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사회적 거리두기 뿐만 아니라 생태적 거리두기 필요"

장윤재 교수, 「대학과 선교」 최신호에 투고한 논문서 밝혀

「대학과 선교」 최신호(57호)에 장윤재 교수(이화여대, 조직신학)의 '기후위기 시대의 생명선교와 기독교대학의 사명'이란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이 글에서 장 교수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생태 이슈와 관련해 "지금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만이 아니"라며 '생태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넘어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생태적 거리두기'가 요구된다며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진 것이다. 그는 거리두기란 상호간의 "존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우리에게는 다른 생명이 이 지구 위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며 "거리두기는 존중이다. 거리두기는 사랑이다. 그것은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계명을 실천하는 아주 구체적인 방법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아픔은 인간이 자초한 것이다. 작금의 재난은 현대 소비자본주의 문명의 욕망이 만들어낸 것이다"라며 "지금의 재난은 탐욕과 죽음의 길에서 절제와 생명의 길로 돌아오라는 하나님의 경고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인간의 끝도 없는 욕심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자연환경을 인간의 편익을 위해 무자비하게 착취하는 폭력성이 이 재앙을 낳았다"며 "인류가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이라는 욕망의 열차에서 내리지 않으면 이보다 더 무서운 재앙이 닥칠 수 있음을 두려운 마음으로 깨닫고 우리는 깊이 회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회개는 단순히 회심이 아니다. 마음으로 뉘우치고 또 삶을 고치는 것이다"라며 "회개는, 말하자면, 좌회전이나 우회전이 아니라 유턴이다"라고도 장 교수는 전했다.

장 교수는 진정한 회개를 위한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회개의 시작은 들음이다. 생태적 회개의 시작은 '창조세계의 들음'에서 시작한다. 잘 듣는 것을 우리는 '경청'이라고 한다"며 "경청은 그냥 듣는 게 아니다. '몸을 기울여' 듣는 것이다. 몸을 기울이고 눈을 맞추고 마음을 집중하여 듣는 것이 경청이다"라고 했다.

이어 회개의 주요 대상이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탐욕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은 이를 가벼이 여길지 모르지만 탐욕은 성서가 말하는 가장 큰 죄 중의 하나다"라며 "탐욕은 인간의 생각 안에 숨어서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탐욕이라는 주머니는 채우고 채워도 절대 채워지지 않는다. 그 주머니는 늘 터져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그래서 탐욕은 바닷물과 같다. 바다에서 난파해 표류하게 될 때 아무리 목이 말라도 결코 마시면 안되는 게 있다. 바로 사방에 있는 바닷물이다. 그 끝은 죽음이다"라며 "존재의 허기를 소유로 채우는 일이 이와 같다. 존재의 허기를 탐욕으로 채우는 일은 목마르다고 계속 바닷물을 퍼마시는 것과 같다. 탐욕을 다스릴 수 없으면 우리는 약속의 땅에 들어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애, 겸애, 범애를 강조한 장 교수는 '협애'에 그치고 있는 오늘날 일부 한국교회 모습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오늘날 일부 한국교회의 모습을 보면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누가 기독교를 '박애의 종교'라 했던가, 박애는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사랑함'이라는 뜻이다"라며 "하지만 오늘날 한국교회가 보여주는 사랑은 협애다. 좁은 사랑, 차별적인 사랑이다. 그런 사랑은 예수의 적대자인 바리새인들도 했다. 나 자신만 사랑하는 것, 내 자식만 사랑하는 것, 내 종교만 사랑하는 것, 내 나라만 사랑하는 것, 그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사랑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가족과 민족과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선 사랑, 곧 경계를 넘어선 사랑, 그래서 차별이 없는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이다"라며 "사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모든 것이 '나의 일부'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이 한 몸이다. 열린 눈으로 세상을 보면 이렇듯 천지에 내가 가득하건만 오늘도 사람들은 헛되이 나누고 가르고 배척하며 산다. 마음을 연멸 우리는 고립된 자아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열린 사랑'만이, '경계를 넘어선 사랑'만이 존재의 신비를 보게 하고 이 신비가 다시 더 큰 사랑을 꽃피우게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좁은 사랑'의 울타리를 넘어 모든 생명을 차별 없이 사랑하는 '넓은 사랑'을 실천헤ㅐ야 한다"고 전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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