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계와 신학계의 석학 길희성 교수 추모예배가 10일 오후 6시 강화군 소재 심도학사에서 열렸다. 고인의 생전 유지를 받들어 빈소를 따로 차리지 않고 가족장으로 장례가 치러졌기에 이날 추모예배에는 빈소를 찾지 못했던 추모객들로 붐빈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시신은 심도학사 뒷편에 수목장으로 안치됐다.
추모예배를 찾지 못한 생전 고인의 동료들의 추모 물결도 이어졌다. 이정배 전 감신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추모글에서 "내가 기억하기로 선생님은 본디 한국불교의 돈오점수론-특별히 지눌선사의 이론-을 연구하셨고 그것을 기독교의 칭의론과 성화론의 관계로 풀고자했다. 단박에 깨쳐 의롭게 되었다하더라도 지속적인 과정속에서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 선생님의 지론이었다. 이후 이런 시각에서 길교수님은 엑카르트 연구자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년을 5년 앞두고 은퇴하신 선생님은 강화도에 <심도학사>를 짓고 그곳서 새로운 종교운동을 시작하셨다"며 "신부, 수녀님은 물론, 많은 개신교 목사들 심지어 의미있는 스님들까지 선생님께 배움을 청하고자 이곳으로 발길을 옮긴 것이다. 불교와 엑카르트 그리고 그가 마지막에 심취한 영성에 대한 공부가 주된 내용이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동료였던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베리타스>에 기고한 추모글에서 고인에 대해 "인간성과 하나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 세속적 휴머니즘의 한계를 지적하고, 새로운 영적존재로서 인간과 하느님을 주장한다"며 "한국이 낳은 '길잃은 21세기 인간들의 사도'라고 할수 있다. 하나님 안에서 안식하시기를 빈다"고 했다.
한편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길희성 교수는 수년 전 사후세계에 대한 자기의 믿음을 고백한 짤막한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바 있다. 마지막으로 그의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추모를 대신한다.
"나는 몸의 부활 신앙에 따라서, 사후에 모든 인간들에게 개체로서, 개인으로서 구체적으로 의미가 있는 또 하나의 삶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하여 인생을 미처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은 어린 생명들이나 억울하게 죽은 무수한 인생들이 부활하고 복권되어 다시 한 번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인생을 부족하게 살거나 잘못 산 사람들은 하느님을 대면하여 뼈아픈 회개의 눈물을 흘리고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기회가 있을 것이며, 극악하게 산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지옥의 형벌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구체적이고 사실주의적인 내세관이나 영생관이 없다면, 죽은 자들이나 남아 있는 자들에게 진정한 위로는 있을 수 없으며,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삶도 허무를 면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기 때문이다."(2014년 5월 10일 고 길희성 교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