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장애인소위원회(위원장 황필규 목사, 이하 위원회)가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하철에서 이동권 보장을 위해 시위 중인 장애인들을 향해 차별과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언동을 일삼은 일에 대해 심각한 우려의 입장을 나타냈다.
최근 "사회적 돌부리를 제거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위원회 측은 먼저 장애인들의 혜화역 출근 시위에 연대의 의지를 피력했다. 위원회는 "앞으로도 이들의 절박하고도 정당한 요구가 실현될 때까지 기도와 행동으로 연대하며 함께 할 것이다"라며 "이들의 요구는 우리 사회를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풀을 뜯"(이사야 11:6)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로 만들어 가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어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특별한 노력이나 불편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기본 생존권과도 직결되는 가장 보편적인 권리이다"라며 "이들이 따가운 눈총을 감수하면서까지 출근 시위를 벌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문명국가인 대한민국 정부가 이 당연한 권리를 온전하게 보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문제의 발언을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는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통해 장애인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위원회는 "장애인들의 일상적 삶을 부정하고, 장애인들의 절박한 요구를 부조리하고 비문명적인 행위로 폄훼하는 언사이다"라며 "뿐만 아니라 이는 장애인들과 비장애인 시민들 사이를 분열시키는 반인권적·비민주적·반문명적 퇴행이며 부조리한 행위이다"라고 지탄했다.
출근 시간대 장애인들 시위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부연했다. 위원회는 "출근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는 행위가 곧 시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장애인들에게 있어서 지하철의 문턱이 높다는 의미이며, 우리 사회가 이들의 이동권을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이다"라고 했다.
끝으로 위원회는 "우리는 수권정당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발언에 심각한 우려와 분노를 표하며 이제라도 자신의 인식의 모순과 무지를 깨닫고 장애인 혐오와 차별 발언에 대해 당사자들과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으며 "나아가 장애인 이동권과 권리 보장 예산 수립을 차기 정부의 과제에 반영하여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차기 정부를 향해서는 "생명위기시대에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중되는 생명의 위협을 인간존엄의 차원에서 깊이 헤아리고, 그들의 관점에서 사회적 법적 토대를 재구성하는 사명이 국가에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이 성명에서 인용된 성경구절은 "너는 귀먹은 자를 저주하지 말며 맹인 앞에 장애물을 놓지 말고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 나는 여호와이니라"(레위기 19:14)이었다.
한편 출근길 지하철 시위 관련 '장애인 혐오' 논란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사과할 의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자신은 장애인을 혐오한 적이 없고 다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 방식을 비판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장애인 혐오는 당연히 안 한다"면서 "전장연이 오히려 저에게 장애인 혐오 프레임을 씌우려고 했던 것에 사과한다면 받아줄 의향은 있다"고 발언했다. 자기가 사과할 일이 아니라 장애인 단체가 사과할 일이라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