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주일예배. 강단에선 신앙인들에게 ‘하나님의 실존’을 환기시키는가 하면 ‘재물의 유혹’에 빠진 것을 꼬집고, 일깨우는 메시지가 터져 나왔다. 서로 다른 메시지 같았지만 각 메시지는 ‘사랑의 실천’ ‘나눔’으로 귀결됐다.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는 따뜻한 밥 한끼에도 수북히 얹혀있는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의 만나’를 알지 못하는 것을 지적했고,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는 재물의 유혹에 넘어가 ‘돈’을 섬기는 신앙인들을 나무랐다.
▲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 ⓒ베리타스 DB |
‘만나를 찾는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설교를 전한 박종화 목사는 애굽을 탈출해 홍해를 건너 광야에 도착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불과 20일 만에 하나님을 원망했던 사건을 되새기며 비단 이 사건이 수천년 전 이야기가 아닌 오늘의 신앙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자유’를 찾아 떠난 이스라엘 백성들이 다시금 ‘종’ 살이 했던 애굽을 돌아보게 된 것은 배고픔 때문. 박종화 목사는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인데 지금 살아보면서 옛날엔 그래도 꽤 참을성이 있고, 인내가 있었던 것 같지만 요즘엔 발달은 굉장히 많이 했어도 눈꼽 만큼만 감정이 상하면 소리치고 난리를 피운다”며 “20일 굶겨 놓고 하나님을 향해 한 소리를 해보라고 하면 하나님이 시끄러워서 귀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수천년 전 원망의 목소리로 하늘을 찔렀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은 ‘벌’ 대신 ‘만나’를 내렸다. 박종화 목사는 이 사건에서 하나님의 실존을 ‘나누고 싶어하시는 하나님’ ‘함께 울고 웃으시는 하나님’등으로 표현하며 “하나님은 홀로가 아니라 함께 나누고 싶어하신다. 매일 같이 일용할 양식을 먹듯이 하나님의 말씀도 일용할 양식으로 받으라”고 했다.
“쌀 속에도 하나님의 사랑이 함께 있다”고 말한 박종화 목사는 하나님은 다른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닌 “단순 소박한 일상 속에 계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인간의 몸을 입고 하늘에서 내려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의 탄생으로 하늘은 땅과 한몸이 됐다고 했고, “우리가 하는 일상의 삶 속에 하늘이 들어있다”고 했다.
박종화 목사는 “땅 속의 역사와 땅 속의 실존적 삶 속에서 하늘에서 찾아야지 하늘을 공중에서 찾으면 안된다”며 “이 땅에서 받은 여러분의 가정, 직장이, 하시는 일들이, 생각하는 사고 방식 속에 하늘의 만나가 함께 담겨있다”고 했다.
▲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 ⓒ베리타스 DB |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는 ‘칼뱅의 개혁정신을 오늘에(2): 신앙과 재물’이란 제목으로 설교를 했다. 그는 “MB정부의 부도덕성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그를 뽑았다”고 운을 떼며 “미국에 헌납하고 삽질을 하든, 돈만 많이 벌게 해주면 입을 다문다”고 지적, 재물이 기준이 되는 시대를 질타했다.
탄생한지 500주년이 된 칼뱅. 조헌정 목사는 14세기 이후 무역의 중심지가 됐던 제네바시에서 사회생산품의 정의로운 분배를 외쳤던 칼뱅을 주목했다. 그는 “루터와 츠빙글리는 누가복음 6장 35절에 근거해 이자 받는 것을 금했지만 칼뱅은 적절한 이자율 적용을 허용했다”며 “칼뱅은 사유재산 인정을 개인 소유물이 아니라 공동체 책임을 위한, 수단을 위한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근대 자본주의의 아버지가 칼뱅이었다”고 말한 조헌정 목사는 “하지만 오늘날 자본주의가 변질되어 그렇게 부를 수 없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칼뱅 500주년을 맞아 장로교부터 회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헌정 목사는 돈은 복이란 등식을 성립시키고 있는 대다수 교회들을 질타했다. 그는 “남한교회의 대부분은 믿으면 부자된다고 가르친다”며 이런 가르침은 복음의 혼돈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칼뱅 이야기를 꺼낸 조헌정 목사는 ‘돈’은 풍요를 통한 나눔 그리고 사랑을 실천 하기 위한 하나님 섭리의 도구라고 했다. 그는 “칼뱅이 이야기한 도둑질이 있다”며 “사랑을 주라는 명령을 거절한 것”이라고 했고, “우리는 하나님과 재물 사이에 하나님을 택했다는 고백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함께 나누시는 하나님의 실존을 일깨우는 경동의 메시지와 하나님 대신 재물을 택하는 신앙인들을 경계하는 향린의 메시지가 조화를 이룬 주일예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