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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흡영 칼럼] “유교-기독교적 시각, 도의 신학”

김흡영·강남대 신학과 교수

▲김흡영 강남대 신학과 교수 ⓒ베리타스 DB
외국학자들과 대화할 때 곧잘 내 신학적 입장을 '유교-기독교적 시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대개 깜짝 놀라며 어떻게 그런 이중적 정체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참기독교인이 될 수 있느냐고 의아해한다. 말하자면 서양 기독교가 터부시하는 종교 혼합주의를 연상하며 의심에 찬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태도에는 잘못된 선입견이 잠재돼 있다. 그것은 서양문화 속에 포장돼 있는 기독교만이 참기독교라는 대전제다. 그래서 기독교라는 명칭 속에는 일종의 서양 문화제국주의가 내포돼 있다.

사실 기독교는 본래 서양 종교가 아니라 팔레스타인에서 발생한 동양 종교다. 예수는 서양인이 아니라 동양인이었다. 그런데 기독교는 서양 문화의 옷을 입고 자라났다. 그래서 보통 기독교라 하면 그 본래 몸통보다는 그것이 입은 화려한 서양 의상을 먼저 바라보게 된다. 그러기에 바른 한국 기독교의 정립을 위해서는, 그 몸통에서 서양 옷을 벗기고 우리 옷으로 갈아입히는 신학적 혁명이 필요하다. 그러한 동양적 신학 패러다임을 나는 '도(道)의 신학'이라고 부른다.

지난 1월 인도에서 열린 국제학회에 발표하러 갔을 때 종교와 과학 분야의 주요 월간지인 미국의 '과학과 신학뉴스(Science & Theology News)'와 인터뷰한 적이 있다. 내 저서 '그리스도와 도(Christ and the Tao)'를 읽은 인도인 기자의 첫 질문도 역시 "기독교와 도 사상의 접목을 제안했는데, 그러면서도 여전히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다, 나는 분명히 기독교인이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여전히 나 자신의 문화.종교적 전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한국인이다. 만일 당신이 미국 기독교인이라면, 당신은 자신의 기독교적 특징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당신이 인도 기독교인이라면, 당신은 인도인으로서의 독특한 기독교 신앙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나의 기독교 신앙은 한국인으로서의 기독교 신앙이다. 그 신앙에는 나 자신의 실존적 과거가 포함돼야 하는데 그것은 유교와 도교, 불교적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진 집합적 역사다."

그렇다고 하여 기독교 역사에 있어서 서양 형식들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서양인이 자신들의 문화와 종교의 맥락에다 기독교 신앙을 적응시킨 모형일 뿐이다. 문화와 종교적 상황이 전혀 다른 곳에 그것들을 억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내 신학적 작업은 그리스.로마 문화가 아닌 전혀 다른 삶의 방식과 모형을 가진 동양적 맥락에서 기독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그려내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기독교인의 95%가 가정에서는 유교 풍습을 따르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서양 기독교적 시각에서 보면, 한국 기독교인들은 이중적 정체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잘못된 게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한국 기독교인이 훌륭한 기독교인인 동시에 더욱 훌륭한 한국인이 될 수 있느냐 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신앙과 문화 간의 건전한 관계를 형성케 하는 신학을 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한국 기독교는 외국 선교사가 화분에 담아 옮겨 놓은 장식용 꽃의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서양 화분들을 과감하게 깨뜨려 버리고 기독교를 한국이라는 토양에 직접 심어 뿌리를 내리고 굳건한 나무로 자라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의 한국 기독교가 탄생할 수 있다. 유교-기독교 시각에서 구성하는 '도의 신학'은 이렇게 서양 화분을 해체하고 유교와 여러 종교로 얼룩진 한도 많았던 이 땅, 우리네 삶 속에, 소망의 복음, 기독교의 꿈나무를 심고자 하는 몸부림이라고나 할까. 한마디로 지금 나는 바른 선비정신의 기독교적 부활을 꿈꾸고 있다. 둥~! 그 새로운 기독교의 도래를 알리는 한 자락의 에밀레종 소리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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