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상> 2월호 특집 '기독교 여성주의'에 '여성도 목사가 될 수 있는 시대'라는 제목으로 글을 기고한 김혜미 목사가 교단에서 여성 목사를 허용한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한 여성 목사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가리켜 "미묘하거나 분명한 차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가 소속된 예장통합 총회는 여성 목사 안수를 허용하고 있는 교단이다. 예장 통합은 기독교대한감리회, 기장에 이어 세 번째로 여성 목사를 허용한 교단으로 알려져 있는데 "목사는 남성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고 김 목사는 전했다.
김 목사에 따르면 2022년에 발표된 기장 교단 내 여성 인권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여성 목사의 불평등 분야로는 '목사 청빙 때'(51.4%)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남녀의 역할이 고정된 업무 배치'(44.5%), '사례'(24.1%), '의결 과정에서의 배제'(22.3%), '교회 예식에서의 배제 또는 소외'(19.6%)가 그 뒤를 이었다.
불평등의 이유로는 '가부장적 문화와 관습'(65.0%), '남성 중심적인 기독교 신학'(40.2%)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여성 목사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9%에 불과했다.
김 목사는 "필자는 박사과정 중 지도교수의 제안으로 여성 목회자의 경험을 탐색한 9건의 질적 연구물을 메타분석 방법으로 분석했으며 그 결과, 연구 참여자인 여성 목회자들이 미묘한 차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미묘한 차별'(microagression)은 유색인종 차별에 대한 논의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로,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기에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미묘한 양상으로 나타날 뿐, 차별인 것은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여성들은 기존의 교회에 담임목사로 청빙받는 일이 드물고, 교회를 개척하는 경우에는 가족의 지원을 받거나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혼인 경우 일-생활 양립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결혼하지 않은 경우에는 "삶을 이해하는 폭이 좁을 것"이라는 선입견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교회의 장로, 권사인 시부모로부터 호된 시집살이를 경험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교회의 제도적 성차별에 대응하는 여성 목사들의 방식을 범주화하여 연구한 결과 네 가지 대응 유형이 발견됐다고도 전했다. 김 목사에 따르면 성차별에 대응하는 여성의 방식은 △인내하기(tolerance) 유형 △외부 지원을 찾는(seeking external support) 유형 △현상을 유지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저항하는(defying the status quo) 유형 △그만두기(quitting) 유형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김 목사는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반려로서 위기의 시대를 함께 살아간다. 여성 목사들 또한 그러하다. 성별, 직분의 경계를 넘어 우리는 본바탕이 반려이며 공생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함께-살아가기의 존재론은 교회 내 뿌리 깊게 자리매김한 남성중심주의적 사고방식과 문화를 타파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전했다.
그는 "전례 없는 생태 위기를 통해 자연의 고통이 곧 인간의 고통이 될 수도 있음을 절감하는 지금,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것에서 배울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는 사실 연결되어 함께-살아간다는 것을. 여성 목사들의 고통은 곧 남성 목사들의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이라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