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기독교 여성주의' 이단화 "배제의 원리" 작동 때문

백소영 강남대 교수, '기독교사상' 기고글서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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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유튜브 영상화면 갈무리)
백소영 교수(강남대 조교수, 기독교사회윤리학)

백소영 강남대 교수(기독교사회윤리학)가 '기독교사상'(2월호)에 실은 글에서 '기독교 여성주의'가 한국교회의 내부 담론이 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배제의 원리' 작동을 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배제의 원리가 작동됨으로써 기독교계 내 여성주의를 이단화 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지적이다.

''기독교 여성주의'는 왜 한국교회의 내부 담론이 되지 못했나'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백 교수는 먼저 '기독교 여성주의'가 그 담론 형성의 기회를 찾지 못한 이유를 배제의 원리가 싹튼 "한국 근대사의 비극에서 찾는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이는 비단 '기독교 여성주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유롭고 창발적인 담론들의 경합 가능성을 차단한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긴박하고 압축적인 근현대사의 정황과 그로 인해 권력을 획득한 주체들의 '위기 담론' 혹은 '우선성 이데올로기'를 꼽는 학자들이 많다.

백 교수는 "일제강점기에 뒤이은 전쟁과 쿠데타, 분단국가의 불안정성으로 말미암아 하나의 확실하고 명료한 가이드가 요청되었고, 그것은 '잠정적'(이라고 믿는) 불의와 불평등을 인내하는 사회적 조건으로 작용하였다"며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이, 전쟁 후에는 '산업화'가, 독재 정권에서는 '민주화'가 시대의 긴급한 과제였는데, 이러한 역사를 통과하면서 다른 과제에 대한 안건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같은 과제 안에서도 다른 시각의 언어가 들려지는 것 자체가 억압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가지 우선적 과제를 가지며 이에 대한 답안 또한 하나여야 하는 체제가 지속되는 사회에서 '담론들'의 경합은 불가능했다"며 "그러니까 '위기라고 호명된'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시민사회의 발생과 내부 구성원의 담론화 과정이 유보된 상태에서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헤게모니를 지닌 소수 주체의 주장이 그대로 '진리'가 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고 전했다.

'기독교 여성주의' 담론 역시 배제의 원리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는 설명도 보탰다. 백 교수는 "결국 새로운 구성원들은 이미 '진리'의 위치를 선점한 지적 내용물이 존재하는 사회에 태어나고 그 안에서 사회화된다. 그 안에서 성장하는 동안 주류가 된 담론은 '정상성', '진리'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고, 이와 다른 의미를 지닌 발화자들은 '환자', '정신병자', '이단'으로 배치되고 배제된다"며 "'기독교 여성주의'라는 지식복합체, 즉 기독교 사상과 페미니즘의 결합 가능성에 대한 담론화 과정이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 페미니즘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마주하기도 전에 이미 이단 사상으로 분류되었다"고 주장했다.

개신교계 내에서 '기독교 여성주의' 담론이 배제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단시 된 배경에는 한국 개신교의 '미국적 기독교'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들었다. 백 교수는 "1950-60년대 냉전체제하 미국의 보수적 개신교는 68혁명의 영향으로 일어난 반(反)문화운동을 페미니즘, 동성애/낙태, 공산주의라는 키워드로 묶어 기독교 신앙의 적으로 규정했다"며 "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 담론으로 신(新)복음주의(neo-evangelism) 범주의 말들을 생산해냈다. 이러한 내용들이 '담론화 과정'(다른 관점이나 주장과 논쟁하여 검증받는 과정) 없이 또다시 한국교회에 고스란히 유입된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특히 "1960년대 미국 상황에서는 하나의 대항 담론 혹은 대안 담론으로서의 '페미니즘'이 시대적 담론으로 본격 부상하면서 치열한 부딪힘이 있었고, 이에 대한 대응 담론으로서 신복음주의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있었던 반면, 한국교회는 이미 미국교회가 페미니즘을 반(反)신앙적 '이단' 사상으로 분류하고 적대시와 배제의 과정을 거친 상태로 가공한 '신복음주의'만을 교회 내부 담론으로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공자의 사상을 중국으로부터 수용한 한국 유교가 (정작 중국은 '유교'라는 큰 우산 아래 다양한 학문적 논의를 펼쳐가는 마당에) 받아들인 그대로를 '정통'으로 주장하면서 주체적·토착적 읽기를 시도하는 한국 유학자들의 시도를 '사'(邪)로 규정하며 배제한 모양새 그대로를, '미국적 기독교'를 받아들인 보수적(혹은 근본주의적)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백 교수는 전했다.

'정통'과 '이단'이라는 프레임이 기독교 사상사의 전개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백 교수는 "한때 유교 지식인에게 '야만' 혹은 '열등의 기호'로 취급당한 기독교가 아니었던가! 들어보지도 않고, 배우지도 않고, 어찌 성급히 사람의 사상을 '사'(邪)라고 칭할까? 그러므로 이것은 단순히 여권이나 여성 지도력이라는 특수한 의제를 교회 내부에서 성취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를 넘어선다"며 "기독교 사상을 '정통'과 '이단'의 프레임 안에서 바라보고 힘의 논리로 제압하던 한국 개신교의 초기 기조가 지금까지도 교회 안에서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런 역학 안에서 '기독교 여성주의'는 배제된 교과과정일 수밖에 없고 이를 발설하는 사람은 이단이 된다"고 개탄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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