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어김없이
내방역 2번 출구 앞
자그마한 좌대 펴고
김밥을 판다
"우엉김밥 한 개 천원
할머니가 직접 집에서
정성껏 만들었어요"
그 글귀가 고맘고 서럽다
아침 7시
이곳에 나오려면
새벽 같이 일어나
김밥 싸기 위해
밥하고, 계란, 단무지
당근, 우엉, 어묵
일일이 김밥 말고 칼로 썰고
호일에 싸고 보온 가방에 넣어서
새벽 전철 타고
그 무거운 가방 메고
여기까지 올텐데
나이가 들어
아무리 힘이 들어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어김없이 오늘도
김밥을 싼다
하루 매출은 얼마나 될까?
암만 손가락으로 헤아려 보아도
하루 30개를 못 넘길 것 같다
하루 삼 만원이다
삼 만원으로 무얼 하실까?
손주들 용돈, 약값
병원비, 수도값, 전기세
삯을세, 쌀값, 연탄값, 반찬값
남는 돈이 없다
늘 모자란다
평생 자식 위해 일했는데
아직도 일을 한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김밥을 싸고
아침 7시 내방역 2번 출구
좌대 앞에서
김밥을 판다
눈이 오나
비가 와도
어김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장한 할머니
우리 모두의 자랑스런
어머니!
-권영종 목사(이수교회)-
『어느 노숙인과 함께 한 시, 이야기』(정석현·권영종 지음/ 도서출판 우리와누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