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 교수(한동대 커뮤니케이션학부)가 지난 29일 'OTT 플랫폼 시대와 교회'라는 제목의 글을 <좋은 나무>에 기고했다. 주 교수는 이 글에서 플랫폼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고 있는 교회의 현실을 우려하며 "OTT 시대 교회의 콘텐츠는 이보다 더 세분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주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 이용이 일상화 되면서 사회 ·문화 영역이 급속도로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교회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원인으로 세속 문화에 대한 교회의 성속 이원론적 접근을 들었다.
그는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기독교계가 고수해 온 반미디어(anti-media) 입장에서는 TV, 영화, 대중 음악, 게임, 인터넷 등의 미디어가 그 자체로 악(惡)으로 여겨지곤 했다"며 "그러다 보니 교회의 외형과 교인의 수는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딱히 기독교 문화 콘텐츠라고 할 만한 것들은 거의 전무한 형편이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주 교수는 OTT 미디어의 등장에 대해 "팬데믹 이전부터 진행된 언택트 문화는 사적 영역을 강화함으로써 개인의 욕구를 보다 세분화하고 구체화한다"며 "방송의 시대에서 협송의 시대로의 전환에서 진일보하여, 이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수용자가 원하는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맞춤형 콘텐츠 시장이 도래하게 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성 세대와 달리 MZ 세대로 불리는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본인이 원하는 형태의 상품과 영상 콘텐츠를 골라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관여로부터 자유롭고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출 수 있는 플랫폼 환경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들이 기존의 방송 대신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에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뒤늦게 시작된 기독교 콘텐츠 실태에 대해 "보편성이라는 개념은 점차 희박해지고, 취향은 더욱 세분화되며, 언택트 문화로 인해 개인 간의 관계도 점차 느슨해지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교회들이 그리고 있는 자화상은 한 마디로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라고 평가한 주 교수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어떤 수준에 도달하기엔 갈 길이 멀다"고 주장했다.
OTT 플랫폼에 익숙한 세대를 위해 교회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주 교수는 "방송의 시대에는 카리스마 있는 목회자의 설교만으로도 교회를 움직일 수 있었다. 이후 협송의 시대가 되면서 성도들의 세분화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제자훈련이나 양육 과정이 도입됐다"며 "이제 OTT 시대 교회의 콘텐츠는 이보다 더 세분화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교회는 다양성을 존중할 뿐 아니라 그것을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 물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거부한다면 10년 후의 교회에서는 다음 세대를 찾아보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