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설교] 능력을 갑절로

한문덕 목사(생명사랑교회 담임)

hanmoonduck
(Photo : ⓒ생명사랑교회 홈페이지(https://www.agapao-zoe.com))
▲생명사람교회 한문덕 담임목사

성경본문

열왕기하 2장 1-15절

설교문

[신앙 있는 교양인, 교양 있는 신앙인]

제가 2018년 12월 2일 대림절을 시작하면서 여러분에게 했던 설교 제목은 <신앙 있는 교양인, 교양 있는 신앙인>이었습니다. 신앙과 교양을 함께 갖춘 그리스도인의 양성은 한국 개신교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입니다. 오늘 세상에서 많은 이들은 눈에 보이는 물질과 자본을 토대로 충분한 문명을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인간은 태생적으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월을 감행하려는 종교적 인간이기 때문에 신앙과 영성을 배제하고는 높은 수준의 사회와 문명을 만들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개인들의 파편적 신념을 넘어서 올바른 신앙과 영성을 갖추는 것은 현대 사회의 인류가 반드시 고민해야 합니다. 한편 합리적 사고와 차분한 논리, 보편적 안목과 숙성된 인격을 갖추지 못한 종교는 언제든 미신과 광신, 주술과 헛된 욕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한국 개신교인들의 신앙 성숙을 위해서 특히 교양이 중요한 이유는 한국의 종교 전통 밑바닥에 무속적 특성이 면면히 흐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천주교는 서구 학문과 문물에 관심이 많았던 남인 계열의 실학자들을 중심으로 유입되었고, 시작부터가 서학(西學)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됩니다. 서학이 지닌 평등 정신은 성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조선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려던 일부 유학자와 중인(中人)에게 호응을 불러일으켰지만, 유교 질서의 와해를 우려한 조선 사회의 지배 계층들은 철저하게 천주교를 탄압합니다.

서세동점(西勢東漸)이라는 국제 질서의 변화와 동아시아의 근대화 바람을 타고 조선의 전통사회가 점점 쇠락해 가는 과정에서 개신교가 들어옵니다. 개신교는 천주교와 달리 조선의 지배계급이 아닌 민간 속으로 스며들었고, 유교적 사회질서에 균열을 내고, 무속적 신앙과 대결하면서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이후 일제에 의해 나라를 빼앗기고, 전쟁을 겪고,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다수의 가난한 국민은 의지할 곳을 잃게 됩니다. 마을이 와해 되고, 전통이 사라지면서 고향에서 뿌리 뽑힌 다수의 사람은 새로운 공동체와 안식처를 찾게 되는데, 한국 교회가 큰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그리스도교의 복음과 무속의 기복신앙이 뒤섞이고, 역사와 사회를 책임지려는 그리스도교의 높은 이상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높은 도덕성은 재앙을 피하고 복을 받으면 된다는 매우 사적인 무속 신앙에 의해 흐릿해지고 맙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며 살겠다는 그리스도인들이 아니라, 혼란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서 피난처로만 교회를 생각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본받아 자신을 드려 형제자매와 이웃을 섬기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 믿고 복 받아서 나만 잘 살겠다는 사람들로 교회가 가득 차게 된 것입니다. 지금 국민의 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여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김기현 의원은 울산의 한 교회 장로인데, 울산 시장 시절 진행했던 사업들에서 땅 투기 의혹에 휩싸여 있고, 최근 뉴스타파는 김기현 씨가 교회 지인이 승소할 수 있도록 위조 증거를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세상 사람들의 도덕성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것은 성서가 말하는 신앙의 눈으로 보면 실로 부끄러운 것이고, 눈에 보이는 형제자매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 또한 어불성설입니다.

이제 한국이 부유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자, 교회를 피난처로 삼았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교회를 떠나가고 있습니다. 제힘으로 먹고살 만하기 때문입니다. 또는 다른 한편에서는 이와 반대로 교회를, 가진 자들이 친교를 나누며 저희끼리만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강력한 권력의 장으로 활용합니다.

한편 요사이 한국 사회에서 새롭게 부각 되는 가스라이팅, 그루밍의 문제가 있는데, 가스라이팅이나 그루밍은 사람의 친밀한 관계를 이용해서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조종하는 일을 말합니다. 지난 화요일 PD 수첩은 한 여성의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사건의 주인공은 학원 강사 시절 알게 되어 친해진 언니에 의해 가스라이팅을 당해 성매매까지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받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스라이터에 의해 마음을 사로잡힌 사람들은 제 인생을 살지 못하고 고통의 세월을 보내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그루밍이나 가스라이팅에 가장 취약한 곳이 바로 종교집단입니다. 신천지나 JMS, 통일교 등 각종 이단은 신앙과 하나님의 이름으로 사람을 착취하는 대표적인 곳이고, 교회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성범죄가 다 이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간관계 속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다 너를 위해서 그런 거야"라는 말을 하면서 일어나는 심리적 지배와 억압, 착취 구조는 매우 친밀한 사이에서 더 극성을 부릴 수 있는데, 교회에서는 하나님의 이름과 신앙을 이유로 들면서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목사를 영적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신처럼 떠받드는 권위구조는 더 그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신앙을 비판적인 교양의 눈으로 살펴야 하고, 또 교양을 깊이 있는 신앙의 눈으로 심화해야 합니다. 우리를 성장하게 해주지 않는 신앙은 그 자체로 성장해야 할 신앙이고, 질문하지 않는 신앙은 질문을 받아야 할 신앙입니다. 잠든 우리를 깨우지 않는 신앙은 깨어나야 할 신앙이고, 우리를 뒤흔들지 않는 신앙은 뒤흔들려야 할 신앙입니다. 머릿 속에만 머무는 미온적인 신앙은 '신앙'이라는 관념일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신앙이 깊고 넓은 것이 되려면 바로 교양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

그렇다면 교양이란 무엇일까요? 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할까요? 올해 초부터 청년들과 <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라는 책을 함께 읽고 나누고 있습니다. 이 책은 교양이란 무엇인지, 교양인은 어떤 사람들인지, 교양 교육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오늘날 21세기의 교양은 무엇이며, 교양인이 되기 위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교양인은 시야가 넓으면서도 세밀한 비판적 관점을 지니고 있어서 작은 차이를 구별할 줄 아는 디테일에 강한 사람입니다. 또 교양인은 호기심과 애정을 가지고 사람을 관찰하면서 인생살이는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교양인은 자신을 성찰하여,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알고 있고, 지금 자신이 처한 시공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입니다. 교양은 자신을 예술적으로 표현할 줄 알고, 그래서 다차원적인 행복을 누리는 사람입니다. 무엇보다도 교양인은 자신의 마음을 가꾸는 일에 매진하여 시민 의식을 키워나가는 사람이고, 감정적이고 지적인 공감 능력을 키워 열린 마음과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사람입니다.

이 책이 21세기 핵심 교양으로 내세운 것 중에 지리학이 있었는데, 저도 새롭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역사와 거기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는 것, 사람은 자신의 주위 환경에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주며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장모세 집사와 하린이가 유럽 각지를 여행하면서, 그곳을 사진에 담아 SNS에 올리고 있는데, 그 자료를 통해 새롭게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두 분은 더 큰 배움을 얻겠지요.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있으니까요.

또 21세기 교양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과학 교양"입니다. 제가 지난주에 챗 GPT에 대해서 말씀드렸고,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달이 우리 사회를 급격하게 바꿀 것이라고도 하였습니다. 챗 GPT는 2021년까지의 자료만 사용하고 있고, 또 적극적으로 답을 해야 한다는 프로그래밍 때문에 때로 엉뚱한 답변과 거짓말을 하는 문제가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이것을 보완해 검색과 대화를 모두 가능하게 하고, 현재의 인터넷 자료까지 활용할 수 있는 Bing이라는 검색엔진을 전혀 새로운 것으로 탈바꿈해서 내놓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 대한 이해와 과학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은 우리의 구체적 삶과 바로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의 저자는 21세기 교양인이 되기 위해 교양인의 태도부터 갖추고, 적확한 언어를 사용하며, 우리 삶의 근본이 되는 개념들을 익히고, 지적 얼개를 구축하라고 제안합니다. 동시에 자신의 관점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모든 지식정보를 얻을 때에 그 위상과 개요를 파악하며,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상상력을 키워나가라고 조언합니다.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는 오늘 성서 본문을 통해 우리가 신앙 있는 교양인, 교양 있는 신앙인으로 확실하게 뿌리내리기 위한 실마리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오늘 본문은 엘리사가 어떻게 엘리야의 뒤를 이어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했는지 보여 줍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오므리 왕조 아합왕 시대에 하나님의 예언자로서 이스라엘 신앙의 순전함을 지켜내고, 하나님의 능력을 만방에 드러냈던 엘리야가 이제 하나님 곁으로 갈 때가 되었습니다. 엘리야는 이 시간을 온전히 홀로 보내길 원합니다. 하나님과 자기만의 시간이 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엘리사는 스승 엘리야를 홀로 두지 않고, 계속 따라갑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엘리야를 데려가는 그 순간에 그 자리에 함께 있었고, 엘리야로부터 자신이 원했던 능력을 이어 받게 됩니다.

이 장면이 저에게는 오늘날 성숙한 신앙인, 즉 교양 있는 신앙인이 되기 위한 태도와 자세로 보였습니다. 첫째는 엘리사의 굳은 다짐과 실천력입니다.

주님께서는 엘리야를 길갈에서 베델로, 베델에서 다시 여리고로, 또 여리고에서 요단강으로 계속 보내십니다. 길갈은 가나안 땅 정복에 있어서 야전 사령부가 있었던 곳(여호수아 4:19-22)이고, 요단강에서 가져온 열두 돌로 하나님께서 구원하셨음을 나타냈던 장소입니다. 베델은 믿음의 아버지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자신의 고향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약 1,600km를 이동한 뒤 첫 번째 하나님께 제단을 쌓은 곳(창세기 12:8)입니다. 이스라엘의 조상이 되는 야곱 또한 형 에서를 피해 도망가는 여정 가운데에서 바로 이곳에서 야훼 하나님을 만나(창세기 28:16-19) 새로운 힘을 얻습니다. 다음은 여리고인데 여러분 아시다시피 여호수아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정복한 성이며, 요단은 가나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가야 할 곳입니다. 장소 하나하나가 숨겨진 뜻을 지니는 유서 깊은 곳이고, 거기에는 모두 예언자 수련생들이 있습니다.

엘리야는 오지 말라고 여러 번 당부하지만, 엘리사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엘리야가 떠나고 나면 예언자 수련생들을 이끌어야 하고, 이스라엘의 신앙을 지켜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엘리사는 엘리야를 따라가면서 모세와 여호수아, 아브라함과 야곱의 신앙이 깃든 곳들에서 출애굽에서부터 가나안 정복에 이르는 역사적 사명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엘리사는 반복해서 말합니다. "주님께서 살아 계심과 스승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합니다. 나는 결코 스승님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엘리사는 하나님의 뜻과 스승의 마음을 바로 알아보는 분별력이 있습니다. 엘리사를 떼어 놓으려는 것은 하나님과 엘리야의 진짜 마음이 아닙니다. 어찌 보면 엘리사의 결심과 그의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과 같은 것입니다. 엘리야가 하늘로 올라감에 따라, 무덤을 알지 못하는 모세와 같은 자리로 올라섰다면, 엘리사도 그에 합당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스승 곁에 끝까지 남아있어야 합니다. 스승 곁에서 철저하게 배워야 합니다. 엘리야의 삶의 완성이 어떠한지 목격자가 될 때, 엘리사도 더 나은 자신의 삶의 비전을 꿈꿀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처럼 복잡하고 혼란한 시대에 하나님의 뜻을 바르게 분별하고 굳게 지키려면 좋은 스승을 찾아 끝까지 함께 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길갈과 베델, 여리고와 요단이라는 상징성 깊은 곳에서 뭔가 깨달음을 얻고, 역사적 사명을 일깨우고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았던 엘리사처럼 우리 또한 참된 신앙과 수준 높은 교양을 얻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집요함과 인내, 끈기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둘째 오늘 엘리사는 엘리야에게 다음과 같은 부탁을 합니다. "스승님이 가지고 계신 능력을 제가 갑절로 받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그냥 한 개인이 욕심을 부리는 것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유산을 두 배로 받는 것은 우선 맏아들이 누리는 권한입니다. 엘리사는 자신을 그저 제자가 아니라 아들처럼 여겨달라고 했던 것입니다. 효자는 아버지의 뜻을 어기지 않습니다. 또 아들은 아버지를 대신합니다. 엘리사는 엘리야의 뒤를 이어 혼탁해진 이스라엘의 신앙을 바로 잡으려 했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불병거와 불말이 나타나서, 그들 두 사람을 갈라놓고, 엘리야만 회오리바람에 싣고 하늘로 올라갔을 때, 엘리사는 그 광경을 보면서 이렇게 외칩니다. "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 이스라엘의 병거이시며 마병이시여!" 엘리사는 엘리야를 "나의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를 "이스라엘의 병거요 마병"이라고 합니다. 즉 엘리야가 바로 이스라엘을 지키는 자였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알고 있습니다. 엘리야는 이세벨 왕비의 녹을 먹고 있는 바알 선지자 450명, 아세라 선지자 400명과 싸워 이기고, 늘 살해의 위협 속에서도 이스라엘의 신앙을 지켜냈습니다. 엘리사가 능력을 갑절로 달라는 것은 바로 이 이유 때문입니다.

실제로 엘리야가 승천한 이후 엘리사의 행적은 정말 대단합니다. 모압과의 전쟁 때, 마른 개천에 물을 채워 공급했고, 소금으로 못 마시는 물을 정화했으며, 과부의 빈 그릇에 기름을 채우고, 수넴 여인의 죽은 아들을 되살리고, 독이 있는 국을 깨끗게 하고, 보리떡 스무 개와 채소 한 자루로 백 명을 먹이고, 강에 빠진 도끼를 떠오르게 하고, 아람 군대의 눈을 멀게 하고, 죽고 나서도 엘리사의 뼈에 닿은 시체가 회생합니다. 예후에게 기름을 부어 다메섹 왕으로 삼고, 하자엘에게 기름을 부어 아람왕으로 삼습니다. 아람의 군대장관 나아만의 병을 고칩니다.

엘리사의 기적을 보면 서민들의 궁핍함과 아픔을 돌보았고,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보호하였고, 바알과 아세라 숭배로부터 신앙을 지켜내고, 심지어 이방 나라에까지 그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엘리사가 엘리야로부터 능력을 갑절로 달라고 했던 이유는 바로 이렇게 할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엘리야와 엘리사가 활약하던 당시 야훼 신앙과 이교 신앙 즉 바알과 아세라 신앙의 극한 대립은 백성들을 곤경의 수렁으로 몰고 갔으며, 엘리사는 이것을 해결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엘리사에게는 능력을 갑절로 받아야 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바로 예언자 수련생들을 이끌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엘리야는 홀로 활약했지만, 엘리사는 다릅니다. 그에게는 이스라엘의 병거와 마병이 되었던 엘리야 예언자 같은 예언자들을 길러내야 하는 책임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정치를 대신하는 왕이 이방 종교에 물들어 지배계급만을 위한 정치를 할 때, 예언자는 오롯이 야훼 하나님의 평등 정신을 일깨우고 이스라엘 신앙을 지켜야 하는 존재였습니다. 엘리야 하나로는 부족했기에 엘리사는 자신뿐만 아니라, 예언자 수련생들을 기르는 일에도 최선을 다합니다. 그래서 그는 능력이 갑절로 필요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신앙과 교양을 두루 갖춘 성숙한 신앙인이 되려면 엘리사와 같이 굳센 의지, 더 나은 신앙과 사회에 대한 비전, 공동체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참된 신앙의 능력을 보여라]

사랑하는 생명사랑 교우 여러분! 오늘날 어디에서 참다운 신앙, 품격 있고 넉넉한 신앙을 만날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람이 죽어서 천사를 만났고 무슨 소원이든지 즉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장받았습니다. 그는 세상에서 이루어 보지 못한 일천 가지 소원을 마음속으로 빌었고, 빌자마자 그것이 그대로 이루어져 신나게 춤을 추었습니다. 그러나 한 일주일 해 보니 그 노릇이 싱거워졌습니다. 자신의 노력 없이 이루어진 일이기에 보람을 느낄 수는 없었고, 그저 재미일 뿐이라 빌기만 하면 이루어지는 뻔한 결과를 보고, 그 재미 또한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천사에게 세상을 좀 보여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천사와 함께 지상에서 서로 물고 뜯는 아귀다툼을 서너 시간 구경하고 나서는 다시 자신의 지금 형편이 얼마나 축복인가 하고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일주일이 못 가서 권태로워진 그는 천사에게 이번엔 지옥을 좀 보여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때 천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당신이 어디 있다고 생각하오? 여기가 바로 지옥이오"

신앙이 말하는 복은 하나님의 능력을 돈 주고 빌려서 자기 욕심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모든 것을 내어 맡겼기에 욕망을 따로 가질 필요가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아이가 부모의 보살핌 아래 있을 때 든든하고 넉넉함을 누리듯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무욕(無慾)의 지경과 참 자유를 보여 주셨습니다.

과연 오늘날 교회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나요? 교회는 모든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떠벌이는 지옥의 예비 실습장인가요? 아니며 예수님의 자유와 넉넉함이 가슴 뭉클하게 일어나는 천국의 작은 묘판인가요? 우리가 지옥을 천국으로 안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것이요, 아직도 천국의 맛을 보지 못했다면 신앙인으로서 부끄러워할 일입니다.

사랑하는 생명 사랑 교우 여러분! 전국의 성도 여러분! 엘리야의 능력을 갑절로 받으시길 빕니다. 하나님의 비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성령의 능력도 배로 받으시길 빕니다. 그리하여서 세상이 줄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는 참된 자유와 평화를 누리시기 바랍니다.

다함께 기도하겠습니다.

* 설교 후 기도

능력의 하나님! 우리가 주님의 능력으로 변화되길 빕니다. 굳센 신앙으로 단단하게 뿌리 내리길 원합니다. 그리하여 세상 풍파에 흔들리지 않고, 비바람에 무너지지 않길 원합니다. 엘리사처럼 참된 신앙의 스승을 찾아 줄기차게 배우게 하시고, 때가 왔을 때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들을 감당하게 하소서. 너무 쉽게 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게 하시고, 늘 더 나은 길을 모색하게 하여 주소서. 한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바라보게 하시고, 지금 당장이 아니라 먼 훗날을 내다보는 안목도 주소서. 불의 앞에서는 당당하고, 진리 앞에서는 겸손하게 하소서. 늘 우리 곁에서 스승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감사기도, 하나님께 감사하는 기쁨의 소식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하나님! 주님은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주셨습니다. 그런데도 한 가지 더 구하오니, 우리에게 감사하는 마음 또한 주시옵소서. 아침마다 새날을 주심에 감사하고, 저녁마다 하루를 무사히 보낸 것에 감사하게 하소서. 거룩한 주일! 주님 품에서 참된 안식을 누리게 하시니 또한 감사합니다. 주님께서 모든 것을 주셨으니, 우리가 감사함으로 다시 주님께 드리며, 이 세상에 나아가 주님의 손과 발이 되길 다짐합니다. 주님의 밝은 빛을 교회에 비추어 주셨으니 우리가 주님의 진리의 빛 가운데 행하게 하소서. 이제 우리가 드리는 예물을 받으시고, 이 예물의 주님의 뜻과 섭리 가운데 쓰이게 하소서. 물질 때문에 고난 당하지 않게 하시고, 물질로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소서. 물질로 생명을 살리게 하시고 친구를 사귀는 지혜를 얻게 하소서. 모든 것이 당신께로부터 온 것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 파송사

사랑하는 생명사랑교우 여러분! 전국의 성도 여러분! 어깨를 쭉 펴고 똑바로 서십시오. 세상으로 당당하게 그리고 힘차게 걸어 나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 세상이 능력이 아니라 주님께서 주신 능력으로 살아가십시오.

* 축도

잔잔한 물결의 평안이 여러분에게,

흐르는 공기의 깊은 평안이 여러분에게,

고요한 땅의 깊은 평안이 여러분에게,

빛나는 별들의 평안이 여러분에게,

밤의 어두운 그늘의 평안이 여러분에게 있길 빕니다.

달과 별들이 항상 여러분을 비춰주며

평화의 아들, 그리스도의 깊은 평안이 여러분에게 영원히 있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 성 삼위일체 하나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학대학 살아남으려면 여성신학 가르쳐야"

신학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성신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백소영 교수(강남대 조교수, 기독교사회윤리학)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하나님과 사람에게 소외 받은 욥은 멜랑콜리커였다"

욥이 슬픔과 우울을 포괄하는 개념인 멜랑콜리아의 덫에 걸렸고 욥기는 멜랑콜리아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지혜서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성장 이끌었던 번영신학, 이제 힘을 잃었다"

이원규 감신대 은퇴교수가 '기독교사상' 1월호에 기고한 '빨간불이 켜진 한국교회'란 제목의 글에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하며 그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학문적 통찰이 없는 신념은 맹신이 될 수 있지만..."

장공 김재준의 예레미야 해석을 중심으로 예언자의 시심(詩心) 발현과 명징(明徵)한 현실 인식에 대한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윤식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 현존, '경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려"

폴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에 발표된 '폴 틸리히의 성령론: 경계의 신학에서의 "영적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길희성은 예수쟁이...그의 학문적 정체성은 종교신학"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고 길희성 박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했습니다. '길희성 종교신학의 공헌과 과제'라는 제목의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이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전략 "데리다의 환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12일 오후 안암로 소재 기윤실 2층에서 '이주노동자의 삶과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좋은사회포럼'을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