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두고 기독교계 일각에서 사건의 방아쇠로 서양 할로윈 문화를 지목하고 할로윈의 반기독교 문화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런 주장을 펼치는 이들을 향해 "그 입을 좀 다물고 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려신학대학원 전 교수 박영돈 목사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젊은이들이 몰려 서양 귀신 놀이하느라 아수라장을 만들어 그런 죽음을 자초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이들을 보면 화가 난다"며 "어떤 이들은 애도는 하지만 사람들이 두려워 할로윈의 반기독교 문화적 문제를 비판하는 것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열을 올린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 목사는 "정 하고 싶으면 지금은 말고 나중에 하라"며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있는 문화를 비판하고 분석하는 것은 단순 무지한 흑백논리로 처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할로윈에 대해 "원래 고대 컬트족의 축제에서 비롯되었지만, 중세 가톨릭에서는 모든 성인 대축일로 자리 잡았다"며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트릭오어트릿(trick-or-treat)'라고 외치면 사탕이나 과자를 준비했다가 주는 즐거운 연중행사다"라고 전했다.
미국 이민 생활을 회고한 그는 "핼러윈에 과자를 준비해서 아이들에게 주곤 했다. 모든 교인이 그랬을 것이다. 핼러윈은 종교적인 행사라기보다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재미 문화에 가깝다"며 "한국에서 영어교육 열풍이 불면서 원어민 교사들이 많이 들어오고 그들로 인해 핼러윈 행사가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되었다"고 했다.
박 목사는 이번 이태원에 나온 젊은이들도 이처럼 귀신축제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즐거운 놀이 문화에 온 것이다"라며 "물론 좀 더 질서 있고 성숙한 문화가 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라고 아쉬음을 전했다.
이어 할로윈 문화 보다 더 심각하게 비판해야 할 문제로 할로윈을 상업화하여 "톡톡히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의 탐욕"을 겨냥했다. 박 목사는 "이 사회와 교회를 사로잡고 있는 것은 핼러윈에 젊은이들이 쓴 탈로 형상화된 잡신이 아니라 돈과 권력과 번영이라는 강력한 신이다"라고 했다.
우리사회가 탐욕의 신에 사로잡힌 형국을 설명하기 위해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박 목사는 "이번 참사 바로 다음 날 이태원 맘 카페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집값 떨어지겠네. 왜 하필 우리 동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원망스럽다는 내용이었다"며 "돈이라는 맘몬 신에 사로잡히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공감력까지 잃어버리는 모양이다"라고 개탄했다.
끝으로 "권력에 대한 탐욕에 사로잡힌 자들도 마찬가지다. 공감 능력을 가장 훼손하는 것이 권위의식이라고 한다. 이 나라에 지도자라는 이들 중에 그런 자가 많다"며 "가장 공감력이 있어야 할 종교인들도 단선 논리나 이데올로기로 사고가 경직되어있으면 비정함과 무감각함을 드러낸다. 경건의 언어로 포장된 섣부른 판단은 희생자 가족에게는 폭력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