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트의 인간론을 기초로 인간 본성에 대한 자연의 신학적 이해를 시도한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이용주 박사(숭실대, 부교수)는 최근에 발행된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4집에 투고한 해당 주제의 논문을 자연의 신학의 관점에서 바르트의 인간론을 고찰하는 방법을 통해 전개했다.
바르트의 인간론을 살펴본 이 박사는 자연의 신학의 관점에서 제안될 수 있는 신학적인 인간 이해의 핵심 내용이 담겨 있는 전거로 바르트의 『교회교의학』 Ⅲ/2 '인간론'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신학적 인간 이해에 일치하는 진화과학과 뇌과학의 해명을 검토하고 이 같은 논의들을 정리하며 "그리스도론적인 방식으로 사회적인 사회돌봄과 개별 인간의 자율적 주체성을 강조"하는 바르트의 인간론이 그간의 오해와는 달리 "자연과학과의 대화를 위한 준거점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바르트와 '자연의 신학'의 대화를 시도하는 이 논문에서 이 박사는 '자연신학'(Natural Theology)과 구분되는 '자연의 신학'(Theology of Nature)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신학 전통에서 대체로 자연신학이란 아퀴나스의 우주론적 논증처럼 경험 가능한 자연에 대한 이성적 탐구를 통해 세계의 최종 근거인 신의 존재를 논증하려는 시도를 가리킨다"고 했다.
이어 자연의 신학에 대해서는 "인간의 경험이나 이성으로부터가 아니라 계시나 성서, 신앙 전승 가운데에서 전달되는 신과 그의 활동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해 이 신의 피조물로 간주되는 자연을 인식하고자 하는 작업을 가리킨다"고 했다.
이 박사는 "자연의 신학은 예수 그리스도나 성서 가운데 드러난 하나님과 그 분의 활동에 의해 인식되는 세계 현실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되, 동시에 자연과학적 탐구를 통해 인식되는 자연의 특성들이 역시 하나님의 활동의 결과라는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창조로서의 자연'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자연의 신학의 관점을 인간론에 적용하면 어떤 내용을 다루어야 할까? 이 박사는"첫째, 인간에 대한 자연과학적 해명으로부터 독립적인 방식으로 철저히 특수하게 신학적인 관점에서 이해되는 인간 일반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제시한다"고 했으며 "둘째, 인간에 대한 신학적인 이해에 기초해 인간에 대한 진화과학적인 해명의 한계(예를 들어 인간에 대한 환원주의적 해명)를 비판적으로 점검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자연과학이 경험과 이성의 사용을 통해 밝히는 인간의 일반적인 특징이 지니는 신학적인 의미를 제시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인간에 대한 자연의 신학적인 해명으로 바르트를 전거로 삼는다고 밝힌 이 박사는 무엇보다 "바르트가 교의학의 모든 주제를 삼위일체 하나님의 자기계시인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출발해 해명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기독교 신학의 특수한 방법적 특징을 그 누구보다도 잘 대변하기 때문이며 하나님의 계시인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출발하여 인간의 일반적인 본성, 즉 그의 자연을 해명한다는 점에서 인간에 대한 자연의 신학적 접근의 특징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르트가 『교회교의학』의 인간론에서 "신학적 인간 이해와 자연과학적 인간 이해 사이의 대화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간론에 오늘날 진화과학과의 대화를 윟 중요한 암시들이 담겨 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라며 "이를 통해 바르트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과학적 이해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는 종종 듣게 되는 오해가 실제로는 근거가 빈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바르트의 신학적 인간론의 고유한 특징으로 "그리스도론에 기초해서 전개한다"는 점을 꼽은 이 박사는 이내 그의 인간론 전개의 출발점이 "인간이 하나님과의 '계약의 파트너'로 창조되었다 데 있음"을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이것은 다른 학문과의 독립성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에게 집중함으로써 귀결되는 신학적 인간론의 "가장 독특한 내용"이다.
이 박사는 "인간 예수에게는 하나님의 계약의 파트너인 인간 본성이 무엇인지가 나타나는데 인간 일반의 본성은 바로 이것으로부터 파악되어야 한다"며 "인간 예수의 특징은 우선 두 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그가 '하나님을 위한' 인간이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가 '다른 인간들의 동료인간'이라는 점이다"라고 했다.
이에 이 박사는 "이런 점에서 예수의 인간적 본성에 대한 상응 관계 가운데 있는 인간은 '동료 인간됨'을 자신의 일반적 본성으로 지닌다"며 "하나님과의 관계 가운데 있는 인간 예수에게서는 그가 동료 인간들과의 관계 가운데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바로 이 인간 예수 안에서 나타나는 '관계의 유사성' 속에서 인간 일반은 동료인간과의 관계 가운데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고 전했다.
이 박사는 "인간에 대한 일반적 존재 규정은 인간이 다른 인간과의 관계 가운데에 '존재'한다는 일종의 현상에 대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인간들을 위해서 '행위하는'는 것이 인간의 존재 규정에 일치하는 핻동양식이라는 실천적 요구로 이어진다"고 했다.
또 "인간의 인간다움이란 상호 간의 "만남 속에서 존재"하는 인간들이 스스로를 "타자를 위해서 개방"하는 행위 속에서 비로소 실현된다"며 "인간다움은 하나의 실체로서 혹은 정태적인 속성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타인을 향해 개방하는 행동을 실행에 옮길 때 비로서 '사건화 되기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바르트의 인간론에서 개별 인간의 자유도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강조한 이 박사는 바르트가 영혼과 신체의 통일성을 강조한다는 측면을 부각시켰다. 바르트에 의하면 신체와는 구별되는 영혼의 특수성은 지적 능력에 기초한 인간의 자기 인식과 이에 기초한 인간의 책임적 행위 능력 가운데 있다.
이어 바르트에게 인간은 "단지 하나의 생명체에 불과한 것이 아니고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생명체"라며 "이런 점에서 인간은 자기 자신을 "자기 샘명의 주체"로 인식하는 가운데 "자기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아가는 행동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이 박사는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이처럼 인간이 스스로를 '자기 자신'으로 인식하고 행동한다는 사실 자체를 가리켜 바르트는 "전적으로 영혼의 행위"라고 평가한다. 여기서 영혼이란 "주체로서의 인간의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내적인' 활동성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 내적인 의식과 의지는 "몸을 통해 외적으로 매개되고 표현된다"고 이 박사는 밝혔다.
바르트의 인간론을 살펴본 이 박사는 "인간은 "자기 자신을 인식할 수 있고 자기 자신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데 오직 그럴 때만 비로소 인간은 "자기 창조자 앞에서 자기 인식과 자기 책임을 실천할 수 있다"며 "이와 같은 능력은 바로 인간이 신체로부터 분리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체로만 환원될 수 없는 '자기 몸의 영혼', 즉 '사유와 행위의 주체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바르트에게)영혼과 신체는 서로 분리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밀히 구분되는 "내적 질서" 속에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는 영혼이 신체에 비해 우월한 신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이와 같은 '영혼의 우선성' 속에서만 인간이 하나님의 은총의 행동에 응답하는 자유로운 행위의 주체로서 존재할 수 있으며 이에 일치하여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존재론적 규정이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바르트의 신학적 인간론에 상응하는 자연과학적 인간 이해와의 대화도 시도했다. 이 박사는 "바르트를 통해 살펴본 것처럼 영혼과 신체의 통일체로서의 인간에게 있어서 영혼이란 인간이 단지 신체를 지닌 하나의 생명체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해위의 주체로서 동료 인간들과 더불어 다양한 상호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뇌와 정신/의식의 관계에 대한 신경과학적 해명이 "신체와 영혼의 관계에 대한 바르트의 신학적 해명과 상당한 수준에서 '상응'한다"며 "인간은 신체의 기능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지만 그것만으로 환원되지 않은 나쥬로운 의식적 주체다. 이처럼 자유로운 주체이기 때문에 개개 인간은 다른 인간들과 자유로운 상호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유로운 인간 상호 간의 관계를 통해서 그러한 존재로 형성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박사는 진화과학의 관점을 바르트의 동료 인간됨과 밀접하게 연관시키며 상응하는 점을 살폈다. 그는 "인간이 인견적 행위자가 된 것은 뇌의 구조의 복잡성에 기인하며 이 복잡성의 기본 토대갸 진화과정에서 생성된 유전자에 의존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유전자 정보만이 인간의 뇌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들 간의 상호 돌봄은 개별 인간의 유전자 정보의 보존 뿐만 아니라 그가 이타적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윤리적 행위자로 발달하는 데에도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라며 "이는 바르트의 동료 인간됨과도 매우 긴밀히 연결되는 특징을 지닌다"고 그는 덧붙였다.
자연의 신학의 관점에서 바르트의 인간론을 재해석한 이 박사는 논문을 정리하며 △인간은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은총의 계약의 파트너로 삼기 위해 창조한 피조물이다 △하나님의 계시에 기초하여 인간 일반의 자연즉 특성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인간에 대한 자연과학적 설명들과 대화를 위한 일종의 해석적 혹은 비판적 준거점을 제공해준다 △인간에 대한 자연과학적 해명들은 인간이 하나님의 피조물이라는 신학적 인간 이해와 대립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바르트의 인간론이 결코 자연과학적 인간 이해와 대립 속에 있지 않다고 주장하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