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 한신대 교수
기후위기가 인류의 생존과 미래를 위협하는 가운데, 기독교 신앙 역시 창조세계와 인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성찰해야 한다는 신학적 제안이 나왔다.
「기독교사상」 2026년 최신호(9월호)의 '이달의 추천글'로 소개된 「생태적 회심(ecological conversion): 인식의 대전환」에서 이영미 한신대학교 구약학 교수는 기후위기 시대에 교회가 마주해야 할 신학적 과제를 짚었다. 이 교수는 새롭게 시작한 연재 「생태적 회심을 위한 구약성서 다시 읽기」의 첫 번째 글에서 환경보호를 위한 개별적인 실천을 넘어 인간중심적 세계관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오늘날 인류가 지구의 재생 능력을 넘어서는 자원을 소비하면서도 생태위기의 시급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생태위기는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몫을 앞당겨 사용하는 정의의 문제이자, 인간과 창조세계의 관계를 새롭게 묻는 신앙의 문제라는 것이다.
인간중심적 세계관과 구원 이해를 넘어
이 교수는 교회가 생태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인간중심적 세계관과 인간을 중심으로 한 구원 이해를 지목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의 선한 창조와 구원을 고백한다. 그러므로 창조세계의 회복을 위한 기후정의 실천 역시 교회의 중요한 신앙적 책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는 생태위기에 관한 논의와 구체적인 실천이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이 교수는 지적한다.
그 배경에는 자연을 인간의 이익과 통치를 위한 대상으로 이해하는 사고방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인간과 자연, 정신과 물질, 남성과 여성 등을 위계적으로 구분하고 인간을 다른 피조물보다 우월한 존재로 여기는 관점은 자연을 그 자체의 가치와 생명력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개발과 이용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것이다.
종말론적 구원 이해 역시 재검토의 대상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일부 신앙적 해석은 이 세상을 일시적이고 곧 파괴될 공간으로, 구원을 그 세계로부터 선택받은 인간이 탈출하는 사건으로 이해해 왔다. 이러한 관점이 강화되면 창조세계의 보전과 회복은 신앙의 우선적인 과제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기독교 종말론을 단순히 세상의 마지막에 관한 교리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위르겐 몰트만이 종말론을 현재를 변화시키는 희망의 관점에서 이해했듯이, 기독교의 희망은 현실의 파괴를 기다리는 태도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세계를 새롭게 하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캐서린 켈러의 신학도 이러한 전환에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세계가 파괴되고 인간이 다른 곳으로 구출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 세계를 새롭게 하신다는 이해다.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계 21:5)는 말씀은 창조세계를 폐기하고 대체하는 사건이 아니라 땅과 세계를 근본적으로 갱신하는 약속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구원은 인간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교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의 구원과 회복의 지평 안에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창조세계의 보전은 구원 이후의 부차적인 과제가 아니라 신앙의 본질과 연결된 책임"이라고 전했다.
생태정의의 관점에서 성서를 다시 읽다
이 교수는 생태적 회심을 구체화하는 방법으로 생태비평적 성서해석을 제안했다. 성서는 하나님과 세계, 인간의 위치와 책임을 이해하는 기독교 세계관의 토대이지만, 현대의 생태위기와 같은 문제에 대해 언제나 직접적이고 명료한 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특정 구절을 문자적으로 인용해 환경문제에 대한 답을 단정하거나, 성서가 고대 문헌이라는 이유로 현대의 생태위기와 무관하다고 판단하는 태도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중요한 것은 성서 본문이 하나님과 세계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그 안에 어떤 신학적 관점이 담겨 있는지를 살피는 일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 교수는 생태비평적 성서해석은 생태정의를 기준으로 본문을 읽으며, 생태적 가치를 드러내는 구절뿐 아니라 인간중심적이고 생태적 불의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본문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특히 이 교수는 지구성서팀(Earth Bible Team)이 제시한 여섯 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여섯 가지 원칙은 우주와 지구의 모든 구성원이 고유한 가치를 지닌다는 '고유한 가치', 모든 생명체가 서로 의존한다는 '상호연관성', 지구가 정의와 불의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함성', 모든 구성원이 우주적 목적에 참여한다는 '목적', 지배자가 아닌 동반자로서 지구공동체를 돌본다는 '상호관리인 임무', 그리고 인간이 초래한 불의에 맞서는 지구와 생명체의 '저항' 등이다.
이러한 원칙은 자연을 인간을 위한 배경이나 자원으로만 이해하는 관점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지구와 그 안의 생명체는 인간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대상이 아니라 고유한 가치와 의미를 지닌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이 교수는 생태적 성서 읽기의 방법으로 '의심', '동일시', '회복'을 제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의심'은 성서 본문과 기존의 해석에 인간중심적 관점이 반영되어 있지는 않은지 비판적으로 살피는 과정이다. 인간을 특별한 지배자로 설정하고 자연을 개발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의 소유라는 사실을 되새기는 것이다. "땅과 그 안에 가득 찬 것이 모두 야훼의 것"(시 24:1)이라는 고백은 이러한 성찰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동일시'는 자연을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무대나 은유로만 보지 않는 태도라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이는 다른 피조물 역시 지구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며 창조세계와 연대하는 것이다.
또 이 교수는 '회복'은 파멸과 심판에 집중된 구원 이해를 창조세계의 갱신이라는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인간의 구원뿐 아니라 지구공동체 전체의 회복을 신앙의 중요한 지향점으로 삼는 것이다.
창조세계 속 인간의 자리와 책임을 묻다
이 교수는 앞으로 생태적 성서 읽기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과 피조세계의 관계를 다양한 주제로 살펴볼 계획이라는 점도 알렸다.
먼저 창세기 1장 1절부터 2장 3절까지의 첫 번째 창조 이야기와 창세기 2장 4절부터 25절까지의 두 번째 창조 이야기를 통해 피조세계 속 인간의 위치를 조명했다. 이 교수는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재로서 창조세계에 하나님의 정의를 구현할 책임이 있지만, 동시에 다른 피조물과 마찬가지로 창조된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창조 이야기는 인간을 다른 피조물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존재로 이해하게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인간은 자연 위에 군림하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다른 피조물과 관계를 맺고 생태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어 땅과 물, 공기, 자연의 탄식과 찬양 등을 주제로 성서와 생태위기의 관계를 살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땅은 하나님께 속한 공동의 자산이지만 사유화와 독점, 비생태적 개발을 통해 착취당하기도 한다.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정체성을 통해서는 인간 역시 생태적 순환의 일부라는 사실을 되짚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면서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힘으로 나타나며, 공기와 바람은 생기와 하나님의 현존, 말씀의 전달을 매개하는 요소로 이해된다고 했다. 이를 통해 기후위기와 물 문제를 성서적으로 성찰하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신앙의 태도를 살펴보겠다는 것이 이 교수의 입장이다. 이 교수에게는 인간뿐 아니라 다른 피조물도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의 정의를 드러내는 존재라는 점 역시 중요한 주제였다.
이 교수는 "아무쪼록 창조세계에서는 어느 것도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In nature, nothing exists alone)"는 인식을 바탕으로 생태적 성서 읽기의 여정을 이어가고자 한다. 그녀에 땨르면 생태적 회심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 창조세계 전체의 회복을 향한 신앙적 책임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이영미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석사(M.Div.)를, 뉴욕 유니온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STM)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이사야의 구원신학: 여성 시온 은유를 중심으로』, 『하나님 앞에 솔직히, 민중과 함께: 애가에 대한 성서신학적, 민중신학적 해석』 등이 있으며, 현재 한신대학교 구약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