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2월 여신도 강간치상, 준강제추행 등으로 징역 10년 형을 살고 만기 출소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총재가 또 다시 성폭력 혐의로 경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그런데 정 총재가 경찰 소환 당시 이른바 ‘방탄' 출석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
사건을 담당하는 충남지방경찰청은 지난 10일 정 총재를 소환 조사했다. 정 총재의 출석 장면은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특히 한 지역 방송사 취재진은 정 총재 소환이 예상되는 시기를 전후 해 1주일 간 경찰청 주변에 대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취재진의 감시망(?)을 비웃듯 정 총재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청 관계자는 "정 총재의 변호인단이 현장을 확인하고 동선을 면밀히 관리했다. 정 총재는 취재진이 접근할 수 없는 통로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변호인단의 ‘엄호'로 그 어떤 언론사도 정 총재의 경찰 소환 장면을 담을 수 없었다.
앞서 올해 3월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선 정명석 출소 후 성폭력 피해자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기자회견에서 영국 국적자 메이플 씨는 "만 18세이던 2011년 홍콩에서 JMS에 포교돼 신도가 됐다"며, "2018년 2월 정명석이 출소 한 이후 2021년 겨울까지 15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아어 7월 JTBC는 정 총재의 성폭력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서 정 총재는 피해자에게 "다른 사람 만지지 마. 이거는, 이건 하나님 것이니까, 응? 알았어? 하나님이 선생님 것이고, 하나님 뜻인 거야. 알겠어? 이거는 하나님 뜻"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 총재의 성폭력 혐의는 충남지방경찰청이 수사 중이다. 정 총재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 JMS 측은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 과장된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고향에 아성 구축한 정명석, 사법감시망 비웃다
문제는 출소 이후 정 총재의 행적이다. 정 총재는 출소 후 고향인 충남 금산 월명동에 마련한 수련원에 들어갔다.
원래 이곳은 달밝골로 불렸는데 정 총재가 ‘서울 명동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들 것이란 주님의 음성을 들었다'며 월명동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그는 이곳을 근거지로 교세를 키웠다.
기자는 실제 JMS 집회에 참석한 이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JMS는 점조직 형식으로 움직였다.
JMS 소속 목회자가 신도들을 모집했고, 모집된 신도들은 알음알음 자신과 가까운 친척이나 지인을 동행했다. 사전에 모집하지 않은 이들이 접근하면 철저하게 신원을 확인했다. 활동 반경도 금산에 그치지 않고 아산 등 충남권 대도시도 사정권에 뒀다.
지역언론도 JMS에 다소 우호적이었다. 한 지역 언론은 2021년 7월 15일자 ‘내 고향 월명동, 표적의 골짜기'란 제목으로 정 총재 인터뷰를 실었다. 이 기사는 JMS를 이렇게 소개했다.
"월명동은 기독교복음선교회와 꼭 닮았다. 약 10년의 기간 동안 창립자인 정명석 총회장이 옥고를 치렀지만 교세는 더 커졌다. 일본, 대만, 미국 등 전 세계 73개 나라에 복음의 지평을 넓혔고, 전국 200여개 도시에 대형교회를 세웠다.
한국 사회에서 기독기성세대의 교세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례적이다. 대답은 간결했다. 하나님의 ‘절대말씀'을 그대로 전하고 따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논리적인 젊은 신도들의 증가를 꼽았다."
정 총재가 출소하기 3개월 전인 2017년 11월 대전지방법원은 대전지검이 낸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를 인용했다. 이에 따라 정 총재는 전자발찌를 차고 교도소를 나왔다. 정 총재는 7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해야 한다.
출소 후 성폭력을 가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 총재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이렇게 정 총재에 대한 사법당국의 감시가 닿지 않았던 데엔 자신만의 아성을 구축한 데 힘입은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정 총재가 또 다시 성폭력으로 사법적 단죄를 받을지는 경찰의 수사의지에 달려 있다. 이에 대해 사건을 담당하는 충남지방경찰청은 "수사 중"이라며 극도로 말을 아끼는 중이다. 게다가 정 총재가 건강 이상을 내세워 조사를 기피하는 태도를 취해 수사가 난항인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