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시아 아동 인신매매 대응, 아동 중심의 국제 공조 필요

CCA 국제협의회, 온라인 착취·강제노동 등 신종 범죄 대응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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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CCA)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는 지난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태국 치앙마이에서 ‘아시아 아동 인신매매 대응 강화’를 주제로 국제협의회를 개최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아시아 지역에서 아동 인신매매가 온라인 성착취와 강제노동, 사기 범죄단지와 위험한 이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착취 등 복잡한 형태로 확대되면서 국제사회의 긴밀한 공조와 아동 중심의 보호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동을 단순한 피해 사례나 보호 대상자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의 존엄한 존재로 인식하며 안전과 권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는 지난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태국 치앙마이에서 '아시아 아동 인신매매 대응 강화'를 주제로 국제협의회를 개최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협의회 첫날에는 아동 인신매매의 주요 원인과 새로운 범죄 양상,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착취, 이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 등을 살펴보고 지역사회와 종교기관, 관련 기관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국제구세군 사회·지역사회 서비스 및 사회정의 담당 지역 책임자인 마커스 무 혼 충(Marcus Moo Hon Choong)은 아시아 지역 아동 인신매매의 동향과 원인, 새롭게 부상하는 과제를 발표했다.

무 책임자는 아동 인신매매가 일자리 제안이나 가족·지인의 소개, 온라인 교류,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약속 등 일상적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빈곤과 제한된 기회는 아동을 기만적인 모집과 착취에 취약하게 만들며, 착취를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은 인신매매를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사기 범죄단지의 확산, 아동 보호시설을 둘러싼 착취 위험, 국제 원조 축소에 따른 아동 보호 서비스의 약화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사기 범죄단지에서는 허위 구인광고를 통한 아동 모집과 성착취, 온라인 성적 협박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구조된 아동이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의 피해자로 보호받기보다 범죄자로 취급되는 문제도 지적됐다. 피해자를 정확히 식별하고 적절한 보호 조치를 제공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동을 모집하거나 보호시설에 배치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추구하며 오히려 착취에 가담하는 기관의 문제도 제기됐다. 국제 원조 감소가 아동 보호 서비스에 부담을 가중하고 있는 만큼, 필수 지원을 유지하고 예방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무 책임자는 아동을 대하는 관점의 전환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다루는 것은 사건이나 업무량, 수혜자 또는 목표치가 아니다. 우리는 영혼을 대하고 있다. 모든 아동은 하나의 영혼이며, 그 영혼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 가운데 한 어린이를 세우신 성경의 장면을 언급하며, 정의와 보호를 논의하는 모든 과정에서 아동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착취의 위험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태국의 아동 보호 전문기관 LIFT 인터내셔널에서 정보 분석과 피해자 식별을 담당하는 핌피카 솔즈비(Pimpika Soulsby)는 디지털 기술이 아동 인신매매의 양상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리적인 이동이나 감금이 없어도 온라인을 통한 원격·국경 간 착취와 디지털 감시, 협박, 범죄 강요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가해자가 평범한 온라인 대화에서 출발해 신뢰를 형성한 뒤 점차 심리적 조종과 통제를 강화하는 사례에 주목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이미지와 음성, 메시지, 신원 정보를 조작하는 데 악용될 수 있으며, 자율적으로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AI 기술은 표적 탐색과 가짜 계정 생성, 피해자와의 접촉 등을 자동화해 범죄의 규모와 속도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피해자를 통제하는 방식도 물리적 감금에 한정되지 않는다. 심리적 조종과 정서적 의존, 감시, 협박 등으로도 피해자의 행동을 제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초 접촉 단계부터 디지털 증거를 보존하고 아동 보호기관과 수사기관, 지역사회 간 정보 공유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솔즈비는 아동이 피해 사실을 털어놓을 경우 비난하거나 추궁하기보다 차분하게 이야기를 듣고, 아동에게 잘못이 없다는 점을 알려주며, 안전을 우선 확보한 뒤 관련 전문 인력과 보호기관에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와 강제이주 과정에서 아동이 겪는 위험도 논의됐다. 아세안 정부간 인권위원회(AICHR)의 인도네시아 대표인 아니타 아슈비니 와히드(Anita Ashvini Wahid)는 교육과 가족 재결합, 안전 확보 등 다양한 이유로 이동하는 아동이 이동 전후와 여정 중 인신매매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동이 신뢰할 수 있는 성인이나 필수 서비스와의 연결을 잃거나 이동 경로와 신분 서류에 대한 통제권을 빼앗길 경우 착취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강제이주한 아동 역시 안전한 거처와 교육, 의료, 가족의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와히드 대표는 아세안의 인신매매 대응 및 이주 상황에서의 아동 권리 관련 지역 협력 체계가 중요한 기반이지만, 실질적인 보호는 합의된 원칙을 현장에서 어떻게 이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피해 아동 식별과 전문기관 연계,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기관이나 국가 간 이동 과정에서 보호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관별 책임을 명확히 하고 안전한 정보 공유와 지속적인 돌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아동의 이주 신분이나 서류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안전과 최선의 이익, 의견을 표현할 권리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 찾기와 재결합, 귀환 여부 역시 개별 아동의 상황과 안전을 면밀히 평가해 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교회의 역할도 강조됐다. 교회는 아동과 가족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신뢰받는 접점이 될 수 있다. 교회 지도자와 자원봉사자는 아동의 이야기를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경청하며,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전문적인 아동 보호 서비스와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아동 보호 지침과 담당자 지정, 전문기관 연계 절차를 갖추고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협의회 첫날의 논의는 아동 인신매매 대응이 단순한 범죄 적발이나 피해자 구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빈곤과 기회 부족 등 착취의 근본 원인에 대응하는 동시에 디지털 기술을 악용한 신종 범죄에 대비하고, 이주 과정에서도 보호가 중단되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지역사회, 종교기관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을 보호의 수동적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존엄과 권리를 지닌 한 사람으로 존중하는 관점은 교회에도 중요한 과제를 제시한다. 아동의 목소리를 듣고 안전을 우선하며 전문적인 보호 체계와 연결하는 실천이 교회의 사회적 책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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