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살아도 천주교인으로 죽어도 천주교인으로…”

9월 ‘순교자 성월’ 천주교 신심 행사

중국에 천주교가 전해지면서 중국 천주교 신자들에게 조상 제사가 미신 숭배라는 이유로 문제가 됐다. 이에 1742년 교황 베네딕토 14세는 조상 제사를 금지하는 칙서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1784년 북경에서 이승훈이 세례를 받음으로서 한국 천주교회가 창설된 후, 한국의 신자들 역시 제사 문제로 고민했다.
 

1790년 북경의 구베아 주교가 조상 제사를 금지하는 사목서한을 보내오자, 1791년 현 충남 금산군 진산면에 살던 윤지충(바오로)은 어머니 권(權)씨의 제사를 폐지하고 신주를 불태웠다(廢祭焚主).
 

이 사실이 알려지자 윤지충과 외종형 권상연(야고보)은 체포돼 문초를 받았다. 두 사람은 ‘죽은 사람은 음식을 먹을 수 없고, 음식은 영혼의 양식이 될 수 없으므로 조상 제사는 허례’라는 것과 ‘나뭇조각에 불과한 신주에 영혼이 깃들 수 없다’고 주장했다.
 

▲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과 권상연ⓒ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조는 이단의 패륜이라 하여 두 사람을 사형에 처함으로써 이들은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자가 됐다. 또한 서학서의 소유를 금지하고, 서학서를 모아 불태우게 했다. 이때 서울과 경기, 충청도의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체포되어 순교했는데, 이를 신해박해 또는 진산사건(珍山事件)이라고 한다.
 

당시 전라 감사는 조정에 올린 보고서에서 “윤지충과 권상연은 유혈이 낭자하면서도 신음 소리 한 마디 없었다. 그들은 천주의 가르침이 지엄하다고 하면서 임금이나 부모의 명은 어길지언정 천주를 배반할 수는 없다고 하였으며, 칼날 아래 죽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고”고 전했다.
 

이후 1801년 신유박해, 1839년 기해박해, 1846년 병오박해, 1866년 병인박해의 대박해가 있었다. 1895년 사면령으로 신앙의 자유를 얻기까지 100여 년 동안 국법을 어긴 대역죄인으로 1만여 명이 순교했다. 이들은 신분과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가혹한 박해와 생명의 위협 속에서 하느님과 하늘나라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였다.
 

천주교에서 말하는 순교자란 첫째 실제로 죽임을 당한 사람이며, 둘째 그 죽음이 신앙을 반대하는 사람들에 의한 것이고, 셋째 진리를 위해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인 사람을 뜻한다.
 

죽음으로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들의 피로 세워진 한국 천주교회는 해마다 9월을 ‘순교자 성월’로 정하고 103위 순교 성인들을 비롯해 성인 반열에 오르지 못한 무명 순교자들을 기리고 있다.
 

1925년 기해•병오박해 순교자 79위가 시복되자 한국 천주교회는 복자들이 가장 많이 순교하였던 9월 26일을 ‘한국 순교 복자 대축일’로 정했다. 복자들을 현양하고 공경하는 신심이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9월을 ‘복자성월’로 지내게 됐다. 1984년 5월 6일 순교복자 103위가 시성되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복자 성월을 ‘순교자 성월’로 바꾸고, 9월 20일을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로 정했다.
 

이에 따라 9월 한 달 동안 각 교구와 본당, 성지에서는 현양미사와 성지 순례를 통해 103위 순교 성인과 2009년 6월 3일 시복을 청원한 ‘하느님의 종’ 125위를 비롯한 많은 무명 순교자들, 그리고 6•25 전쟁 당시 공산군에 의해 순교한 이들을 기억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신자들은 순교자의 삶을 본받아 일상생활에서 기도와 선행을 통해 신앙을 고백하고 복음을 전할 것을 다짐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교회의 수많은 순교자들과 성인들이 스스로의 희망을 발견하고 사랑의 복음을 실천했으며, 사랑이신 하느님의 참된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참 모습으로 살아갔다”고 했다.
 

천주교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순교자 현양 행사는 다음과 같다.
 

◆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는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25주년을 맞아 9월 19일(토) 오전 11시, 여의도 광장에서 “화해•나눔•증거의 축제”를 연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헌혈과 장기기증 접수, 103위 시성식 기념표석 축복식, 장엄미사 순으로 진행된다.

문의) 2269-0413
 

◆ 대전교구는 사제의 해와 ‘내포의 사도’ 이존창(루도비코) 순교자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여 9월 1일(화) 오전 10시, 교구 내 모든 신부들이 신리에서 솔뫼까지 약 8㎞를 도보로 순례한다.

문의) 042-630-7751
 

◆ 대전교구 해미 성지는 9월 11일(금) 오후 7시 30분, 해미읍성 내 회화나무에서 생매장 순교지까지 등불과 묵주를 들고 ‘십자가의 길’ 행렬을 한다.

문의) 041-688-3188
 

◆수원교구 수리산 성지는 9월 19일 오전 10시, 성 최경환(프란치스코) 순교 150주년을 기념하는 순교자 현양대회를 연다.

문의) 031-449-2842
 

◆ 부산교구 선교마라톤회는 9월 12일(토)~13일(일)까지 무박2일 동안 ‘하느님의 종’ 125위의 시복시성을 위하여 삼랑진에 있는 김범우(토마스) 묘~죽림굴~살티~ 언양 성당~부산 오륜대 순교자 기념성당까지 123km 구간을 이어 달린다.

문의) 051-462-1784
 

◆ 마산교구는 9월 20일(일) 창원 실내체육관에서 순교자 현양미사를 봉헌한다. 또한 11월 6일(금) 오후 8시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순교자 현양음악회를 개최한다. 수익금은 명례 성지 복원에 사용된다.

문의) 055-262-0985
 

◆ 가톨릭신문사는 9월 12일(토) 오전 9시, 서울 새남터 성당에서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25주년을 맞아 신앙 선조들의 믿음을 기리며 순교의 참뜻을 되새기는 청소년 백일장을 개최한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 의미 밝혀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을 중심으로 집단리더가 구조화된 집단상담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경험하는지를 통해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학철 교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 부정하는 이유는..."

연새대 김학철 교수(신학과)가 상당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을 부정하고 소위 '창조과학'을 따르는 이유로 "(진화론이)자기 신앙의 이념 혹은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모호성을 극복하는 원효의 체상용의 삼위일체론

아우구스티누스 사상과 원효의 체상용의 불교철학 사상을 비교 연구한 글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손호현 교수(연세대 신과대학)는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