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두 살
남편을 여의고
팔남매 키우느라
이제 아흔 한 살
어머니
문경새재를 날마다
넘고 또 넘어
걷고 또 걸어
묵사발을 팔아
내 새끼들 배고플까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오면
시어머니 "배고파 죽을란ㄷ"
"왜 이리 늦게 오냐?"
심한 꾸지람도
들을 새 없이
팔남매 밥상 차려주느라
내 몸 아픈 줄도
모르시던 어머니
어느 날 깜박
잠이 깬 사이
한 밤중 이불 속에서
어머니가
다리를 부여 잡고
신음 소리 내며
울고 계셨다
퉁퉁 부은 다리가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시어머니 꾸지람이 너무
서럽고 서글퍼서
내 새끼들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 것이
너무 미안하고 가슴 아파서
어머니는 매일
우리가 잠든 사이
이불 속에서
눈물 흘리셨나보다
"어머니!
이제 울지 마시고
아프지 마시고
힘들지 마시고
오래 오래
우리 곁에 머물러
있어 주세요"
오늘은 내가
어머니 생각하며
이불 속에서
눈물 흘린다
-권영종 목사(이수교회)-
『어느 노숙인과 함께 한 시, 이야기』(정석현·권영종 지음/ 도서출판 우리와누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