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 달라고 부르짖어도 듣지 않으시고, "폭력이다!" 하고 외쳐도 구해 주지 않으시니, 주님, 언제까지 그러실 겁니까? 어찌하여 나로 불의를 보게 하십니까? 어찌하여 악을 그대로 보기만 하십니까? 약탈과 폭력이 제 앞에서 벌어지고, 다툼과 시비가 그칠 사이가 없습니다. 율법이 해이하고, 공의가 아주 시행되지 못합니다. 악인이 의인을 협박하니, 공의가 왜곡되고 말았습니다."(하박국 1:2-4)
주님, 끝을 알 수 없는 긴 어둠의 터널 안에서 처음과 끝을 생각합니다.
이 세상의 처음과 끝, '나'라는 존재의 처음과 끝,
그리고 참사로 갑작스럽게 맞은 내 딸의 마지막까지.
이해할 수 없는,
그래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이 처음과 끝을 부여잡고
지난 10년을 씨름하고 있습니다.
주님, 저희가 부분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언제쯤이면 분명하게 드러나
모든 이들의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줄까요?
언제쯤이면 당신의 가르치심대로
사랑만을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올까요?
초대교회는 무덤에 머물며 죽은 자들과 함께
주님의 재림과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렸는데
지금의 교회는 죽은 자들에 대하여 말하는 것조차 불결하게 여깁니다.
주님은 영생을 말씀하셨는데
그래서 죽음 이후의 삶까지 끌어안으셨는데
저들은 죽음 이후의 삶과 벽을 쌓고 현실의 안일만을 갈구합니다.
주님의 고난을 2천 년 넘게 묵상하듯
현재 일상에서 일어나는 고난들을 들여다보고 연대하며
죽음이라는 경계 넘어 있는 자들의 소리까지도 귀를 기울이는
저희와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망각의 유혹에서 벗어나
2014년 저희가 올려드린 회개의 고백과 다짐의 고백을
다시 기억하게 하시고,
계속되는 참사를 보고도
굳은 마음으로 외면하는 죄를 짓지 않게 하옵소서.
저들의 절규가 지금 이 시대의 하나님의 절규임을 깨닫게 하시며
당신의 가르침대로 함께 사랑하며 함께 소망을 만들어 내는
저희가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박은희 | 단원고 유예은 엄마
*출처: 2024년 한국기독교 부활절맞이 묵상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