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나 보다 남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장희동 전 한국, 미국 구세군 전 사령관 인터뷰

14일 오전 10시 30분 덕수궁 돌담길에 자리 잡고 있는 구세군 서울제일교회에서 장희동 전 구세군 사령관(78)을 만났다. 만영장학회 수여식 등을 위해 미국에서 거주하다 일시 귀국한 장 전 사령관은 기자가 타이핑을 위해 꺼낸 컴팩 노트북을 보며 미국 IT기업들의 현황과 그에 대한 평가를 친숙한 현지인의 안목을 가지고 내놓으며 자연스럽게 첫 만남의 물꼬를 텄다. 한국 구세군 사령관과 미국 서군국 사령관을 역임한, 세계 구세군계에서도 손꼽히는 지도자인 장 전 사령관은 겸손하고 유려한 한국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장희동 한국 구세군 18대 전 사령관(미 서군국 전 사령관) ⓒ김태양 기자


세계적 종교 지도자를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다. 구세군 사관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 더불어 짤막하게 인생 여정에 대해 언급해준다면 감사하겠다.



“나는 2대째 구세군 사관을 배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나까지 포함하면 3대째. 아마 한국에서 처음일 것이다. 어려서부터 보고 듣고 자란 것이 구세군이었다. 우리 식구들끼리는 뼈와 살이 모두 구세군이다고 말하곤 한다. 1932년 충남 대흥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선생을 하셨다. 12살 때였나... 돈도 못 벌면서 고생만 하시는 부모님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철이 들며 구세군 일이 정말 좋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16살 때부터 헌신하고 구세군 사관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당시 한국 구세군 사령관이셨던 로오드 사령관(8대 부장, 1947~1950)이 영국 구세군 사관학교로 가서 공부할 기회를 주셨는데, 사관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거절했다. 할아버지도 사관이었지만 별로 배운 것이 없으셨고, 아버지는 학교 선생이셔서 조금 나았지만 나는 사관의 길을 걷기 위해 신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로오드 부장이 대단히 언짢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56년부터 장신대를 다니던 중 구세군의 동남아 순회를 함께 다녀왔는데, 당시 사령관이셨던 하비 사령관(10대 참장, 1957~1965)이 다시 영국 유학을 제안했다. 그 때 인생이 내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름을 따라 가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임관은 60년에 했다.”


최근 한국은, 올해 WCC의 사무총장 후보 출마와 2013년 WCC 차기 총회 개최지 선정을 이뤄내는 등 국제적으로도 괄목할만한 성과들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세계적 지도자로 활동한 이력이 있음에도 생각보다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은 듯해서 의아할 뿐더러 아쉽다.


“구세군 사관은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남을 위해서 살자는 것이 구세군의 정신이기 때문에, 언론에 노출하는 일도 구세군을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드물고, 특정 개인에 대한 강조는 전혀 하고 있지 않다. 이것이 구세군의 체질이고 전통이다. 한국 교회가 많이 발전하면서 WCC 차기 총회를 유치하는 등 국제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대단히 감사하고 놀라운 일이다. 한국이 세계적 경제 불황 와중에서도 선전하며 국제사회에서 상당히 앞서 나가고 있는데, 우리 교계는 그만큼은 아닐지라도, 그러한 세계적인 모임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세계적인 관망을 가지고 갔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한국인으로서 미국 구세군사관학교 교장과 미국 구세군 서군국 사령관이 된 이력은 특기할만하다. 그 비결이 있다면.


“비결이라 할 만한 것은 없다. 구세군은 임명제이다. 미 서군국 사관학교 교장을 맡게 된 것도 한국에서 서기장관(83년, 군국 서열 2위)으로 재직하다가 서군국 교장(86년)으로 가게 된 것이다. 미국 사령관(94년)도 한국 사령관(91년) 재직 후 맡게 된 중임이었다. 미 서군국 교장으로 발령 받았을 당시, 동부국 사람들은 많이 알고 있었지만, 서군국은 낯선 곳이었기에 불편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서군국의 사람들도 나를 많이 알아봐 주었다. 나중에 서군국 부서기장관을 거쳐 한국 사령관을 담당해오다 서군국 사령관으로 임명되어 갔을 때는 서군국에도 내 제자들이 많아 일하기가 아주 수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는 잘 몰랐지만, 교장을 거쳐 사령관을 맡게 된 데에는 다 하나님의 뜻이 있었던 것이라 믿는다.  (인터뷰에 동석했던 구세군 서울제일교회 신재국 사관은, 장희동 전 사령관이 고급 영어를 구사하며, 사관 초기 시절부터 싱가포르 사관학교 교장(67년)으로 임명되는 등 국제적으로 활동한 이력 때문이라는 분석을 덧붙였다)”


한국인으로서 미국 구세군사관학교 교장과 미국 구세군 서군국 사령관을 지내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혹은 장점으로 작용했던 점이 있다면.


“어려움에 대해 말하자면, 아무래도 미국에는 백인이 더 많았다. 흑인은 물론이거니와 비백인이 처음 사령관이 된 경우는 내가 처음이었다. 구세군 입장에서 보면 이건 좀 창피한 일이다. '이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런데 어려움이라 표현할 수는 없고, 구세군은 군대 조직이기 때문에 상관에 대해서는 아주 분명하다.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하지 모르지만, 실제로 일 할 때는 그다지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백인들만 보다가 처음으로 황인종을 보니 자기네들도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 역시 거기서 그들이 만족할만한 정도로 일을 해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좋아했다.”


미국 구세군사관학교 교장과 미국 구세군 서군국 사령관으로 재직하던 중 경험한 일 가운데 인상 깊은 것이 있다면


“사관될 사람들을 가르친다는 데 보람을 느꼈다. 지금도 제일 보람을 느끼는 것이 사관학교 교장이다. 무엇보다도 제자 양성이 가장 좋았다. 하나님의 종을 키우는 일이 아닌가? 사령관으로 있을 때는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스케일의 예산을 집행했었다. 그럴 때는 막막할 때가 없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늘 그랬지만, 어려운 문제를 당할 때마다 내가 다 못 하니까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 때마다 하나님이 길을 열어주시고 지혜를 주시는 것을 경험했다. 내가 한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하나님께서 함께 하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참 보람 있고 감사한 일이었다. (신재국 사관은 장 전 사령관이 미 서군국 사령관으로 재직할 시 서군국이 대단히 발전했음을 덧붙였다. 이어 구세군은 미국에서 가장 효율적인 조직이며, 특히 서군국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하고 있고, 사회사업과 복음사업이 균형있게 발달된 대단히 실력 있는 군국임을 강조했다.)


아, 그리고 미 서군국 사령관으로 임명되어 가기 전 청와대에서 김영삼 대통령을 만났다. 20분만 시간을 내달라고 해서 만났는데 이야기하다보니 40분이 넘었더라. 그 때 내가 김 전 대통령에게 한 가지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말하며 기도를 해드리기 원한다고 했더니, 김 전 대통령이 아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함께 기도했었다. 그 때 김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예배드리고 해서 어려움을 겪을 때였고, 나와 기도했던 일이 다음날 동아일보 기사에 났던 일이 기억난다.”


세계적 지도자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구세군과 기독교계에 꼭 나누고 싶은 체험 또는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젊은 사관들이 나이 먹은 사람들보다 훨씬 나은 생각들을 많이 품고 있다. 사실 이 질문은 젊은 사람들에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굳이 내가 말한다면, 구세군 분들 뿐 아니라 한국 교계에 있는 분들에게도 같은 말을 하게 될 텐데, 우리가 한국에서 일하건 해외에서 일하건 자기보다 남이 낫다 생각하고 남을 위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나를 내세우면 모든 일이 잘 되지 않는다. 주님이 가르쳐주신 그대로 자기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해나가지 않으면, 그런 정신이 없이는 멀리 내다보고 성공해내지 못하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한마디다. 나보다는 남을 위해서 봉사하고 일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기 바란다.


그리고 만영장학회는 주로 대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90퍼센트 이상이 대학생 학자금 지원이고 중고생의 경우는 학비가 그리 비싸지 않은 관계로 나머지 10프로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



장희동 전 사령관 약력

1932년 충남 대흥 출생
1956년 장신대 입학
1958년 영국 구세군 사관학교 유학(교관 재직)
1960년 구세군 사관 임관(영국)
1966년 한국 구세군 서울제일교회 사관
1967년 싱가포르 구세군 사관학교 교장
1969년 홍콩 구세군 사관학교 교장
1971년 뉴욕 구세군 사관학교 교관 및 유니온 신학교 편입(한 쪽 눈 실명)
1977년 영국 구세군 국제본영 동양부 차관
1977년 뉴욕지방 구세군 총무서기관
1983년 한국 구세군 서기장
1986년 미 서군국 사관학교 교장 및 부서기장관
1991년 한국 구세군 사령관
1994년 미 서군국 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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