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불교·천주교·원불교 등 4대 종교계가 쿠팡 김범석 의장의 직접 사과와 정부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원불교 인권위원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 4대 종교 단체는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노동 환경과 경영 행태를 규탄하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종교계는 기자회견에서 최근 제기된 산업재해 은폐 의혹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잇따른 노동자 사망 사례 등을 언급하며 "쿠팡의 경영 방식은 노동자의 생명과 시민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범석 의장의 직접적인 사과와 함께 정부 차원의 강제 수사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공동 입장문에서 종교계는 최근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반복되는 과로사 문제를 두고 "인류의 기본적 가치와 생명을 외면한 처사"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쿠팡이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피해 규모를 축소 발표하고, 자체 조사를 앞세워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정부가 파악한 유출 규모가 3370만 명에 달하는 반면, 쿠팡이 이를 3000건 수준으로 축소 발표한 것은 "사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종교인들은 "노동자의 생명을 비용으로 계산하고 시민의 개인정보를 단순한 관리 대상으로 여기는 순간, 사회는 방향을 잃게 된다"며 "쿠팡이 이룬 성장은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팡 물류센터 현장의 실태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최효 쿠팡 물류센터 지회 사무국장은 "현장에는 수백 대의 CCTV가 설치돼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있으며, 부상 사실을 즉시 보고하지 않으면 산재 허위 신고로 처벌하겠다는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필요할 때만 고용하고 쉽게 해고하는 '일회용 노동'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돼 있다"고 말했다.
종교계는 김범석 의장을 향해 "법률 전문가 뒤에 숨지 말고 직접 현장에 나와 노동 현실을 체험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종교계는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며 네 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경영 책임자가 직접 국민과 유가족 앞에 나서 책임을 밝힐 것 △수사 과정에서 비호·외압 의혹이 제기된 관계자들에 대한 신속한 압수수색과 엄정한 처벌 △독점 플랫폼 기업의 반인륜적 경영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 개선 △중대재해 발생 시 독립적 조사기구가 진상을 규명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 강화 등이다.
종교계는 끝으로 "생명의 가치가 이윤 논리에 의해 훼손되는 현실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지속적인 연대와 감시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