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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운탄신200주년 칼럼] 바울은 몸이 성전, 수운은 천주님 모심(侍天主)

김경재 박사(한신대학교 명예교수,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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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1. 대구감영에서 수운에 대한 최종 재판 판결과 최후 진술

금년은 수운 최제우(1824--1864)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천도교, 학계, 그리고 인류문명의 '개벽'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커나가고 있다. 한국인들은 모차르트나 다윈 등 서양의 유명인 탄신 200주년이 되면 관심과 특집기사가 많다. 그런 관심과 언론계의 특집기사는 좋은 일이지만, 우리 자신들의 직계 조상의 위대성을 모르거나 무시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이 글은 대구감영(大邱監營)의 최후 재판정(1864)에서 있었던 당시 감사(監司) 서헌순(徐憲淳)의 심문 요지, 최제우의 최후진술, 그리고 사형판결문을 다시 소환하여 오늘날 의미를 생각해 보려는 칼럼이다. 특히 3.1 독립만세운동(1919)을 기독교와 힙을 힙하여 일으킨 주도적 종교가 천도교였다. 최제우의 동학(1860)운동이 동학농민혁명(1894)으로 분출된 이후, 동학의 3대 종단 지도자 손병희 때에 이르러 종단 이름을 천도교라고 변경한 것이다(1905). 따라서 기독교인들도 '현대 한국 역사의 시작'이라고 학자들이 일컫는 동학사상과 수운 최제우 인물에 대하여 깊이 알아야 한다.

철종 임금의 죽음과 국장을 마치고 다시 속개된 수운 최제우에 대한 재판은 대구감영에서 1864년 실시되었다. 재판관은 감사(監司) 사헌순(徐憲淳)이었다. 대구감영에서 진행되었던 수운 최제우의 죄목에 대한 심문은 서너차례 있었지만, 그 심문 내용의 핵심은 감사(監司) 서원순의 다음과 같은 질문 속에 압축되어 있다.

"네 이단(異端)의 도(道)로서 도중(徒衆)을 모아놓고 민심을 혼란케하니 장차 무엇을 하고자 하느냐?"

그의 심문 초점은 수운의 가르침이 '이단사설'이어서 민심을 혼란케 한다는 것이고, 질문의 끝말에서 확인코자 하는 것은 수운의 동학운동이 정치적 반란 곧 '역모시도'가 아니냐고 따지는 것이다. 최제우의 최후 진술은 다음과 같았다.

"내 천도(天道)로써 사람을 가르쳐 어려운 세상을 바로잡고, 기울어져 가는 나라를 돕고, 도탄에 든 창생(蒼生)을 건지고자 하노니, 이 도(道)가 세상에 나온 것은 천명(天命)으로 나온 것이요 나의 사의(私意)가 아니다."

그 시대는 천주교도(天主敎徒)에 대한 박해 곧 신해교난(辛亥敎難,1791)을 비롯하여 여러 차례 도합 10,000명 이상의 순교자를 내게한 천주교 박해 시대 상황이었다. 최제우가 굳이 천명(天命), 천도(天道), 천주(天主)등의 어휘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용하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당시 성리학의 지식인 기득권층이나 정권자들에게는 당시 국가이념인 성리학과 양반 상놈 사회신분제도를 뿌리에서 뒤흔들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신념을 상민들에게 동학이 가르치는 셈이었다. 그래서 사형선고 최종판결문이 다음과 같이 1864년(포덕 5년) 2월 29일(음)에 선포되었다.

"동학괴수 최제우는 사술(邪術)로써 질병을 고친다고 기만하고, 주문(呪文)을 지어 유포함으로써 국가 민족을 기만하였으며, 검무(劍舞)로써 국정을 모반하였으며, 사도(邪道)로써 정률(正律)을 혼란케 하였다. 이에 죄인에 대하여 사형으로 처형한다"

수운 최제우는 그렇게 정치권력과 이미 썩어버린 유림세력들의 방조에 의해서, 40세 나이에 무참하게 대구감영에서 목이 잘리우고, 잘린 목을 장대에 메달아 국민을(梟首刑) 겁주는데 이용당했다. 필자가 수운 탄신 200주년을 맞아 다시 심각하게 묻는 질문은 도대체 국가 권력이란 게 무엇이관데, 그렇게도 위대한 인물을 효수형(梟首刑)에 처할 수 있단 말인가를 묻는 것이다.

2.수운의 '인간해방''개벽' 사상의 결정체이며 근거는 '시천주' 이다.

주지하다시피, 수운은 자신의 득도 곧 천주에 대한 체험과 깨달은 바를 논학문(論學文)에서 피력하고 있다. 21자 글지로 된 '주문'(呪文)이다(至氣今至 願爲大降 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

주문은 여기에서 무슨 미신적인 의미가 아니라 요즘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동학교도들의 '기도문'이다. 기독교인들에게 '주님의 기도'가 단순하면서도 초대 기독교신앙의 핵심을 담고 있는 것처럼 동학에서 '21자 주문'의 중요성이 그러하다. 위에서 언급한 21자로 구성된 동학의 주문 중에서 한복판에 자리잡은 '시천주' 라는 어휘가 문제의 핵심이다.

수운자신이 직접 해설한 '모신다는 것'(侍者) 의미에 관한 해설을 세 마디 한문 어구로서 설명했다.( 侍者, 內有神靈, 外有氣化, 一世之人 各知不移者也). 도올 김용옥은 '모심'이라는 생명 실질현상이 어떤 의미인지 다음같이 정확하게 한글로 풀이하여 그동안 애매하던 한자 문해력에 밝은 빛을 조명해주었다.

"시(侍)라고 하는 것은 '믿는다' '모신다'는 뜻인데, 그 궁극적 의미는 내 몸 안으로는 신령(神靈)이 있고, 내 몸 밖으로는 기화(氣化)가 있으니, 이렇게 모든 존재가 상호교섭하는 세계에 있어서는 당대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에게서 소외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각자 깨닫는다는 것이다"

수운의 시자(侍者) 설명과 도올의 한글 번역에 주목할 때 우리는 3가지 점을 특별히 유념해야 한다.

첫째, "내 몸 안으로는 신령이 있다"라는 '내유신령'(內유神靈)은 서구인식론 철학에서 강조해왔던 인식주체인 자아가 주체가 되어 신령한 존재자를 모시거나 받아들인다는 의미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기존의 '주체적 자아 철학'이 부정되고, 나라고 하는 생명 현실 자체가 신령한 존재의 능력과 생명력으로서 자아가 구성된다는 의미를 지닌다.

둘째, 내 몸 밖에 전개되고 있는 타자들과 삼라만상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나라는 주체가 소라 껍질 같은 각질 안에 안전하게 보장된 후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성과 기술을 수단으로 하여 외계 사물체와 자연을 통제 활용한다는 '주객 구조 틀'이 아니다. 유기적으로 혹은 내면적으로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 받는 과정 속에서 현존한다는 점을 말한다.

셋째, 그 사실과 생명 현실을 확실하게 깨닫고 감지하는 철든 사람들이라면, 동시대에 살고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래알처럼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도저히 분리되어 있지 않는 유기체적 한 몸 곧 '온 생명(장회익)'이라는 깨달음을 확신하게 돤다. 사회적 신분 귀천이나 양반 상놈 차별은 없어지고 누구나 평등한 존재요, 더불어 삶의 존재'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 깨달음이 새로운 문명, 사회와 새역사 개벽의 시작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는 동학사상 전반의 전게과정 특히 해월 최시형의 사상과 전봉준의 동학혁명 전개과정, 그리고 1919년 기독교와 연합하여 삼일 만세운동을 견인했던 역사적 사실들에 깊은 관심이 많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 관심은 위에서 언급한 수운의 '시천주' 라는 신앙관, 생명 이해, 세계관이었다. 왜냐하면 알고 보면 수운의 시천주신앙은 초대교회 제1세기 사도 바울의 신념과 많이 닮았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사도바울은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거하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고전3:16) 라고 강조한다. 그리스 아테네 아레오바고 시민법정에서 "우리가 그를 힘입어 살며 기동하여 있느니라"(행 18:28)고 증언하고 있다. 수운과 바울의 신관이나 역사관이 똑같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본질에서 통하는 점이 더 많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역사 현실 변혁의 주체와 책임은 국민이라는 말이다. 기독교의 '경천애인'(敬天愛人)과 동학의 '사인여천'(事人如天)은 오누이 관계다.

역사학 교수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그의 명저 『사피엔스』 속에서 인간 사회를 지금처럼 국가와 기업이 사람들을 완전 지배하는 사조는 불과 200여년전 산업혁명 이후부터라고 새삼스럽게 우리를 일깨운다.

국가와 대기업은 방대한 개인정보 수집 관리 통제, 기술축적, 그리고 '성장과 풍요'라는 당근으로서 그 세력을 강화해 나갔고 마침내 오늘날 인간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신적 존재가 되었다. 말로서는 위민, 민본, 민주, 복지를 말하지만 세상 현실은 극단적인 이기적 개인주의, 생태계 오염, 기후붕괴, 끊임없는 전쟁, 저출산, 공동체 해체라는 결과를 내고 있다.

수운탄생 200주년을 맞이하여 '시천주'를 우리 모두가 다시 깊이 생각하여 인간들의 생각 변화 곧 '개벽'(開闢)이 일어나야 한다. 기미년 독립선언 운동 때 처럼, 천도교와 기독교는 함께 새문명 새사회를 열어가는 일에 앞장서서 손잡고 나아가야 한다. "옛적에 선지자들로 여러 부분과 여러 모양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하나님"(히1:1)이 언더우드와 아펜젤라를 우리에게 파송하시기(1885) 전에, 세례 요한 역할처럼 수운 최제우(1824)를 보내셨다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잘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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