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화된 기독교를 비판하는 목회자의 쓴소리가 단연 돋보이는 책이 출간됐다. ‘한국 기독교와 권력의 길- 그 내부에서 바라보며 대안을 찾는다’(로크미디어, 2009). 저자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는 교회 밖이 아닌 교회 안에서 힘에 대한 동경으로 얼룩진 교회의 실체를 여지 없이 파헤쳤다.
힘을 향한 부적절한 동경이 교회의 ‘현세주의’와 ‘자기중심주의’ 현상을 강화시켰다고 분석한 저자는 기독교가 이렇듯 ‘힘의 종교’가 된 것은 신앙인들의 ‘양대인 의식’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 최형묵 목사 ⓒ베리타스 DB |
13일 <신앙인 아카데미>(신촌 소재)에 초청된 최형묵 목사는 자신이 출간한 책의 내용 중 권력화된 기독교에 관해 문제 제기를 하는 ‘힘을 향한 부적절한 동경, 그 역사의 기원과 전개’를 주제로 강연했다.
기독교의 힘을 향한 부적절한 동경은 ‘양대인 의식’(洋大人 意識)에서 분명하게 나타났다고 저자는 말했다. 당시 외교적 특권을 누리고 있던 선교사들이 운영하는 교회나 기관은 탐관오리의 학정을 막아 줄 수 있는 은신처 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 이 같이 서양의 선교사들에게 의존하는 심리를 ‘양대인 의식’이라고 저자는 설명했다.
대다수의 신앙인들은 주류 한국 기독교 신앙을 형성한 원초적 사건으로서 평양 대부흥운동을 꼽는다. 하지만 최형묵 목사는 대부흥운동이란 영광의 빛 너머에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발견, 고발했다.
최 목사는 “시대적인 아픔과 분노를 ‘성령 운동’이라는 종교적 카타르시스를 통해 희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결국 이와 같은 부흥운동을 통해 한국 교회는 ‘숙정’되었고, 이후 지배적인 신앙의 원형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했다. 또 대부흥운동이 정치적이지 않았다는 보수 기독교의 평가를 부정했다. 대부흥운동을 통해 형성된 기독교 보수주의의 성격과 오늘 급속히 우경화된 정치적 행동이 상관 관계를 갖고 있다는 얘기였다.
일제 식민지 시절 민족의식을 기반으로 한 저항적 정치행동을 회피하고, 영적인 각성만을 촉구하는 신앙은 일본으로선 반길만한 일이었다. 선교사들 또한 일본과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고, 교세의 확장을 꾀했다. 최 목사는 “그것은 사실상 정치적 거래의 한 형태였다”며 “한마디로 비정치화를 통한 ‘역설적 정치화’였다”고 했다.
1907년 대부흥운동은 군대해산과 외교권 및 경비권의 박탈 그리고 이어진 러일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1920∼30년대 부흥운동은 1919년 3.1 민족독립운동의 좌절 상황을 배경으로 하며 1950∼60년대 부흥운동은 한국전쟁과 이어진 사회적 불안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또 대형집회의 전성기라 할 만한 1970년대 부흥운동은 급속한 경제개발과 이에 따른 전통사회의 이해와 관련이 있다.
이 같이 시대별로 부흥운동의 배경을 짚은 최형묵 목사는 “한국 현대사는 사회적 불안이 일상화되어 있었고 그 일상화된 사회적 불안은 한국 기독교의 부흥회적 신앙의 자양분이 되었다”고 했고, 아울러 사회적 동요와 불안 가운데 형성된 신앙은 자기보호적 속성을 강하게 띠는 탓에 배타성을 보이기까지 했다고 진단했다.
최 목사는 또 한국전쟁은 기독교 안에 물질적 보상을 구하는 기복적 신앙을 조장했다고 판단했고, 한국기독교가 돌진적 근대화를 추구한 개발독재체제의 병폐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고도 했다.
특히 ‘성공지상주의’로 복음에 혼돈을 준 일부 대형교회들을 향해 기업 논리를 빗대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대형교회들이 지교회를 분립하는 것도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을 닮았고 교회 세습마저도 재벌의 형태를 닮았다”며 “부의 독점적 소유와 배타적 특권이 교회 안에서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교회의 배타성은 교회의 기제들로 더 강화됐다. 최 목사는 배타성의 신앙을 강화시키는 교회 기제들로 ▲ 독점적인 상층 정치구조 ▲ 서열화된 교회 직제 ▲ 위계 질서를 강화하는 예배방식 ▲ 배타적 군림과 상징으로서 교회 공간 ▲ 차별의식을 조장하는 교회 생활언어와 성서번역본 ▲ 평신도들의 비주체성 등을 꼽고, 강의를 마쳤다.
연세대 신학과와 한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최형묵 목사는 한국신학연구소에서 연구원 및 계간 <신학사상> 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 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운영위원, 계간 <진보평론> 편집위원, 기장 교회와 사회 위원, NCCK 신앙과 직제 위원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