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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고 변선환이 쏘아올린 작은 공

한국교회, 이제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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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변선환 아카이브 갈무리)
▲고 변선환 박사

故 변선환 교수가 다시 한국교회 논쟁의 한가운데 소환됐다.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변선환을 주제로 한 학술행사가 추진됐다가 학생들의 저지로 무산되면서 논란이 감신대의 울타리를 넘어 교단과 교회로 확산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교단으로부터 출교 처분을 받은 신학자의 사상을 교단 신학교에서 기념하는 것은 교단의 신앙적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신학적 이견일수록 학문의 장에서 자유롭게 연구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34년 전 변선환 사건을 둘러싼 질문이 다시 감신대 교정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변선환은 감신대 원장과 학장을 지낸 신학자로, 토착화 신학과 종교 간 대화 신학에 관심을 기울였다. 1991년 감리교 특별총회에서 그의 종교다원주의 신학 등이 교단 교리에 위배된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이듬해 서울연회 재판위원회에서 최고형인 출교 판결을 받았다.

이번 논란에서 중요한 것은 고 변선환의 신학을 성급하게 다시 평가하고 결론을 내리는 일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질문을 더 넓고 깊게 해야 한다. 먼저 이런 질문이다. 한국교회는 지금도 다종교 사회에서 신학을 하고 있는데, 타종교를 이해하고 그들과 대화하려는 노력을 과연 선택 사항으로 남겨둘 수 있는가.

한국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은 더 이상 자신과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만 만나며 살아갈 수 없다.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지역사회에서도 서로 다른 종교적 전통과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 교회 밖의 이웃 가운데는 불교 신자도 있고, 천주교 신자도 있으며, 종교를 갖지 않은, 소위 무종교인도 있다.

신학이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이 아니라면 더 이상 이런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타종교를 이해한다는 것을 곧 타종교의 주장을 모두 진리라고 인정한다는 뜻으로 오해하고 종교 간 대화 논의를 배척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종교 간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기독교의 고유한 신앙고백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신앙이 무엇을 말하는지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타종교가 무엇을 믿고 어떤 언어로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 간 대화는 단순히 신학자 몇 사람의 특별한 관심사가 아니라 신학함 자체가 감당해야 할 과제가 된 것이다.

일반은총과 그리스도교의 유일성은 반드시 충돌하는가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타종교 안에서도 인간의 선함과 진리 추구, 사랑과 자비, 공동체적 책임 같은 가치가 발견된다면 그것을 그리스도교 신학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그리스도교 전통에는 이미 이에 답할 수 있는 중요한 신학적 자원이 있다. 바로 '일반은총'에 관한 논의다.

하나님의 은혜가 교회의 경계 안에서만 역사한다고 단정하지 않는다면, 타종교인에게서 발견되는 선과 진리의 흔적을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라는 차원에서 이해할 가능성이 열린다. 물론 이것이 곧바로 '모든 종교가 동일한 진리를 말한다'는 결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리스도교는 여전히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고백할 수 있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 다만 그리스도교가 그리스도를 유일한 구원의 길로 고백하는 것과 타종교 안에서 발견되는 선과 진리의 흔적을 인정하는 것은 반드시 논리적 모순으로만 귀결될 필요가 없다. 물론 일반은총이라는 개념만으로 타종교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신학적 입장이 모두 설명될 수는 없다. 타종교의 구원 가능성과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둘러싼 문제는 여전히 치열한 신학적 논쟁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둘을 처음부터 양자택일의 문제로만 설정할 필요는 없다는 데 있다. 그리스도교의 진리 주장을 지키기 위해 타종교를 반드시 악으로만 규정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타종교를 존중하기 위해 그리스도교의 고유한 신앙고백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름이 만들어 내는 둘 사이의 긴장을 견디며 사유하는 것 자체가 신학의 몫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타종교보다 서로를 더 낯설어하지 않았는가

한국교회의 역사를 돌아보면 종교적 차이를 둘러싼 갈등이 반드시 타종교와의 관계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같은 예수를 믿고 같은 성서를 읽는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의 신학적 차이가 때때로 더욱 첨예한 갈등과 배제로 이어졌다. 장로교와 감리교, 보수와 진보,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칼 진영 사이에는 성서 해석과 구원론, 교회론, 성례, 선교에 대한 이해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차이가 있어왔다.

변선환 사건 역시 이러한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1992년 교단 재판을 거쳐 출교된 변선환을 둘러싼 논쟁이 3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불붙은 것도 결국 '다름'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당시 변선환을 둘러싼 논쟁은 한국 기독교계와 신학계에서 치열하게 전개됐고, 종교다원주의와 학문의 자유,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우리는 불편한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타종교인과 대화할 때보다 같은 그리스도인 사이에서 오히려 더 쉽게 상대방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가. 다름을 인정하는 연습은 타종교인을 만날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먼저 필요한 곳은 우리 자신이 속한 교회 안일지 모른다.

관용은 진리를 포기하는 일이 아니다

종교적 차이를 인정한다는 말은 모든 주장을 옳다고 인정하자는 뜻이 아니다. 대화 역시 상대방의 주장을 무조건 받아들이자는 뜻이 아니다. 대화에는 오히려 상대방의 주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주장을 분명하게 설명하며, 서로의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이 수정될 수도 있고, 반대로 자신의 신앙이 왜 중요한지 더욱 분명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관용은 진리의 포기가 아니라 진리를 다루는 태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믿는 진리를 확신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존재와 신앙을 부정하지 않는 것. 나와 다른 신앙적 견해를 가진 사람을 곧바로 적대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그 차이가 무엇인지 묻는 것. 그것이 다종교 사회에서 필요한 신앙의 성숙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변선환 논쟁은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교회의 종교다원주의 논의는 주로 '기독교와 타종교의 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이제는 질문을 우리 안으로 돌려볼 때가 됐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 안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종교적 층위가 존재하는가.

한국교회 안에는 서로 다른 교파가 있고, 서로 다른 신학적 전통이 있으며, 서로 다른 신심과 영성의 형태가 존재한다. 같은 장로교 안에서도 신앙의 색깔은 다르고, 같은 감리교 안에서도 성서와 전통을 이해하는 방식은 다르다.

개인의 신앙 안에도 부모에게 물려받은 민간신앙적 정서, 유교적 가족관, 불교적 문화 경험, 근대적 합리주의, 복음주의적 신앙, 신비주의적 영성 등이 복합적으로 서로 뒤엉켜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다. 한국의 그리스도인은 순수하게 하나의 신학적 체계로만 구성된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여러 시대와 문화, 여러 종교와 사상의 영향을 받으며 형성된 존재다.

어쩌면 우리는 타종교를 연구하기 전에 먼저 우리 자신 안에 어떤 종교적 전통과 문화가 겹겹이 쌓여 있는지를 연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종교 간 대화 연구는 '기독교와 불교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 안에 서로 다른 종교적·문화적 층위가 어떻게 공존하고 충돌하며 재구성되는지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종교적 중층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변선환이 남긴 질문

이번 논쟁을 다시 단순히 '변선환을 기념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로 좁힌다면 우리는 34년 전의 질문을 다시 반복하는 데 그칠 수 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질문이다. 다종교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자신의 신앙적 정체성을 지키면서 타자를 이해할 것인가. 그리스도교의 유일성에 대한 고백과 타종교 안에서 발견되는 선과 진리를 어떻게 신학적으로 함께 사유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와 다른 그리스도인을 우리는 얼마나 기꺼이 이해하고 대화할 것인가.

변선환의 신학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교단의 신앙고백에 비추어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학적 차이를 질문하고 연구하고 토론하는 일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신학은 정답을 반복하는 작업만이 아니라, 믿는 바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질문하는 작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변선환이 떠난 지 30년이 넘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변선환 개인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가 던졌던 화두가 다종교 상황이라는 피할 수 없는 삶의 자리에서 오늘도 우리에게 유효한 질문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다른 믿음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우리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름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재구성해 나갈 것인가. 변선환이 쏘아올린 공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이제 그 공이 다시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에 답해야 할 때다.

김진한 편집국장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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