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한신대, 전경연 박사 연구자료 보관서가 봉헌..."읽고 쓰며 걸어온 학문의 길"

저서·역서·복음주의 신학총서 등 85권 보관...신학 연구와 목회에 헌신한 '행우'의 삶 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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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페이스북 갈무리)
▲한신대학교 장공도서관은 지난 30일 교내에서 행우(行又) 전경연 명예교수 연구자료 보관서가 봉헌예식을 개최했다.

신학 연구와 후학 양성, 교회 개척에 평생을 바친 전경연 명예교수의 학문적 유산을 기리는 연구자료 보관서가가 마련됐다.

한신대학교 장공도서관은 지난 30일 교내에서 행우(行又) 전경연 명예교수 연구자료 보관서가 봉헌예식을 개최했다. 이날 예식에는 전 교수의 학문과 목회 여정을 기억하는 교계 인사와 한신대 관계자, 가족 등이 참석해 고인의 삶과 신앙적 유산을 되새겼다.

보관서가에는 전 교수의 저서 28권과 역서 24권, 직접 기획·편집한 복음주의 신학총서 33권 등 모두 85권의 자료가 자리했다. 개인의 연구 성과를 넘어 한국 신학의 발전과 후학 양성에 기여한 학문적 유산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예식은 이승구 목사(한일교회 담임)의 인도로 진행됐다. 김희헌 목사(한신대 신학대학원장)가 기도했으며, 오영석 전 한신대 총장이 설교를 전했다. 육순종 목사(성북교회 담임)가 전 교수의 약력과 함께 생전의 가르침을 회고했고, 김광집 목사(서울노회 원로목사)가 헌사했다. 이어 강성영 한신대 총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감사장을 전달했으며, 전상건 목사(증경총회장·서광교회 담임)가 가족을 대표해 인사했다. 김용원 목사(서울북노회 원로목사)의 축도로 예식이 마무리됐다.

저서와 번역, 신학의 지평을 넓히다

1916년 7월 1일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난 전경연 교수는 함흥 영생중학교를 졸업한 뒤 동경신학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이후 미국 프린스턴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Th.M.)를, 보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신학박사(Th.D.) 학위를 취득했다.

전 교수는 한국신학대학 교수와 대학원장을 지내며 후학을 양성했고, 프린스턴신학대학 교환교수와 중앙신학교(현 강남대학교) 교수로도 활동했다. 이후 한신대학교 명예교수로서 한국 신학계에 발자취를 남겼으며, 한국신약학회 회장과 한국기독교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2005년에는 한신상을 수상했다.

이번에 봉헌된 보관서가의 핵심은 저술과 번역, 신학총서 기획을 아우르는 85권의 연구자료다. 저서와 역서는 전 교수의 학문적 관심과 연구의 결실을 보여주며, 특히 복음주의 신학총서 33권은 세계 신학의 흐름을 신학도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기획·편집한 자료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외국 신학의 주요 논의와 흐름을 국내 신학계에 전달하고 후학들의 연구 지평을 넓히려 했던 학문적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전 교수의 호인 '행우(行又)'에는 그의 삶을 설명하는 뜻이 담겨 있다. '행할 행(行)'과 '또 우(又)'를 써서 '행하고 또 행한다', '걷고 또 걷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육순종 목사는 회고를 통해 이 호가 전 교수의 학문과 삶을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전했다.

전 교수는 80대에 이르러서도 꾸준히 도서관을 찾았으며, 한 번 책상에 앉으면 하루 종일 책을 읽곤 했다.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도 도서관을 오가며 읽고 쓰는 일을 이어갔다. 학문을 일시적인 성취가 아니라 평생 지속해야 할 소명으로 받아들인 삶이었다.

신학은 교회를 위한 학문...두 교회 개척하며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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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페이스북 갈무리)
▲신학 연구와 후학 양성, 교회 개척에 평생을 바친 전경연 명예교수의 학문적 유산을 기리는 연구자료 보관서가가 마련됐다.

전 교수의 삶은 학문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신학이 교회를 위한 학문이라는 사실을 목회 현장에서 실천했다. 1956년 경서교회를 개척했고, 이후 1963년 성북교회를 개척해 박봉랑 목사와 번갈아 가며 약 7년 동안 목회했다.

육순종 목사는 당시의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대적 상황을 돌아보며, 전 교수가 넉넉하지 않은 신학교 교수 월급을 교회 개척에 쏟아부었다고 회고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상황에서도 교회를 세우는 일에 헌신했던 것이다. 전 교수의 아내 김봉화 사모가 생활비 문제로 학교를 찾아가 월급 가불을 요청했지만, 이미 연말분까지 가불한 상태여서 받을 돈이 없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이러한 회고는 전 교수에게 학문과 목회가 분리된 영역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신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과 교회를 세우고 신앙 공동체를 섬기는 일이 하나의 소명 안에서 이어졌다는 것이다.

육 목사는 자신이 성북교회에서 목회하던 시절 전 교수에게 설교에 관한 조언을 들었던 경험도 전했다. 스승의 지적이 당시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니 목회의 중심을 세우는 데 중요한 가르침이었다고 했다.

전 교수가 강조한 것은 철저한 주석과 본문에 충실한 설교였다. 목회자가 교회의 특정한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의도에서 설교할 때에도,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성서 본문에서 어떻게 도출되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대적 과제를 외면해서도 안 되지만, 시대 상황만을 바라보며 본문을 자신의 주장에 맞추어서도 안 된다는 가르침이었다.

육 목사는 이러한 조언이 설교의 방향과 목회의 균형을 잡는 데 소중한 교훈이 됐다고 회고했다. 전 교수에게 성서 연구는 학문적 분석에 그치는 작업이 아니라, 교회와 목회자가 말씀 앞에서 자신을 성찰하도록 돕는 일이었다.

학문과 신앙, 사회적 책임을 함께 짊어지다

전 교수는 학문적 업적과 목회적 헌신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인물로도 기억된다. 봉헌예식에 참석한 오청환 전 장로부총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전 교수가 한일 수교협정 반대 활동에 참여했으며, 이와 관련해 박해를 받았다고 회고했다. 또한 박정희 정권 시기 강원용 목사가 중앙정보부에 연행돼 어려움을 겪었을 때 정부에 항의하고 이의를 제기하려 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오 전 부총회장은 전 교수를 한국 신학을 이끈 학자이자 교회를 개척한 목회자, 정의를 실천한 인물로 기억했다. 다만 당시 활동의 구체적인 경위와 관련 사실은 별도의 사료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 교수의 삶은 신학자의 책상과 교회의 강단, 사회적 현실이 서로 떨어져 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성서를 연구하는 학문적 엄밀함과 교회를 세우는 실천적 헌신, 사회적 문제 앞에서 책임을 감당하려는 자세가 그의 생애 안에서 함께 나타났다.

"걸어야 할 길을 걷고 또 걷겠습니다"

이날 봉헌예식은 한 신학자의 저술을 보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가 남긴 학문과 신앙의 유산을 후대가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묻는 자리이기도 했다.

육순종 목사는 서가 봉헌을 계기로 전 교수의 호인 '행우'를 되새기며, 돌아가실 때까지 한결같이 자신의 길을 걸었던 스승의 모습을 따라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걷고 또 걷겠다고 다짐했다.

전경연 명예교수가 남긴 85권의 저서와 역서, 신학총서는 한 개인의 학문적 성취를 넘어 후학들에게 건네는 연구의 자산이다. 그러나 이날 참석자들이 함께 되새긴 유산은 책의 권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평생 책을 읽고 쓰며 학문의 길을 걸었던 성실함, 신학을 교회를 위한 학문으로 실천한 헌신, 성서 본문에 충실하려 했던 목회적 원칙이 함께 남아 있기 때문이다.

2004년 11월 30일 소천한 전 교수의 삶을 기리는 이날 봉헌예식은 '행우'라는 이름처럼 신앙과 학문, 목회와 사회적 책임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일이 무엇인지를 후학들에게 다시 일깨웠다.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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