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선택적이고 자의적이며 편파적인 "성경대로"

이신건 은퇴교수, "성경대로" 명분이 갖는 위험성 지적

bible
(Photo : ⓒpixabay)
▲성경책

신앙의 입장 차이를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질 때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성경대로"라는 어법의 허위성을 지적한 한 신학대 은퇴교수의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신대 이신건 은퇴교수는 며칠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성경대로"가 위험하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신의 견해가 옳다고 주장하는 기독교인들이 가장 흔히 사용하는 어법은 "성경대로"이다"라며 "하지만 그들의 성경읽기와 성경해석은 매우 선택적, 자의적, 편파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그들도 얼마나 자주 성경의 참 뜻을 오독하고 무시하며 얼마나 노골적으로 성경대로 살지 않고 있는지 스스로 반성할 의지와 능력도 없다"며 "이런 점에서 그들은 바리새인과 같은 위선자들과 같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사람들은 자기가 진리의 최종 심판관이고 하나님의 자리에 앉아 있는 줄로 착각한다"며 "정말 성경대로 말하고 행동하려면,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을 함부로 비판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되며, 심지어 나보다 남을 더 낫게 여기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경대로"라는 어법에 깔려있는 폭력적 실체도 폭로했다. 이 교수는 "성경이 구원을 주는 책이라고 말하지만 "성경대로"라는 명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비난, 핍박, 살해했는가?"라고 반문하며 "그러므로 "성경으로 돌아가자!"거나, "성경대로 믿자!"라는 구호는 더 이상 신뢰를 주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특히 "건전한 주석과 선한 선생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성경 읽기는 어린이에게 총을 안겨주는 꼴이다"라며 ""정말 "성경대로"가 문제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가 바로 성경이고 세상에서 가장 해로운 독버섯이 바로 맹목적 성경읽기다. 그러므로 건전한 주석과 선한 선생의 도움을 받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성경을 전혀 읽지 않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오래 전부터 저는 교회에서 일방적으로 설교하기를 거부한다. 왜냐하면 나도 남들에게 약보다는 독을 주고, 구원보다는 멸망의 길로 인도하기 쉽기 때문이다"라며 "나는 설교에 대해서도 항상 질문과 토론에 열려 있으며 나 자신의 설교도 늘 비판적으로 반성하며 살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성경대로"를 읊조리는 사람들을 경계할 것을 당부하며 "그들은 대개 인간을 미혹하며 가장 큰 이익을 노리는 사람들이다. 제발 "성경대로" 알려고 하지 말고, "성경대로" 살려고 하지도 말자. 성경도 비판적으로 읽고, 열린 자세로 해석해야 한다. 성경이 무슨 우상과 교황이며, 성경 읽기가 무슨 거룩한 우상숭배인가? 예수를 잘 믿고 예수처럼 잘 살기도 어렵지만, "성경대로" 잘 믿고 잘 살기는 더 어렵다"며 글을 맺었다.

이지수 admin@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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