내 진영 갈등도 첨예하게 나타났다. 특정 정치 성향의 개신교 목회자 및 평신도들은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비판하는 연서명에 이름을 올렸으며 심지어 어떤 목회자는 설교 강단에서 특정 후보를 찍으라는 뉘앙스의 정치적 발언을 했다가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기까지 했다.

반면 어떤 목회자는 설교 강단이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선거 기간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개신교인들의 성숙한 선거 문화를 이끌기도 했다.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는 교회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에 반대 의사를 표출하며 교회는 선거 기간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게 아니라 성경적 원리에 입각해 성도 개개인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를 그 역할로 한정했다.

이러한 건전한 움직임이 있었음에도 초박빙 신승의 이번 투표 결과가 보여주듯이 대체로 이번 선거에서 개신교의 정치 참여는 정치적, 종교적 과열 양상을 띠면서 진보, 보수 진영 간 골이 더 깊어지는 상황으로 치달았다는 게 중론이다.

종교인들의 정치적 열광주의는 진영 논리와 맞물리면서 자기모순과 내로남불을 불사하며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오직 예수'라는 구호와 함께 배타적 진리를 주장하며 이단과 신천지 등을 철저히 배격하는 신앙의 전통에 서 있는 보수 교회는 이번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둘러싼 무속·신전치 연관 의혹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으며 암묵적으로, 또 공개적으로 해당 후보를 지지하는 자기모순적 태도를 보여줬다.

반대로 진보 교회는 종교간 대화 원리에 입각해 그동안 샤머니즘을 종교인의 종교성을 구성하는 요소로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등 종교적 자산으로 여기며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왔는데 유독 이번 대선에서만큼 특정 후보와 그의 부인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샤머니즘을 배격하는 태도를 보여 내로남불이란 지적을 받았다.

특정 후보의 무속·신천지 의혹 보다 반공 이념이 우선이었고 내로남불 자가당착에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특정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지하며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게 먼저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정 정치적 이념을 토대로 한 진영 논리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자가당착은 애당초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NCCK는 10일 발표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논평애서 한국교회를 향해 "진영 이데올로기나 집단적 이해관계에 구속되지 말고 복음의 공적 가치를 토대로 상호보완적 일치를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개신교인들은 특정 정치적 이념을 근거로 한 진영 논리에 갇혀 있을 게 아니라 이를 혁파하고 복음의 공적 가치를 드러내야 마땅하다. 신앙을 정치 이념화 하거나 이념을 우상처럼 숭배하는 일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성서나 교회 전통이 아닌 이념을 잣대로 상대방의 신앙을 재단하고 정죄하는 일을 삼가고 화해의 복음을 토대로 서로간 상호보완적 일치를 추구함으로써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 대화합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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