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5주년을 맞은 가리봉동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서 한 외국인노동자가 진료 받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
외국인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사회적응훈련을 받을 때 꼭 듣는 말이 있다. “몸이 아프면 가리봉동에 있는 외노의원에 가라. 거기서는 모든 진료가 공짜다.”
국내 외노들의 희망,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이하 외노의원)이 22일 개원 5주년을 맞았다.
외노의원은 지난 2004년 사회 각계각층의 후원을 받아 문을 열었다. 그간 이 곳을 거쳐 간 환자들은 몽골,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13개국 17만 5천여 명. 많을 땐 하루 400명이 찾는다.
아직도 폐쇄적 민족주의가 강한 한국사회에서 외노병원이 지지를 얻기란 쉽지 않았다.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글 중에는 “한국에도 불쌍한 사람 많은데 불법체류자까지 돌봐야 하느냐”는 글도 있었다. 복지부에서는 공중보건의 3명을 보내줬지만, 이들의 임금은 외노의원 몫으로 돌렸다.
그러나 3%의 소금이 있기에 바다는 썩지 않는다고 했던가. 인력과 재정이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100여 명의 국내 의료진들이 ‘자원봉사’를 자처했고, 후원자도 모여들었다. 외노의원 이사장 김해성 목사는 “우리는 ‘불법체류자’가 아닌 ‘인간’을 치료합니다. 하나님 안에서 국적, 언어, 피부색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저 상처 입은 한 인간을 치료할 뿐이지요”라고 100여 명의 의료진을 대변했다.
최근 경제불황은 외노의원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월 7천~8천 만원의 후원금이 3천~4천 만원으로 뚝 떨어진 것. 진료비는 물론 약값도 안 받고 운영해왔던 터라, 입원실을 닫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지난 6월 닫은 입원실은 8월에 다시 열지만, 언제 또 닫을지 모른다.
외노병원은 10주년까지 ‘준종합병원’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다. 심장수술과 같은 큰 수술도 소화해, 외노들이 평생 갚아도 못 갚을 병원비에 절망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다. 김해성 목사는 “독지가들과 소액 기부자들의 후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