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녘-향린 도시농촌선교협력 30주년 기념예배 포스터
향린교회(담임 한문덕 목사)와 들녘교회(담임 이세우 목사)가 도시-농촌 선교협력 30주년을 맞아 함께 기념 예배를 드린다고 21일 밝혔다. 교회 측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30년 동안 향린교회와 들녘교회는 농촌과 도시가 운명공동체라는 것을 확인하며, 함께 힘을 모아 선교에 동참해 왔다.
향린교회는 1993년 창립 40주년을 맞으면서 교회갱신선언을 발표했고, 그 이듬해인 1994년에는 그 선언의 실천결의문도 만들었다. 이 선언을 기초로 향린교회 내 생명환경위원회가 신설된 바 있다. 당시는 우르과이라운드 이후 위기에 몰린 농촌교회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전국농민선교목회자연합회(이하 농목)가 도시-농촌 교회 간의 자매결연 사업을 추진하던 때였다. 생명환경위원회는 농목의 추천을 받아 전북 완주의 들녘교회와 1995년 6월 18일에 자매결연을 맺었다. 이후 두 교회는 상호 선교협력을 통해 재정지원, 인적, 물적 교류 등 다양한 연대활동을 해 왔다.
우선 향린교회는 들녘교회에서 생산한 쌀, 들기름, 들깨가루, 참기름, 서리태, 팥, 마늘, 감자, 고구마, 고춧가루 등 유기농 농산물과 친환경 농산물들을 구입하여 소비한다. 그렇다고 한쪽은 소비하고 한쪽은 생산만 하는 그런 관계는 아니다. 들녘교회의 논 1,600평에 지어지는 유기농 쌀을 비롯해 들녘교회 교인들과 완주 이서면 일대의 농부들이 정성들여 짓는 모든 생산 과정이 공개되고, 매년 향린교회 교인들이 들녘교회로 내려가 농활을 하면서 생태적 농업이 이루어지도록 서로 협력했다.
들녘교회의 고집스러운 친환경, 유기농산물 생산 덕에 향린교회의 주일 점심 식탁은 깨끗하고 안전한 식탁이 될 수 있었고, 귀한 음식을 남기지 않고, 일회용 찻잔 대신 도자기 잔으로 바꾸는 등 향린교회의 생태 운동에 영향을 주었다. 농촌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판매가 어렵다는 것인데, 향린은 꾸준히 들녘의 농산물을 일관성 있게 구입했고, 그것을 위해서 향린교회 자체 활동으로 아나바다 활동까지 하게 되었다. 쓸 만한 물건들을 재활용하고 재판매하는 행사를 년 1-2회 진행하다가, 지금은 매주 아나바다 장터를 상설하고 자금을 마련하여 농촌과 함께 살아가는 데 사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온 교우가 생태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두 교회의 연대는 단순히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엇다. 들녘교회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공부방에 향린교회 청년들이 함께 힘을 모아 학습자료와 컴퓨터를 제공하고, 좋은 책을 모아 기증하기도 하였으며, 향린과 들녘의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연합 수련회 활동을 통해 상호 간의 이해를 높이고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교육을 어릴 때부터 익힐 수 있도록 도왔다. 이밖에 농촌의 어르신들을 위한 의료 선교와 연극 공연, 우리 가락 한마당들을 펼쳐서 실제로 도시-농촌 간의 다양한 선교가 이뤄지도록 했다.
도시-농촌이 함께 살기 위한 공생의 몸짓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향린교회의 "농촌과 환경" 소모임이 들녘교회에 태양광 발전소 설치 운동에 나선 것이다. 도시에 있는 향린교회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효과를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들녘교회에 실행함으로써 연간 40톤의 이산화탄소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생명환경위원회와 소모임 "농촌과 환경"이 함께 발전소 설치를 위한 조합원 모집을 했고, 여기에 뜻을 같이한 20명이 넘는 분들을 통해 2009년에 3KW 짜리 태양광 발전소를 2개 설치했다. 들녘교회 덕에 향린교회가 생태목회를 할 수 있었고, 들녘교회는 사택의 전기를 자체적으로 해소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전기 판매를 통한 수익으로 북한 어린이 돕기 등 다양한 후원과 지원을 할 수 있었다.
농촌교회인 들녘교회는 이 모든 활동을 바탕으로 땅과 물과 공기를 살리는 생명 살림을 선교적 과제로 세울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농민선교에 앞장설 수 있었고, 친환경 농업을 지역에 전파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교회로까지 나아갈 수 있었다. 지금도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적 교회로 자매교회인 들녘교회는 그 실천적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두 교회의 지난 모든 선교활동을 되새기면서 22일에 향린교회와 들녘교회가 도농선교협력 30주년을 기념하는 예배를 갖는다. 장소는 들녘교회다. 농활 팀은 금요일 저녁에 내려가서 토요일에 농촌봉사활동을 하고 합류하고, 어린이 청소년 등 교육부서는 변산반도의 생태기행을 한 후 들녘교회로 모인다.
교회 측은 "인구의 감소와 초고령화 사회 속에서 지방과 농어촌의 현실은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장기적으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향린교회와 들녘교회는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이 함께 하는 방법을 지난 30년간 고민해 왔고,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어떤 것들은 도중에 그만둔 것도 있고, 어떤 것들은 좋은 결실을 낸 것도 있다. 기후 붕괴의 암울한 시대에 도시와 농촌의 연대는 더욱 절실하다. 향린과 들녘의 지난 30년의 노력이 앞으로도 더 확장되고 더 나아지기를 바라면서 뜻을 새롭게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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