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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시국에 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입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지난 85년간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 선교와 봉사, 세계 여러 교회와의 신앙적 연대와 더불어 교회의 사회적인 책임과 사회적인 약자를 위한 활동을 해왔음을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러나 이 세대를 맞이하여 우리 교회와 신앙인들이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물 같이 흐르게 하라’(암 5:24)고 하신 말씀에 순종하지 못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이웃들의 아픔에 함께 하며 사랑을 나누신 예수님의 행하심을(마 9:35-36, 막 8:1-3) 따르지 못하고,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새 생명 역사를(눅 7:22, 요 10:10) 이루어가지 못한 죄책을 고백한다.

특별히 최근 용산 참사, 쌍용차 사태, 미디어 법 문제 등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인 갈등과 이웃들의 고통에 직면해서 본회는 지난 7월 23일 실행위원회에서 시국대책위원회를 조직하였다. 우리는 이 위원회의 활동을 통하여 한국교회와 신앙인들이 하나님의 예언자와 제사장으로서 사명을 회복하고, 고통 받는 이웃들의 아픔에 함께 하고, 우리 사회의 통합과 상생을 성취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회 회원교단들과 개 교회들이 먼저 주님의 이 부르심에 헌신하는 그리스도의 종이 되고, 또한 모든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마 6:10) 함께 일하게 되기를 기원한다.

오늘 이 시대에는 ‘한 생명을 온 세상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신’ 주님의 뜻이(마 16:26) 사라지고, ‘재물을 하나님으로 섬기는’(마 6:24) 가치관과 이에 기초한 경제 질서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또한 ‘세상을 섬기고 서로 봉사하도록 각각 다른 은사를 사람들에게 주셨는데’(벧전 4:10) 권력과 재물과 같은 은사를 탐욕과 이기심의 도구로 사용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최근 용산 4지구에서 6명의 고귀한 생명들의 참혹한 죽음과 재개발 문제, 쌍용차 노사의 77일간 극단적인 대립과 노동 현실, 미디어법 처리에 관한 논란과 대립, 비정규직 문제와 생존 위협, 4대강 개발과 생태 환경 파괴, 남북 관계 경색 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의와 평화, 생명의 도구’로서 사명을 다하지 못해서 이런 현실을 맞이하게 되었음을 통감하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현 정부에 이런 현실에 대해 누구보다 더 책임이 있음을 지적한다.

이에 ‘여호와 앞에서 옷을 찢고 통곡하며’(왕하 22:19), ‘성문에서 공의를 세우는’(암 5:15) 심정으로 아래와 같이 현 시국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가. 용산 참사는 임대를 통하여 생활을 하던 어려운 이웃들이 도심 재개발 과정에서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생존권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생명을 잃고, 부상을 당한 참사이다. 더욱이 200일이 넘도록 희생자들의 장례를 치루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비탄을 금할 수 없다. 무엇보다 장례 절차가 조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이와 함께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사망 사건이 생긴 점을 감안하여 이 사태에 대해 정부 당국의 진실된 사과가 있어야 하며,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재개발 관련 당사자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유가족들에 대해 적절하게 보상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이에 우리 교회와 가톨릭과 불교 등 이웃 종교들, 또한 국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또한, 용산 4지구 임대인들에 대한 향후 생계 대책이 수립되고, 가난한 이웃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삼하 12:1-4) 지금의 도시 재개발 방식을 수정하고 상생하는 공동체적인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나. 쌍용차 문제가 경영 위기를 맞이하여 노동자들의 대량 정리해고에서 비롯되어 노사 간에 전쟁과 같은 극한적인 대결을 겪었지만 77일 만에 노사 간의 타협으로 최악의 비극적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경영의 위기가 심각하다고 할지라도 정리 해고가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경제적인 파멸을 의미하는 생존권 문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측은 ‘최대한 해고 회피의 노력, 정리 해고 대상자의 공정한 선정, 노조와 긴밀한 협의 과정’을 거쳤어야 마땅하다. 또한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 농성의 불법성과 대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모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공권력은 의료지원과 같은 인도주의 실현을 위해서 노력을 했어야 하며, 또한 이와 같은 상황에서 다양한 수단을 가지고 있는 정부가 먼저 나서서 갈등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했어야 한다고 본다. 이제 쌍용차 노사가 타협을 이루고 회사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시점에서 미국 정부가 자동차 기업 GM과 크라이슬러를 살리기 위해 883억 달러에 달하는 공적 자금을 투자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했듯이 우리 정부도 가능한 여러 방법으로 회사 회생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또 점거 농성 노동자들의 법적 처벌에 선처하는 조치를 취하여 노사 모두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 미디어 관련법은 그 법이 절차상 정당하게 처리된 것인가 여부에 대해 야당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신청을 한 상태로 그 판단을 기다리고 있지만 더 중요한 점은 법의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방송통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이에 따라 미디어가 융합하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이다. 이런 현실에서 미디어 관련법은 어떻게 하면 국민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공정 보도와 언론의 공공성을 실현하고, 국민간의 소통을 이룰 수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제정되어야 마땅하다. 이럴 때 미디어가 권력자나 기득권자의 도구로 악용되지 않고, 민주주의의 근본인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고,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미디어 관련법의 내용을 보면 대형 신문과 재벌 기업의 방송 진출을 통해 정권에 우호적인 여론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이에 우리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현행 미디어 관련 법에 구애되지 말고 여야가 국회에서 다시 충분히 토론하고, 논의하고 합의하여 국민의 자유 신장과 민주주의 발전에 합당한 관련법을 새롭게 만들 것을 기대한다.

라. 이외에 우리는 우리 사회에 경제 위기 극복과 경제 발전과 더불어 비정규직 보호, 사회 약자들을 위한 복지 정책의 실현, 한반도에서 남북 간 대화와 평화 체제 구축, 하나님 창조질서인 생태와 환경의 보존, 사회 지도층의 자발적인 봉사, 사회 도덕적인 가치의 회복 등이 함께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우리는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 사회가 탐욕과 이기심, 무한 경쟁, 차별의 세계에서 상호 협력과 상생, 포용의 세계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 정부가 먼저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존중하고 섬기는 자세를 확립해야 할 것이며, 국민들 또한 모두가 하나의 공동체로서 서로 배려하고, 함께 살아가는 가치관을 소중하게 여기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교회와 신앙인들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풍성한 은혜를 이 세상에서 나누고, 진리를 증거하고 실천하며, 자신을 비워나가 ‘세상의 소금’(마 5:13), ‘세상의 빛’(마 5:14)된 우리의 사명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이 일을 위해서 함께 모여 나라를 위하여 기도하고, 회원교단과 개 교회에 이 입장을 확산해 나가고자 한다. 또한 정부 당국을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과도 이의 실현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해 나갈 것임을 밝힌다.

2009년 8월 11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시국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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