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고 이장식 박사 서거 2주년 맞아

혜암신학연구소 2대 소장 지낸 김균진 박사, 기념사 발표해

jangsik
(Photo : 혜암신학연구소 제공)
생전 고 이장식 박사(우)와 김균진 박사(좌)의 모습.

15일 본지 초대회장이자 혜암신학연구소 초대소장을 지낸 고 이장식 박사(한신대 명얘교수) 서거 2주년을 맞아 동연구소 2대 소장을 지낸 김균진 박사(연세대 명얘교수)가 기념사를 발표했다. 아래는 기념사 전문.

세월이 유수 같이 흘러, 고 혜암 이장식 교수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 지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서거 1주년 기념사에서 말씀드렸듯이, 고 이장식 교수님은 파란만장했던 한국 근대사를 몸으로 사신 분이셨습니다. 1921년 4월 17일 일제 치하에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셔서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으시고, 해방 후 좌익과 우익의 치열한 투쟁,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출범,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까지 3년에 걸친 한국전쟁, 4.19혁명과 5.16군사혁명, 1970년대에 일어나기 시작한 한국 경제의 급속한 발전과 한강의 기적, 한국 사회의 정치적 민주화 등, 실로 이장식 교수님은 파란 많은 한국 근대사의 산 증인이라 하겠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지금의 한신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하신 교수님은 한국신학대학 제1회 졸업생으로, 캐나다 퀸즈신학대학원, 미국 유니언 신학대학원을 거쳐 아퀴나스 신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시고, 정년퇴임하시기까지 한신대학교와 대구 계명대학교에서 교수로 봉직하셨습니다. 세속의 명예를 탐하지 않으시고, 학자로서 묵묵히 자신의 사명을 다하셨습니다. 한신대학교에서 봉직하실 때 출판하신 교수님의 저서 「기독교사상사」 I, II, III권은, 당시 신학의 불모지와 같았던 한국 신학계에서 기념비적 교과서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세계 교회사는 물론 아시아 교회사 분야에서도 이장식 교수님은 뛰어난 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이셨고, 주옥과 같은 저술들을 남기셨습니다. 한시(漢詩)에도 깊은 조예를 보이셨습니다. 수유리 학부 과정에서 저는 이장식 교수님의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는 특혜를 누렸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휴강하는 일이 없었고, 강의 시간 시작 전에 먼저 강의실로 들어와 학생들을 기다렸습니다. 잔잔한 물결처럼 늘 온화와 중용을 지키시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노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한신대학교에서 정년 은퇴하신 후 이장식 교수님은 70세의 고령으로 머나먼 아프리카 케냐로 가셔서 선교와 교육에 헌신하시며 14년 동안 목회자 양성을 위한 신학교육에 심혈을 기울이셨습니다. 93세가 되시던 2014년 교수님께서는 혜암신학연구소를 설립하시고, 한국 기독교의 보수계열과 진보계열 신학자들의 만남과 친교의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이로써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처음으로 "에큐메니칼 신학운동"을 시작하셨습니다. 교수님이 출간을 시작한 연구소의 논문집 「신학과 교회」는 보수계열 신학자들과 진보계열 신학자들이 공동의 주제 하에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한국 신학계 유일의 에큐메니칼 연구지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2023년 여름에 출판된 19호에 이르기까지 이 연구지는 기독교 신학의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었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온라인으로 이 연구지를 열람하고 있습니다.

서거하신지 벌써 2년이 지났지만, 교수님은 한국 기독교 역사의 별과 같았던 분으로 남아 계실 것입니다. 인생의 모든 수고를 끝내시고 이제 하나님의 영원한 품 안에서 안식하시는 교수님! 교수님과 교수님의 남은 가족들에게 하나님의 크신 축복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교수님께서 늘 염려하셨던 한국 교회와 한국 민족에게도 하나님의 축복과 평화와 번영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2023년 9월 15일 혜암신학연구소 제2대 소장 김균진

김진한 jhkim@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을 예속시키며 자기를 확장하는 인공지능의 몸

전철 한신대 교수(한신대 신학대학원장, 조직신학)가 『신학사상』 2023년 여름호에 노동을 이유로 인간의 몸을 점차로 예속시키면서 자기 확장을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텍스트 사이에서 16] 『침묵』의 페레이라 신부가 일본에서 만난 그리스도에 대한 수상

17세기 일본의 교회 박해는 절정에 달했다. 교회 당국도 사제들의 일본 선교를 허락하지 않으려 했다. 이 와중에 열정적인 젊은 사제들은 일본 입국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의 민중신학에 대한 위르겐 몰트만의 제언

혜암신학연구소의 연구 저널 《신학과 교회》 제18호(2022, 겨울)에 독일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박사의 논문이 실려 이목을 끈다. 이 저널의 특집 주제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욥기에 숨겨진 신의 폭력 연루성을 누설하다

기존의 욥기 신학이 신정론 또는 신의 절대 주권성에 기울어져 신의 폭력 연루성에 대해 침묵해 왔다고 꼬집으며 욥기 내러티브에 은폐된 신의 폭력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자연중심주의 주장하는 학자들에 대한 반박

김균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최근 몰트만 교수 96세 기념논문집 『너희의 구원이 가까웠으니, 너희의 머리를 들라』(Erhebt Eure Häupter, weil sich Eure Erlösung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21세기 민중신학, 삶의 자리 변화 직시해야"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가 1970-80년대 융성했다가 격변의 현실 속에서 시들어진 민중신학이 다시금 꽃을 피우려면 '삶의 자리'가 크게 변했음을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창조적 계승인가? 가문자랑의 답습인가?"

"창조적 계승인가? 가문자랑의 답습인가?" 6일 오후 1시 한신대 신대원 장공관에서 '한신을 만든 사람들'이라는 큰 주제 아래 진행되는 한신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을 폭군으로 만든 '땅을 다스리라'의 참 뜻은.."

위르겐 몰트만 박사가 혜암신학연구소가 발행하는 기관지 『신학과 교회』 제17호(2022년 여름)에 투고한 논문 「생태정의」를 통해 오늘날 생태재앙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성경을 기반으로 타자 관계 중시한 리쾨르의 철학

한국조직신학회(이오갑 회장)가 최근 9차 월례신학포럼을 개최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는 혜정 박사(Globe Covenant Seminary, USA)가 '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