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로운 빈민층으로 불리는 워킹푸어(Working poor). 열심히 노동을 하지만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 계층엔 여성 가장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십수년간 여성들의 빈민촌에서 함께 생활하며 여성의 빈곤 문제를 연구한 안수경 목사(희년의 집 원장)는 <기독교사상> 8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근로빈민의 경우에 그 핵심적 구성에는 비정규직 저임금 여성노동이 놓여있다”며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여성들이 겪는 빈곤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했다.
‘빈곤의 여성화, 여성의 빈곤화를 넘어’란 글에서 안 목사는 여성의 빈곤화를 여성 개인이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진단했다. 그는 ▲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일을 해도 빈곤한 신빈곤층을 양산했고, ▲ 노동시장의 유연화 전략은 여성의 비정규직화를 가속화했으며 ▲ 성별분업체계의 강화는 여성 노동의 가치를 절하했다고 평가했다.
그나마 최저 임금 여성들에게 위안이 됐던 사회보장체계도 남성생계부양자모델에 근거하고 있어 그 혜택에서 여성은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빈곤의 여성화 현상의 원인을 크게 경제적 측면, 제도적 측면, 가족 구조적 측면으로 보기도 한 안 목사는 “여성의 빈곤문제는 결코 여성 자신들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국가와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목사는 경제적 측면에선 ‘여성 차별적인 노동시장 구조’를 제도적 측면에선 ‘남성주도적인 사회보장 정책’을 가족 구조적 측면에선 ‘가부장적 가치에 기반을 둔 가족생활 구조’ 등을 들었다.
빈곤 여성들에 대해 국가·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안 목사는 이에 앞서 빈곤여성 인구에 대한 정확한 통계 파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수급자 선정기준을 완화해야 하고 저소득 여성 가장에 대한 수급자 선정 우선순위가 필요하다”며 “근로빈곤층에 대한 구체적인 빈곤탈출 대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안 목사는 또 여성 빈곤화를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은 복지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첫째, 여성 빈곤화를 해소하기 위한 소득지원 정책을 확대한다. 둘째, 여성의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한 의료보험금여부문을 확대한다. 셋째, 여성이 가장과 직장을 양립할 수 있도록 공동직장 보육시설과 지역아동센터 등 이용시설을 확대한다. 넷째, 재가여성노인을 위한 재가복지서비스를 강화한다. 다섯째, 미혼모를 위한 시설 확충과 복지 재원의 확보가 필요하다. 여섯째, 여성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기구를 설치한다. 일곱째, 빈곤여성 생애설계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여덞째, 직업훈련과 안정적 직업을 통한 소득보장지원책을 마련한다. 아홉째, 빈곤여성을 위한 심리 정서적 지원프로그램을 활성화 한다.
한신대와 한신대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한 안수경 목사(희년교회)는 희년의 집 원장으로 있으며 빈곤 여성들과 아동들을 돌보는 일을 해왔다.
* 빈곤의 여성화
1970년대 서구사회에서 빈곤이 빠른 속도로 여성 문제가 되어 가는 것을 관찰한 피어스(Diana Pearce)에 의해 처음 사용된 말이다. 피어스는 가족구조의 변화가 여성의 빈곤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