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용산참사 사태 이후 재개발 문제에 소극적인 개신교에 쓴소리를 냈다.
용산참사 현장에서 위령미사를 드리며 유가족들을 위로해 온 사제단은 16일 침묵을 깨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서 사제단은 “재개발사업과 관련한 한국교회의 처신은 매우 미온적”이라며 “퍽 다행스러운 일은 요즘 한국교회가 늦게나마 도심재개발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는 여전히 가난한 세입자들과 원주민들이 처한 아픔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사제단은 “혹시 재개발사업에서 교회가 겪고 있는 불이익이 두려워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만일 그렇다면 매우 떳떳하지 못한 일”이라며 “지금은 교회야 무너지고 쫓겨나더라도 불쌍한 서민들만큼은 그래선 안 된다고 매섭게 따지는 십자가의 정신을 회복할 때다. 그래야만 삶터와 일터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용산참사 반년을 맞으며’란 제목의 이날 성명서에서 사제단은 개신교의 소극성 말고도 정부, 국민들을 행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먼저 “사제들이 폭행을 당하고, 옷이 찢기고, 길거리에 내던져지며 갖은 욕설로 모욕을 당하고, 실신을 겪기도 하였지만 가난한 이들과 고난을 나누는 이곳에서 우리는 한없는 영광과 기쁨을 느낀다”며 공권력의 폭력성을 지적했다.
사제단은 또 “철거민들이 목숨을 빼앗겼던 빌딩은 그야말로 예수님의 골고타요, 여기서 만나는 유가족들은 십자가 아래 오열하던 예수님의 어머니와 복음의 여인들”이라며 “용산은 바야흐로 모든 신앙인들이 되돌아가야 할 죽음과 부활의 자리가 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를 향해 사제단은 “그날의 참사를 희생자들이 자초한 응당의 결과로 확신하는 후안무치는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바라는 유가족들의 당연한 요구마저 냉소로 일관하는 완악한 태도에서 우리는 참사의 진정한 원인을 보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도 쉽게 잊어버리고 용납하는 국민을 향해서도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사제단은 “쉽게 잊어버리고 용납해버리는 우리 모두의 마음 또한 슬픈 일이다. 재개발의 비극은 이미 대한민국의 일상이 되어버렸다”며 “아직 때가 오지 않았을 뿐 언제든지 각자의 차례가 닥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온갖 사회적 불행을 남의 일로만 여기고 외면해버린다면 오늘과 같은 강자들의 횡포는 나날이 극심해 질 것이다”라고 했다.
사제단은 끝으로 용산참사의 근원적 해결 위해 참사 현장을 떠나지 않겠다는 각오도 피력했다. 이들은 “우리는 용산 참사의 근원적 해결은 정부의 정당성뿐 아니라 우리 교회의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며 “교회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십자가 아래에서 예수님의 운명을 지켰던 사람들처럼 유가족들의 얼굴에 눈물이 그치는 순간까지 이곳 용산현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