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진화론 강연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종교와 과학의 영역은 다르기에 열린 마음으로 (강의를) 들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베리타스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생물학)는 수년 전 교회에서 진화론을 강연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당시 대다수 목회자들이 “그러겠노라”고 답했다고 회고했다. 최 교수는 이렇듯 열린(?) 목회자들의 대답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14일 제3회 진화론실상 포럼에 강사로 초청된 최재천 교수는 참석자들에게 한 가지 양해를 구했다. 성경은 신앙 고백적인 것이고, 과학은 논리적이고 반박적인 것이기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자는 것이었다. ‘복제인간’ 마저도 교인으로 받겠다는 목회자들 만큼은 아니더라도 열린 자세로 자기 얘기를 들어달라는 요청이었다.
‘종교와 과학’ 간 소통이 어려운 것은 서로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 최 교수는 강의를 하기 전 올바른 소통이 되려면 첫째로 비우고, 둘째로 귀기울이며 마지막으로 (어느정도는)받아들여야 한다며 “교회를 다니시는 분들로선 다소 비위에 거슬리는 주장이나 말이 나올 수 있으니 이해해 달라”고 부탁, 발생 가능한 ‘종교와 과학’ 간 마찰에 예방 조치했다.
인류의 기원을 어류 등으로 분석한 진화론자 최재천 교수는 경동교회 교우이다. 경동교회 장공채플에서 열린 이날 강연에서 그는“나 같은 사람도 교회를 다닐 수 있게 해준 교회가 있어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최재천 교수는 ‘진화는 일어나고 있다’는 제목의 강연에서 ▲ 변이 ▲ 유전 ▲ 생존경쟁 ▲ 차등번식 등 네가지 조건이 만족되면 필연적으로 ‘진화’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진화는 이런 요인들과 필요충분 조건을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재천 교수는 설혹 자신이 철썩 같이 믿고 있는 다윈의 ‘자연 선택설’이 거짓으로 밝혀지더라도 ‘진화’ 만큼은 불변의 법칙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진화는 사실(fact)과 현상(phenomenon), 또는 결과(consequence)이나 자연선택은 다윈, 윌리스 그리고 맬서스가 진화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한 이론(theory) 또는 원리(principle)이다”라며 “자연선택 이론이 완벽하지는 않고, 틀릴 수도 있기에 이 이론이 무너져도 4가지 조건만 맞으면 진화는 사라지지 않고 반드시 일어난다”고 했다. 여기서 그가 말한 ‘진화’는 종의 탈바꿈을 가져오는 ‘대진화’라기 보단 종의 형질 변경을 가져오는 ‘소진화’에 가까웠다.
최 교수의 강연에 앞서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는 ‘말씀이 육신이 되어’란 주제로 말씀을 전했다. 박종화 목사는 설교에서 “성경은 신앙 고백적 언어”라며 과학과 분명한 선을 그었고, 종말을 향한 역사의 과정을 놓고, “(일종의)진화라고 볼 수 있지 않느냐”며 기독인들에게 과학을 향한 열린 자세를 요청했다.
박종화 목사의 이 같은 주장에 적극적으로 공감의 뜻을 밝힌 최재천 교수는 ‘진화’가 과학의 영역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기를 바랬으며 혹자가 제기하는 ‘진화론이 기독교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엔 “어폐가 있다”며 “세계 여러 나라들과 비교해 볼 때 한국 만큼 진화론 논의가 부족한 나라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종교와 과학’의 서투른 대화 탓일까? 최 교수는 강의를 마치자마자 개인적 사정으로 부리나케 강연장을 빠져나왔고, 포럼은 발제자 없이 행사를 주최한 김기환 회장(한국진화론실상연구원)의 논찬 및 마무리 발언으로 씁쓸하게 끝났다.
김기환 회장은 교회 내 각종 통계 자료 등을 들며 학교 교육 과정에서 진화론이 신앙에 미치는 악영향을 분석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포럼을 주최한 한국진화론실상연구회는 진화론의 실상을 밝히고 널리 알리며 진화론을 이 땅에 퇴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작년 9월 창립된 연구 단체다.
한편, 국내 진화론자들을 멤버로 하는 ‘다윈 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재천 교수는 다윈 탄생 200주년, 종의 기원 출판 150주년을 맞아 다윈의 진화론을 입증할 저서 3권 등을 번역, 올해 내 출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