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슬람 근본주의에 맞서 싸우는 그녀를 만난다

시린 에바디 노벨평화상 수상자, 국내 교계 지도자들 만남

 ▲시린 에바디

"인권운동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이란과 같은 경직된 사회에서 여성의 몸으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내가 가는 길이 옳다고 확신한다면 그 길로 나아가는 게 두렵지 않다."

이슬람 여성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시린 에바디(Shirin Ebadi·62) 변호사가 8일 방한하여 국내 종교지도자들과 뜻깊은 만남을 갖는다.

에바디 변호사는 이란 최초의 여성판사로서 200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인물로 부상했지만 여전히 조국에서 반체제 인사로 지목되어 가시밭길을 가고 있다.

1970년대 중반 파흘라비(팔레비) 왕조 시절 판사로 일했던 에바디는 부패한 왕정에 맞서 이슬람혁명에 동참했으나 호메이니식 극단주의에 의해 판사임용 5년 만에 강제퇴직 되고, 이후 변호사로서 인권운동에 투신한다. 투옥되고 암살위협 당하기를 수차례. 그러나 2005년 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권이 들어선 뒤 탄압의 강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에바디 변호사가 특히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여성인권이다. 이슬람 율법을 앞세워 강력한 신정정치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이란에서 여성인권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 그 자신이 '여성은 감정적이므로 법 집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법관에서 강제 퇴직됐다.

그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편파적인 이슬람 법전 해석의 문제점을 짚어내며 여성의 이혼, 상속 및 자녀양육권과 관련된 가족법을 개정하는 데 앞장섰다. 이란에서는 여자가 이혼할 경우 자녀의 양육권은 딸의 경우 2살까지, 아들의 경우는 7살까지만 여성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7살까지 여성이 가진 뒤 법원에서 의견을 반영해 누가 양육할 것인지 판결해준다. 여성이 맡을 경우 남편은 양육비를 줘야 한다.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우는 아이를 억지로 떼어놓는 가슴 아픈 장면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그는 감사하고 있다.

1999년에는 이란 지식인들에 대한 연쇄 암살의 피해자 가족을 위해 법정투쟁을 벌였고, 수명의 대학생이 사망한 테헤란대학 경찰 난입사건의 배후를 밝혀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그는 “진정한 이슬람 율법은 여성 평등 및 민주주의 가치와 공존한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현재 그는 지뢰반대 운동가 조지 윌리엄스,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 등 여성 노벨상 수상자들과 함께 이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여성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이란의 법 개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번에 그는 9일 경동교회(박종화 목사)에서 강연회를 열고 같은 날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과 만남을 갖는다. 불교, 이슬람교 사원도 방문할 예정이다. 11일엔 인천세계환경포럼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기조연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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