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균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최근 몰트만 교수 96세 기념논문집 『너희의 구원이 가까웠으니, 너희의 머리를 들라』(Erhebt Eure Häupter, weil sich Eure Erlösung naht)에 '자연을 반하는 것은 생명을 반하는 것이다!'(Gegen die Natur ist gegen das Leben!)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김 교수는 코로나19가 하나님의 벌이라고 주장하는 많은 설교자들 또 성서의 창조신앙이 말하는 인간중심주의가 생태계 위기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많은 학자들에 도전하며 이 같은 현실 진단이 문제의 핵심을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먼저 코로나19가 하나님의 벌이라는 주장에 대해 "물론 그것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벌로 경험된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코로나 19는 인류가 자연에게 행한 이기적이고 죄악된 행위가 초래한 결과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우리 인간이 자신이 행한 죄로 말미암아 당하게 되는 결과를 우리는 하나님의 벌로 경험한다. 하나님은 인간 자신의 죄악이 초래한 결과를 통해 인간을 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다윗 왕이 그의 아들 압살롬의 반란으로 도피하게 된 것은,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장군 우리아를 죽이고 그의 아내를 취한 불의한 행위로 말미암은 것이었고, 이것을 다윗은 하나님의 벌로 경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부연했다.
또 생태계 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는 인간중심주의에 대항해 자연중심주의를 주창하고 있는 학자들에 대해서는 "성서의 창조신앙의 인간중심주의 때문에 자연에 대한 정복과 파괴를 시작하였다는 학자들의 주장은 현실을 모르는 주장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물론 성서의 창조신앙에 대한 그릇된 인간중심적 해석이 자연의 정복과 파괴에 대한 정신적 배경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직접적 원인은 이른바 성서의 창조신앙의 인간중심주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돈에 대한 욕심에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항해시대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도 산업혁명 이후 자연을 착취의 대상으로 삼고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만든 것도 "성서의 창조신앙의 인간중심주의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교수는 "현실적 원인은 신학이나 철학의 어떤 이론이 아니라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에 있다는 사실을 학자들은 솔직하게 인정해야 할 것이다"라며 "이 사실에 대해 침묵하면서 생태계 위기의 원인을 신학이나 철학의 어떤 이론에서 찾는 것은 위선적인 일이다. 오히려 신학이나 철학의 이론들은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현실 속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정당화해주는 도구로 자주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인간의 이론이 현실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인간의 이론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라며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소개한 성서의 창조신앙에 대한 인간중심적 해석은 성서 본연의 진리를 말한 것이 아니라, 이미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 되어 세계를 정복하고 지배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 그것을 정당화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의 현실을 지배하는 맘몬 신으로부터의 해방이 생태계 문제의 핵심임을 지적한 그는 끝으로 "하나님 없는 인간은 돈 곧 맘몬을 자기의 하나님으로 섬긴다. 자연의 모든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가장 기초적 욕구는 자기의 생명을 유지하려는 욕구이다"라며 "자기의 생명을 넘어 자녀들의 생명과, 자녀들의 자녀들의 생명을 안전하게 유지하려는 것이 인간의 가장 기초적 욕구이다. 이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돈이다. 더 많은 소유이다. 그래서 백 채가 넘는 아파트, 수 백억, 수 천억의 돈을 가져도 인간은 만족하지 못한다. 돈에 대한 그의 욕구는 "밑 빠진 독"과 같다. 생태계 위기의 근본 원인은 여기에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