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원용철, 이하 정평위)가 19일 성명을 발표하고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을 무리하고 비상식적인 행위라고 우려를 표하며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사과를 촉구했다.
정평위는 성명에서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펼친 데에 "국가정보원은 민주노총 간부 1인의 책상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에어매트리스를 설치하고 국가정보원 직원과 경찰 수 십 명을 동원하는 등 체포 작전을 펼치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함으로써 민주노총을 범죄단체로 낙인찍었다"고 했다.
이어 "압수수색 영장은 유죄를 증명하기 위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집행하는 사법절차이다"라며 "압수수색의 대상이 된 사람 혹은 단체는 법위반자로 추정될 뿐 그 범죄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아직 없는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도 국가정보원은 '간첩단' 운운하며 체포 작전을 펼치듯이 밀고 들어감으로써 민주노총이 마치 반국가단체라도 되는 듯이 비취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것은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은 누구든 적으로 삼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면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집행하면 그만이다"라며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민주노총에 대하여 이렇듯 무리하고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압수수색을 집행한 이유를 분명히 밝히고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평위는 끝으로 국가보안법을 가리켜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지적하며 해당 법이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을 탄압하는 데에 악용되고 있다"고 호소한 뒤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전날인 18일 서울 중구 정동의 민노총 본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 제주 세월호 제주기억관 평화쉼터 사무실 등 최소 10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국정원은 현재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 세력들이 제도권 단체인 민노총에 침투한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