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어떻게 종교적 근본주의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나?

‘촘스키와 아슈카르 중동을 이야기하다’

노엄 촘스키와 질베르 아슈카르. 세계적인 두 지식인이 중동문제에 대해 대담 나눈 것을 엮은 책 ‘촘스키와 아슈카르, 중동을 이야기하다’(Perilous Power : The Middle east and U.S. Foreign Policy , 사계절)가 나왔다.

두 지식인은 대담에서 ‘어떻게 종교적 근본주의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는가?’라고 질문 던진다. 그들의 대답은, 경제위기와 같은 심각한 사회적 위기 속에서, 그리고 민족주의와 같은 세속적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곳에서 종교적 근본주의가 태동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은 중동에서의 이슬람 근본주의 태동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사회위기 속에서 종교적 근본주의가 태동한다

촘스키는 미국에서 근본주의 세력이 실질적으로 대두된 시기를 지미 카터 행정부(1977-1981) 때부터라고 보았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던 카터가 당 관리자들에게 ‘당신이 신실한 얼굴을 갖고 있다는 것은 당신이 마음 속으로 욕심을 품은 것에 죄의식을 느껴 당신이 예수를 보았다고 말하는 셈이므로, 유권자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르치곤 했다며, “카터 이후로 모든 대통령 후보가 앞다퉈 종교적 체험을 자랑스레 내세웠다”고 말했다.

아슈카르는 카터의 이러한 기독교 근본주의가 “정치적으로 이용됐다”며, 그 배경은 당시의 심각한 경제위기라고 보았다. 1970년대 중반 전세계 경제가 한꺼번에 대혼란에 빠지게 되자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구축하기를 원했고, 이 때 종교적 근본주의가 사람들에게 정체성의 근거로서 효과적으로 작용했다는 것.

아슈카르는 “20세기 마지막 사반세기부터 전세계에서 인종과 민족, 종교와 당파, 근본주의 등 어디에서라도 정체성을 찾으려는 경향이 눈에 띄었으며,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러한 종교적 근본주의가 대중들을 사회·정치적인 이슈에 눈 감게 했다는 것. 1970년대 미국 대다수 국민이 혜택을 누린 뉴딜정책과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 정책이 막을 내리고 신자유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민의 대다수가 사회·경제적으로 힘든 처지에 빠졌으며, “그 때부터 종교적 감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촘스키는 분석했다.

달리 말해 종교적 주제가 사회·정치적 쟁점을 압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에게 진짜 고민거리는 의료비용 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어떤 정당도 그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그들은 진화론과 지적설계론을 두고 입씨름을 벌일 뿐이다. 그러는 사이 부자들은 이 나라를 농단하면서 지갑을 두둑하게 채운다.“(촘스키)

“국민이 진화론이나 동성애자의 권리 등과 같은 문제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들(최고경영자)에게도 나쁠 것이 없다.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사회·경제 정책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중략)…이처럼 국민의 관심을 돌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성공한 것이다.”(촘스키)

기독교 근본주의, 이슬람 근본주의 태동에 영향

촘스키와 아슈카르는 오늘날 세계 불안의 근원으로 작용하고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의 태동에 미국발 기독교 근본주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1960년대 무슬림 세계를 전반적으로 지배했던 ‘세속적 민족주의’(secular nationalism)와 아랍 세계의 ‘아랍 민족주의’를 미국이 ‘이슬람 근본주의’를 앞세워 분쇄했고, 그 결과 이슬람 근본주의가 오늘날 중동에 만연하게 됐다는 것.

아슈카르는 “사우디 왕국이 시행하고 선전하던 ‘이슬람 근본주의’라는 가장 복고적이고 보수적인 민족주의를 앞세워 미국이 세속적 민족주의와 아랍 민족주의를 분쇄했다. 그러므로 중동에서 미국의 가장 오래된 우방은 사실 이스라엘이 아니라 사우디 왕국”이라고 말했다.

또 아프가니스탄과 소련의 전쟁 시 미국이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인 무자헤딘을 지원한 것 사실 등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촉진시키는 일마저 마다하지 않았을까. 아슈카르는 “세속적 민족주의와 공산주의 등 중동지역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던 좌익 사상이나 진보적 사상에 맞서기 위해서”라고, 촘스키는 “(중동의) 민족주의자들이 중동의 유전을 접수해 지역 발전을 위해 사용할까봐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