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변선환 학술행사 주최 측 "감신대, 학문적 전통과 얼 되새겨야"

이정배·이은선 교수 입장문 발표..."행사 무산 과정 깊이 성찰해야"

veritas
(Photo : ⓒ베리타스DB)
▲이정배 감신대 명예교수(좌)와 이은선 세종대 명예교수(우)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고(故) 변선환 교수 관련 학술행사가 학생들의 반대로 무산된 가운데, 행사를 주최한 이정배 감신대 명예교수와 이은선 한국信연구소 소장이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공식 입장을 밝혔다.

두 교수는 지난 23일 '9.17 감신대 변선환 학술행사 참사(?)를 돌아보며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행사 무산 과정에 대한 유감과 함께 감리교신학대학교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교의 신학적 전통과 학문공동체의 방향을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그날 이후 한 주가 지났지만 그 기억을 지워버리고 이후를 사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저희 삶이 부정당한 듯싶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당일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동문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이 상당수 있었다며 "서울은 물론 문경, 평창, 시흥, 양평 등 먼 곳에서 장로와 권사, 집사 등 교회 직분을 가진 분들도 찾아왔다"고 전했다. 이들은 참석자들이 행사 무산 과정에서 충격과 좌절을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감신대에서 행사를 여는 것이 왜 어려운 일이었나"

주최 측은 이번 학술행사를 감신대에서 개최하려 했던 배경도 설명했다. 이정배·이은선 교수는 변선환 교수 사후 감신대에서 그를 기리는 학술행사가 여러 차례 개최됐으며, 변선환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추모 학술제와 출판 작업 등이 이어져 왔다고 밝혔다.

또 2년 전에는 현 총장의 축사 가운데 학술모임이 교정에서 개최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토착화 전통을 지닌 이 땅 최초의 대학, 감리교신학대학교이기에 설득과 대화의 힘을 믿었다"며 "절차보다 감신대의 얼과 학문적 전통이 중시되리라 믿었다"고 밝혔다.

특히 행사 장소와 관련한 절차를 무시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두 교수는 "30년 교수로 살아온 저희가 절차와 과정을 무시할 이유가 없다"며 "감신대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대학 측에 누차 부탁하고 제안했으며, 마지막에는 변선환 아카이브 소속 명예교수들의 이름으로 간곡하게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행사가 단순히 변선환 교수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오늘날 한국교회와 사회가 직면한 신학적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대승적 기독교·종교 간 대화 등 오늘의 신학적 과제 다뤄"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이은선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한국信연구소가 올해 기획한 연속 학술행사의 하나였다. 연구소는 올해 △대승적 기독교 △종교 간 대화를 통한 동서 문명의 화합 △남북을 잇는 통일신학 △AI 시대의 상상력과 영적 주체성 등을 주제로 학술행사를 기획했다.

두 교수는 "이 주제들은 오늘 이 땅에서 거듭 곱씹어야 할 기독교 신학의 핵심 요체이자 선교과제"라며 "각 신학대학에서 특색 있게 토론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변선환 학술행사 역시 과거의 한 신학자를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신학적 문제의식을 통해 오늘날 한국교회와 사회가 직면한 과제를 다시 살펴보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주최 측은 행사 당일 학생들의 반대 행동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현장에서 맞닥뜨린 학생들의 모습은 상상과 예상의 정도를 훌쩍 넘은 것이었다"며 "일련의 학생들 행동에 대해 대학의 행정력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고, 어느 현직 교수도 그 자리에 함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들이 행사 참석자들을 조롱하고 행사를 막았으며 경찰까지 출동한 상황에서 결국 행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최 측은 학생들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으로 사태를 끝내지는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들은 "단순하게 충격과 절망을 안겨준 학생들을 탓하지 않겠다"며 "변선환 종교재판 및 출교는 그들이 태어나기 전의 일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을 이렇듯 소리치며 분노하게 만든 것은 기성 목회자들과 대학이 앞서 책임질 일"이라며 "그 책임이 저희를 포함한 기성세대의 몫인 것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행사를 막은 학생들과 다르게 사유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주최 측은 행사 이후 감신대 학생들과 신학계에서 나온 다양한 반응에도 주목했다. 온라인상에서 이번 사태를 비판하거나 감신대의 신학적 전통과 학문적 개방성을 강조하는 글들이 이어졌다며, 이를 통해 감신대 안에도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두 교수는 "이번 학술제를 완력으로 막은 학생들과는 다르게 사유하는 학생들이 건재함을 알리고 싶었다"며 "60여 년 세월이 담긴 모교, 감리교신학대학교의 건강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감신대의 신학적 현실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며 이를 "돌들의 소리"라고 표현했다.

주최 측은 이번 사태를 일회적인 학내 충돌로 끝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내년 변선환 교수 탄신 100주년을 앞두고 감신대와 감리교단이 그의 신학과 출교 사건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감리교 총동문회장과 서울연회 등에도 변선환 교수의 출교 사건에 대한 재검증을 요청했다. 또 2022년 변선환 아카이브가 기획한 『종교재판 30년 백서』를 토대로 당시 사건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 교수는 "과거를 반성하여 미래로 나가는 적실한 방식"이라며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한 저항은 계속될 것이기에 고리를 끊고 매듭짓는 일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변선환 교수의 고별사를 전교생이 듣게 해달라"

주최 측은 감신대에 구체적인 후속 조치도 제안했다. 첫 번째는 이번 사태에 대한 학교 차원의 공식적인 성찰과 입장 표명이다. 두 번째는 변선환 교수의 대학 퇴임 고별사를 감신대 전교생이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변 교수의 고별사가 그의 신학과 감신대에 대한 애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며 "재학생들에게 치유와 회복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감신대가 대화와 타자를 향한 개방적 학문공동체라는 감리교 신학의 전통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은 입장문 말미에서 이번 사태를 둘러싼 갈등이 더 큰 분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뜻도 밝혔다. 이들은 "상황이 위중해 보이나 절망에 빠지거나 비관하고 싶지 않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더 깊은 성찰과 반성, 공부와 힘을 모으는 일이 긴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번 일이 한국 사회와 교회, 대학, 동문과 재학생들에게 깊은 심려와 우려를 끼치게 되어 송구하다"면서도 "은폐된 현실이 폭로된 것일 뿐 모두가 알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번 일을 변화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국信연구소가 변선환 교수를 비롯한 신학자들이 남긴 신학적 과제를 연구하고 한국교회와 신학을 위한 역할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입장문은 감신대 학술행사를 둘러싼 논란이 단순히 행사 개최 여부를 넘어, 변선환 교수의 신학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감리교신학대학교의 학문적 전통과 신앙적 정체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그리고 과거 출교 사건을 오늘날 어떻게 기억하고 평가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감신대 제27대 총동문회는 학생들이 학술행사를 물리적으로 저지한 것에 대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며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일부 감리교 관련 단체들은 변선환 교수가 교단에서 출교된 인물이라는 점을 들어 학생들의 반대 행동을 신앙적 양심에 따른 행위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향후 감신대와 감리교단이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그리고 내년 변선환 교수 탄신 100주년을 앞두고 관련 학술행사와 출교 사건에 대한 논의가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관련기사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아담"은 결국 "아다마"에서 왔다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신학계에서도 인간과 자연, 창조와 구원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다시 묻는 작업이 이어지고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하나님의 단일성 통해 현대 조직신학 재조명"

현대 조직신학의 핵심 흐름으로 자리해 온 그리스도 중심주의를 재검토하며, '하나님의 단일성(divine oneness)'을 신학의 출발점으로 재구성하려는 미국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성전론적 전쟁관에 치우쳐져 있는 한국 개신교인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 등 바야흐로 전쟁의 시대다. 이러한 전쟁의 흐름이나 양상을 보고 향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하나님 나라의 정치색은 좌도 우도 아니다"

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목사가 설교와 정치의 관계를 성찰하는 글을 공개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최 목사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