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 지난 17일 부활절 예배를 통해 부활하신 주님이 스스로 골방에 갇혀 있었던 제자들을 찾으시는 장면을 살피면서 무엇보다 주님이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시는 장면에 머물면서 그 의미를 곱씹었다.
적대감이 넘치는 바깥 세상이 두려워 골방에 갇혀있던 제자들을 찾은 주님은 그들에게 평화의 인사를 전하며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과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낸다"며 파송의 말씀을 전한다.
이에 김 목사는 " 제자들이 지금까지 보인 모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3년씩이나 주님과 동행했지만 그들은 주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주님과 더불어 열리는 새 하늘과 새 땅에는 열광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옛 삶의 인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루살렘에 올라가면 누가 주님의 좌우편에 앉을 것인가를 놓고 갈등했고, 위험이 다가오자 다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며 "제자의 자격 시험이 있다면 그들은 실격이다. 그런데도 주님은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으시고 그들을 여전히 신뢰하신다는 신호를 보내신 것이다. 자격이 없는 데도 받아들여진다는 것, 바로 여기에 은총의 신비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님이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는 장면에도 주목했다. 그는 ""성령을 받아라" 요한복음에서 성령은 그리스도의 영이다. 그 영은 살리는 영이다. 주님과 만난 사람은 다 살아났다. 나사로만 살아난 것이 아니다"라며 "갈릴리의 어부들도, 세리도, 병자들도, 귀신 들린 자들도, 행실이 나쁘다고 소문이 났던 여인도 다 참 사람으로 살아났다. 주님은 봄바람처럼 다가가 사람들 속에 잠들어 있던 아름다운 가능성이 싹 트게 하셨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주님의 영은 바로 그런 힘입니다. 제자들 속에 숨을 불어넣으신 주님은 그들이 해야 할 일도 일러주신다"며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 죄가 용서될 것이요, 용서해 주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20:23)라고 말씀하신다. 부활하신 주님의 첫 명령이 용서인 게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죄에 얽매인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용서의 복음을 전하라는 말일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여기서 용서를 뜻하는 헬라어 '아피에미 aphiemi'는 '떠나보내다', '가게 하다'라는 뜻을 내포한다. 용서한다는 것은 달리 말해 어떤 일에 붙들리지 않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라며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받은 상처나 모욕의 기억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것을 떠나보내지 못하면 그것은 두고두고 우리 삶을 괴롭힌다. 주님은 당신을 부인하고 배반한 제자들을 용서하셨다. 이 때 용서는 그들을 여전히 제자로 받아들이셨다는 말이다. 그 용서가 제자들을 변화시켰다. 주님은 그들의 연약함을 감싸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명백한 불의에 대한 용서는 사정이 다르다. 정의가 없는 용서는 악에게 힘을 더해줄 때가 많기 때문이다"라며 "악인들은 처벌 받아야 한다. 그래야 정의가 세워진다. 처벌을 받고 돌이킨다면 믿음의 사람들은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용서한다는 것은 가해와 피해의 도식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아픈 상처의 기억에 붙들려 있는 동안에는 창조적인 삶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주님의 숨을 받아들인 사람들만이 용서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그리스도의 영은 폭력과 통제를 통해 생명을 제압하려는 제국의 지배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뿐만 아니라, 세상 권력 앞에서도 당당하게 생명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준다"며 "부활절은 우리에게 생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주님은 부활의 첫 열매가 되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상에는 평화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다른 이들을 희생시킴으로 자기들의 야욕을 채우려는 이들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런 위협에 흔들리지 않고 인간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야말로 하나님께 속한 사람들이다"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부드럽고 연약한 것들이 강한 것을 이긴다. 주님의 부활은 사랑이 증오를 이김을 보여준다. 지극한 어둠 때문에 낙심하지 말라. 그리스도의 영으로 충만하여 작은 등불 하나라도 밝혀 들자. 주님은 우리를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초대하고 계신다"며 "전쟁과 분열을 획책하는 이들에 맞서 끝끝내 평화를 추구하고 인간의 탐욕으로 말미암아 망가진 창조세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할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셈이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가 우리 운명이 된다. 부활의 빛이 우리 앞길을 비추시기를 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