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 화해·통일위원회(위원장 정병주 목사)가 2022년 부활절에도 남북공동기도문 남측초안(국문,영문)을 작성했다.
위원회는 "조선그리스도교련맹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지만 세계교회협의회(WCC)를 비롯한 온 세계교회들이 부활절에 본위원회가 작성한 공동기도문 초안으로 부활절 예배 시에 기도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남측 부활절 공동기도문 전문.
2022년 부활절 남북(북남) 공동기도문 (남측 초안)
주님, 역사의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신 예수님께 베푸신 부활의 은총을 구하며, 남북(북남)의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기도합니다. 어둠 짙은 한(조선)반도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드리는 우리 기도를 들어주옵소서.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2018년 온 민족이 기뻐하며 함께 맞이한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의 열기는 이제 싸늘하게 식고 말았습니다. 민족의 운명이 걸린 약속들이 휴지처럼 버려지고, 민중(인민)의 피땀으로 쌓은 평화의 제단이 하나둘 허물어질 때, 우리는 침묵의 그늘에 머물렀습니다. 대화는 결렬되고 교착 상태는 깊어 가고 있습니다. 갈등과 대결의 파고는 높아지고 평화의 꿈은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평화를 향한 주님의 부르심을 외면한 우리 죄를 참회합니다.
우리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한(조선)반도는 여전히 분단의 사슬에 묶여 있습니다. 전쟁의 상처와 분단의 비극은 38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과 마음에도 깊이 배어 있습니다. 개성공단은 닫히고, 금강산을 향한 발길은 끊겼으며, 남북(북남)을 잇는 철로 작업은 중단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형제자매를 향한 경제제재와 군사동맹의 악습이 강화되는 것을 보면서도 분연히 일어나 평화의 문을 활짝 열지 못하는 우리를 용서하옵소서.
주님의 길을 다시 가르쳐 주옵소서.
분단은 우리 민족이 풀어야 할 역사의 과제입니다. 주님이 주시는 영감과 상상력에 힘입어 남북(북남)의 형제자매가 함께 평화를 위해 일하게 하옵소서. 한(조선)반도의 문제 해결 방식이 인류와 문명의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도록 은총을 베풀어주옵소서. 대결의 시대를 종식하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고자 하는 민중(인민)의 염원을 당국자들도 받들게 하옵소서.
우리가 평화의 복음을 굳게 붙들기를 원합니다.
죽음의 골짜기에서 마른 뼈가 되살아나는 환상을 에스겔에게 주셨듯이, 우리에게도 갈라진 민족의 회복과 한(조선)반도의 통일을 향한 부활의 꿈을 부어주소서. '평화를 이루기까지 있는 힘을 다하라!'라는 주의 말씀을 붙잡고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겠습니다. 정전협정 70주년을 앞두고,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행진을 다시 시작하렵니다. '종전평화운동'을 위해 힘쓰는 국내외 믿음의 형제자매들의 발걸음을 인도하여 주옵소서.
주님의 나라의 도래를 구합니다.
기후위기로 신음하는 피조물, 코로나 사태로 고통당하는 인류, 전쟁과 대결로 공멸의 위기 앞에 선 세계 시민 모두가 당신의 나라를 갈망합니다. 주님의 긍휼에 힘입어 인류가 하나 되어 부활의 언덕을 오르도록 은총을 내려주옵소서.
평화의 길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2022년 4월 17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조선그리스도교련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