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치유와 영성

정태기 목사/ 크리스천치유상담연구원 원장

1997년 6월 마지막 주간에 현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사주간지 지는 신앙과 치유(Faith and Healing)라는 제목의 특집을 세상에 내보냈다. 그 내용은 지가 전 미국인들이 신뢰하는 미국 의학 연구기관에 의뢰해서 조사 연구한 결과들을 실은 것이었다. 이 연구 결과들은 놀랍게도 신앙이 치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들이었다. 이 연구는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심장 수술 환자 중에서 가장 강한 생존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었다. 예배에 규칙적으로 참석하는 신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혈압수치가 낮았고, 우울증을 앓는 확률도 훨씬 적었으며, 건강도 훨씬 더 좋았다. 또한 기도하는 순간 스트레스를 유발시킨 호르몬이 경감되고, 심장박동과 순환기 계통이 안정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특집에서 다루어진 내용이 사실이라면, 신앙이 치유에 미치는 영향은 자명하다. 신앙의 핵심은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과 대화하는 영성에 있다.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인간이 지향하고 걸어가야 할 목표를 지시해 주는 사령탑이 있다. 이 사령탑이 바로 인간이 지니고 있는 하나님의 형상이자 영성이다. 영성은 인간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접촉점이자 성령이 자리잡고 역사할 수 있는 거점이다. 사령탑 기능을 하는 영성이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때, 외부적인 부조리에 민감해지고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병이란 무엇인가? 한 마디로, 하나님과 나의 사령탑인 영성의 관계가 흔들릴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기둥이 흔들리면 집 전체가 무너지듯이, 나라는 집을 떠받들고 있는 기둥 같은 영성이 하나님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건강이 무너져 버리는 것이다. 영성이 하나님과 조화를 이룰 수 없을 때 제일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마음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 걱정, 짜증, 분노, 무기력 현상 등이 나타난다. 영성이 하나님과 조화를 이룰 때 유지되던 정신(마음)의 통일 상태가 깨어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웃과의 인간 관계가 깨지면 절망과 분노와 불안의 감정에 지배당하기 시작하고, 시간이 더 흐르면 신체적인 이상을 느끼게 된다.

춤바람 난 한 여인이 결국 가정을 버리고 떠났다. 여인은 시간이 흐르면서 심한 죄책감에 휘말린다. 얼마 후 여인은 치유하기 어려운 육신의 병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무엇이 이 여인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남편과 자식을 가진 여인이 춤의 유혹에 빠져서 흔들릴 때 그녀의 사령탑-영성도 함께 흔들렸다. 그녀는 이 길은 네가 가야할 길이 아니다라는 사령탑의 음성을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성령께서 우리의 사령탑을 통해 말씀해 주시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런 영성의 지시를 어기고 춤바람에 빠져서 남편과 자녀와의 관계를 무너뜨렸고, 춤바람에서 벗어난 뒤에도 그녀의 마음은 마치 파선 당한 배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져버렸다. 얼마 후 제 정신이 돌아온 후 죄책감과 절망, 그리고 육신의 병이 홍수처럼 밀려들었다.

누가 이 여인을 치유할 수 있는가? 그녀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육체의 병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를 먼저 찾아야 한다. 육신의 병은 가정과의 관계 단절, 죄책감, 절망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가정과의 단절, 죄책감, 절망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사령탑인 영성의 흔들림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그녀의 병은 흔들리는 영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녀는 친척의 도움으로 좋은 목회자를 만났다. 그 목회자는 그녀의 병적 뿌리가 하나님과 가족과의 단절에서 시작되었다고 진단하고, 그녀에게 용서와 사랑의 하나님을 만나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가족과 다시 만나게 했을 때 그녀의 병도 자연스럽게 회복되었다. 병은 크게는 하나님과의 조화가 깨어질 때 나타나고, 작게는 한 사람의 영적, 정신적, 신체적인 상호 조화, 즉 전인건강의 조화가 깨어질 때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전인 건강으로의 성장 과정이 저항을 받았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로 알코올중독자의 의식 저변에는 전인 건강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깔려 있다. 그런데 이런 욕구들이 채워지지 않을 때 알코올 또는 마약중독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즉 술을 탐하는 마음속에는 영적인 허기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폴 투니어는 육체의 병은 삶의 자세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에 의하면, 심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삶보다는 죽음을 향해 그의 삶이 진행된다. 암 역시 지금까지 그 원인을 심리적인 데서만 찾고 있으나, 환자의 생활이 그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질병이 삶의 영적, 정신적, 신체적 조화가 깨어질 때 나타남을 의미한다. 그래서 가족간, 공동체 간,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살아가는 미국 토착 인디언들에게서는 암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병은 병든 환경과 병든 공동체, 병든 사회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마음에 조금도 여유를 주지 않는 조급한 현대 사회와 긴장으로 가득 찬 경쟁적인 생활, 야망과 반항이 난무하는 공동체 등이 우리로 하여금 병을 앓게 하는 요인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병에 걸렸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병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 병이 나 자신에게 울부짖는 소리를 들어주지 않을 때 병은 치료되기 어렵게 된다.

눈만 뜨면 치유를 요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그들이 병을 앓게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영성의 힘을 상실한 것이다. 영성이 힘을 잃어버려서 생긴 병을 누가 치유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렇게 말해도 영성으로 인해 생기는 병이 얼마나 많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미국의 한 의학 연구팀의 보고에 따르면, 신체적인 문제로 의사를 찾는 환자들 가운데 50-75%가 신체적 문제와 함께 영적 이상 증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이 연구팀의 한 의사는 자기를 찾아 온 환자의 절반 정도가 의사의 도움보다는 목사의 도움을 훨씬 더 필요로 했었다고 고백하였다. 그에 의하면, 환자들이 말하는 신체 증상들 중 많은 경우가 환자의 삶 을 도와줄 수 있는 어떤 사람을 만날 때 저절로 치료되는 것들이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심리학자이자 치료자였던 C. G. Jung은 생전에 영국 BBC 방송국에 나와서, 그가 치료한 환자들 중에서 병의 근원이 영적인 장애에 있지 아니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고백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환자의 영적인 장애를 바르게 도와주었을 때 회복되지 않은 사람도 거의 볼 수 없었다고 고백하였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영적인 차원과 정신적 신체적 차원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목회자는 인간의 병과 치유에 대해서도 중대한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